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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슬픈 노래의 ‘우울 지수’는?

저 슬픈 노래의 ‘우울 지수’는?

데이터 분석 결과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노래 중 가장 우울한 곡은 ‘True Love Waits’
영국의 록 밴드 라디오헤드는 매우 우울한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영국의 록 밴드 라디오헤드는 매우 우울한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평론가들은 이 밴드를 ‘변함 없는 암울함’을 지닌 ‘출중한 비관론자’로 묘사했다. 이들의 음악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흥겨운 파티에서 틀 만한 곡은 아니라는 의미다.

라디오헤드는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우울한 분위기의 밴드다. 그렇다면 이들이 만든 노래 약 160곡 중 가장 절망적인 노래는 어떤 것일까? 분석학 전문가 찰리 톰슨이 그 답을 얻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다. “라디오헤드의 팬인 내게 친구들은 왜 그렇게 우울한 음악을 듣느냐고 따진다”고 톰슨은 말했다. “어떤 노래가 듣는 사람을 얼마나 슬프게 만드는지를 수량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흥미로웠다.” 그 분석과정을 설명한 톰슨의 블로그 포스트 ‘피터 해피어(fitteR happieR)’는 온라인상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블로그 포스트는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유사한 테크닉을 이용해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닉 드레이크의 노래 중 가장 슬픈 곡은?’ ‘메탈리카의 가장 행복한 노래는?’ 등등.

톰슨은 스포티파이(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오디오 통계와 지니어스(미디어 지식 기반 웹사이트)에 소개된 가사를 분석에 이용했다. 두 회사 모두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해 누구라도 자사의 데이터를 활용해 이런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스포티파이는 노래의 몇몇 특성을 가려내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그것들을 수량화한다. 그 특성 중엔 템포와 키 등 일반적인 것 외에 ‘기악성(instrumentalness)’ ‘어쿠스틱 음악성(acousticness)’ ‘댄스 음악성(danceablity)’ ‘매력(valence)’ 등 좀 더 주관적인 가치도 포함된다.

스포티파이는 ‘매력’ 항목에 대해 “노래가 전달하는 음악적 긍정성을 말하며 0.0부터 1.0까지의 수치로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수치가 높을수록 더 행복한 노래로 간주된다. 톰슨은 스포티파이의 자료를 토대로 라디오헤드의 음반에 수록된 모든 곡의 ‘매력’ 지수를 나타내는 목록을 만들었다.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0.0585)와 ‘Motion Picture Soundtrack’(0.0425), ‘We Suck Young Blood’(0.0378) 등이 가장 암울한 노래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가사 측면에서는 어떨까? 톰슨은 지니어스의 API를 이용해 라디오헤드가 만든 모든 노래의 가사를 수집했다. 그런 다음 감성 분석 도구를 이용해 각각의 노래 가사에 쓰인 모든 단어 중 ‘슬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단어의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High and Dry’가 36%로 가장 슬픈 곡으로 꼽혔다. “이 알고리즘은 ‘깨졌다(broke)’ ‘떨어지다(fall)’ ‘증오하다(hate)’ ‘죽이다(kill)’ ‘떠나다(leave)’ 등을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로 분류했다”고 톰슨은 블로그 포스트에서 말했다. “이 노래에서는 ‘leave’라는 단어가 코러스 부분에서 15번이나 반복된다. (‘Don’t leave me high, Don’t leave me dry.’)

그 다음으로 톰슨은 각 노래에서 가사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측정하는 ‘가사 밀도(lyrical density)’를 계산했다. 그리고 각각의 데이터 파일들을 소위 ‘우울 지수(gloom index)’와 결합했다. 고교 졸업 이후 수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들에겐 당황스럽겠지만 우울 지수를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1-매력) + pctSad*(1+ 가사 밀도)/2.

톰슨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 라디오헤드의 가장 우울한 노래는 우울 지수 1의 ‘True Love Waits’였다. 또 이 곡이 수록된 ‘A Moon Shaped Pool’은 우울 지수 총합이 31.93으로 가장 우울한 앨범으로 꼽혔다.

과연 그럴까? 숫자는 사람을 기만할 수 있으며 톰슨의 조사 결과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의 데이터 분석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긴 하지만 주관적인 견해가 포함됐을 수 있다. 매력, 감성 분석 등 각 노래의 특성을 수량화하는 데 이용된 가치들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예술은 수량화하기 어려우며 그것이 그 아름다움의 원천이기도 하다.

게다가 예술에 대한 우리의 개념은 주변상황과 그 작품을 대했을 때의 기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한다. 다시 말해 라디오헤드의 가장 우울한 노래는 개개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의미다. 또 어떤 노래가 우울한지 아닌지를 이분법적으로 정의할 수도 없다. 우울한 노래를 들을 때 즐거움을 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별 뒤에 마음의 위로를 얻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웃을 수 있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톰슨도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 “이 알고리즘은 모든 사람이 슬프다고 여기는 요소를 모두 반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다. 또한 이런 알고리즘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우리에게 특정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조 베익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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