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7) 노후자금 인출작전] 노후 자금 세 바구니에 담아라
[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7) 노후자금 인출작전] 노후 자금 세 바구니에 담아라
노후 자산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장이다. 시장 하락이 퇴직 시기와 맞물리면 상당한 재정적 어려움이 따른다. 원금에 손실이 생겨 노후 생활비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돈을 모으고 투자하는 현역 시절엔 원금이 깨져도 회복할 여유가 충분히 주어진다. 하지만 소득 흐름이 확 줄어드는 노후엔 그럴 여유가 사라진다. 50% 손실 난 원금을 회복하려면 수익률이 50%가 아닌 100%여야만 가능하다. 그만큼 한번 깨진 원금을 되찾는 데엔 시간적·경제적 노력이 많이 든다는 의미다. 생활비도 겨우 마련하는 상황에서 투자 손실을 만회하고 수익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노후 생활 초기의 자산 상태가 죽을 때까지 삶의 질을 좌우한다. 그 시기에 인출이 많고 자산 수익률이 저조하면 자산의 고갈시점이 앞당겨진다는 연구 조사도 있다. 노후 자산의 운용은 현역 때의 자산 축적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은퇴 후 1년부터 5년까지는 자금의 안정성과 유동성이 중요하므로 양도성예금증서(CD)라든가 국채 같은 현금성 자산으로 채운 바구니를 이용한다. 이 첫째 바구니는 원금보장을 지키면서 나머지 다른 바구니 속의 자산이 불어나는 시간을 벌게 해주는 게 임무다. 다음은 은퇴 후 6년부터 15년까지 10년 동안 쓸 둘째 바구니다. 은퇴 후 최소 몇 년간은 이 바구니를 쓸 일이 없으므로 좀 더 공격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하다. 둘째 바구니엔 채권 비중을 크게 해 주식과 섞어 담는다. 시장의 변동성을 누그러뜨리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원금을 키우는 효과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은퇴 16년 이후를 위한 바구니다. 은퇴 후 15년까지는 이 바구니를 건드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매우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바구니를 꾸린다. 15년이란 세월은 시장 변동의 위험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만약 첫째 바구니의 자산을 5년 안에 써버렸을 경우 둘째 바구니에서 자산의 일부를 옮겨 충당하고, 둘째 바구니의 구멍은 셋째 바구니의 자산을 이전시켜 메울 수 있다. 다행히 시장이 좋아 각 바구니의 자산 크기가 커진다면 이런 재분배는 불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지난 이코노미스트 1379호에 소개된 A씨의 사례로 노후 기간별 자산 배분에 대해 설명해 보자. A씨는 퇴직 때까지 매월 지출에서 절약한 돈 149만원을 적립해 5년 후 9000여 만원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연금만으론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할 노후 자금인데, 30년 동안 소진시키지 않고 써야 한다. 1년에 300만원 씩 5년 동안의 초기 노후 자금 1500만원은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 형태로 첫째 바구니에 넣는다. 또 이후 10년 동안 쓸 중기 노후자금은 채권과 주식을 사 둘째 바구니에 배정한다. 나머지 후기 노후 자금 4500만원은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를 구매해 셋째 바구니에 담는다. 퇴직금과 개인 연금이 있을 수 있는데, 이들 자금은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운용해도 되므로 둘째 바구니에 넣고 관리하면 된다.
과거 은퇴 후 짧은 여생을 보낼 때는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했고,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은퇴하고도 30~40년을 살아야 한다. 은퇴 후에도 투자의 세계에 몸을 던지지 않으면 돈의 가치 보전을 담보할 수 없다. 어쩌면 고령화·저금리 시대엔 적립보단 인출이 더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 안정성만 고집했다간 노후자금이 일찍 바닥을 드러내 국민연금만 바라보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노후 준비 같은 장기 재무목표는 물가라는 변수를 꼭 챙겨야 나중에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만약 노후생활에 들어가는 시점에 자산 규모를 정해놓고 생활비를 계산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노후설계는 죽는 날까지 어떻게 하면 물가라는 훼방꾼을 철저하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노후 자금은 기간별로 나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기와 후기로 갈수록 시간과 물가를 이겨낼 수 있는 주식과 채권 비중을 높여 가는 것이다. 노후설계는 인플레이션과의 장기전이다. 노후 자금의 일정 부분을 마지막까지 투자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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