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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인 듯 현실 아닌’ 그럼 환상?

‘현실인 듯 현실 아닌’ 그럼 환상?

드라마 ‘리전’의 세트 디자이너 마이클 와일리, 시청자가 추측할 수 있도록 내용과 상관없는 환경 조성해
‘리전’은 ‘엑스맨’ 시리즈의 돌연변이 리전 (데이비드 할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엑스맨’ 시리즈의 돌연변이 리전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리전’이 최근 FX 채널에서 첫 전파를 탔다. 색다른 비주얼과 독특한 스토리라인이 눈길을 끄는 이 드라마는 한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리전’은 다른 슈퍼히어로 TV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트 디자이너 마이클 와일리는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어두운 이야기”라고 말했는데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말이다. ‘엑스맨’에서 꽤 중요한 캐릭터인 리전(찰스 자비에 교수의 돌연변이 아들 데이비드 할러)은 그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낯이 익을 듯하다. 하지만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여느 영화나 ‘플래시’ ‘애로우’ ‘에이전트 오브 쉴드’ 같은 드라마와 달리 할러는 코스튬을 입고 세상을 구하려는 영웅이 아니다.

와일리는 아이디지털타임스에 “이 드라마엔 망토나 가면이 등장하지 않으며 약자 괴롭히기도 없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이야기다.” 마블 TV의 ‘에이전트 카터’ 세트 제작에 참여했던 와일리는 제작자 노아 홀리(드라마 ‘파고’)와 긴밀한 협조 아래 ‘리전’의 세트를 제작했다. 와일리는 준비 과정에서 일부러 리전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홀리는 사전 인터뷰 당시 와일리에게 아이북을 하나 줬는데 그는 그때 이미 ‘리전’의 비주얼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확실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리전을 그린 만화가들의 영향을 받고 싶진 않았다”고 와일리는 말했다. “홀리가 준 아이북에 담긴 다양한 주제의 놀라운 이미지들이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홀리는 드라마의 비주얼에 대한 방향이 확실히 서 있었다. 난 거기에 몇몇 요소를 더하고 전체 에피소드에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신경 썼을 뿐이다.”
‘리전’은 색다른 비주얼과 독특한 스토리라인이 눈길을 끈다.
와일리는 “대개의 경우 세트는 시청자(관객)에게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정보를 주고 전후맥락을 제시하기 위한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정반대다. 시청자는 할러가 지닌 특별한 능력(할러는 이것을 병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그가 어떤 시점에 어느 곳에 있는지 분간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흘러가는 곳은 분명하게 느껴지며 거의 무의식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

와일리는 “시청자가 계속 추측할 수 있도록 내용과 특별히 상관없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할러의 아파트는 파리나 부다페스트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병원은 쾌적하면서도 어딘지 가짜처럼 보인다. 정신병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매우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세트에 이목이 집중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지침을 염두에 뒀다.”

와일리는 그렇게 독특한 분위기의 세트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모든 상황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어둠을 더하고 판타지에 기이함을 더하고 유머에 바보스러움을 더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주인공 캐릭터들이 그렇듯이 시청자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전반적인 아이디어였다.”

‘에이전트 카터’에서 와일리의 디자인 아이디어는 그 정반대였다. “‘에이전트 카터’의 세트 디자인은 1940년대의 순수성을 담았다”고 와일리는 말했다. “우리는 비밀요원 페기가 지키고 싶어 할 만한 순수하고 달콤한 세상을 디자인했다. 하지만 ‘리전’에서는 시청자가 현실 인지 여부가 확실치 않은 남자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도록 하고 싶었다. 시청자는 그가 이 세계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란다. 달콤한 것과는 정반대다.”

- 어텀 켈리 뉴스위크 기자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아이디지털타임스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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