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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는 미국에서 왜 합법적인가

로비는 미국에서 왜 합법적인가

고충 처리를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 있지만 규제도 엄격해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정치인이 즐기는 취미가 돈과 영향력을 개탄하는 것이라지만 선거자금을 기부받지 않거나 로비스트를 만나지 않는 의원은 찾아보긴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선거운동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의 기득권과 부패를 일소하겠다(drain the swamp)”고 다짐했지만 그의 행정부는 각종 규제 기관의 요직에 로비스트들을 발탁했다. 워싱턴 정가의 생태계에서 로비스트의 존재감이 그처럼 크기 때문에 그곳에서 그들의 궤도에 끌려 들어가지 않고 일하기는 너무도 어렵다.

미국의 권력감시 단체인 ‘책임감 있는 정치 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등록된 로비스트는 1만1143명이었다. 연방의원 1명 당 로비스트가 약 20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로비에 지출된 자금도 30억 달러가 넘는다. 연방의원 1명 당 약 550만 달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산업과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하위 산업’이 어떻게 그토록 커졌을까? 또 그런 로비가 어떻게 합법적인 행위로 인정될까?

미국에서 로비 활동은 건국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로비’라는 용어는 미국이 생겨나기 이전부터 있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은 ‘로비스트’의 용례가 1640년 처음 등장했다고 기술한다. 영국 시민들이 ‘로비’에서 하원의원들을 만나 민원을 전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1820년대가 되자 미국에서 ‘로비’라는 단어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과 동의어로 취급됐다. 남북전쟁 후 산업화가 널리 확산되고 기업이 부상하면서 로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869년 한 신문 칼럼니스트는 로비 산업을 ‘현혹적인 파충류요, 비늘로 뒤덮힌 거대한 뱀’이라고 불렀다. “의회 본회의장부터 위원회 회의실까지 끈적끈적한 몸뚱아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의사당 전역을 스르르 기어다닌다.”

그때처럼 지금도 로비스트들은 정치 논객들의 손쉬운 표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집회할 수 있는 권리와 고충 처리를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신성시하는 미국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으며 합법적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쯤 미국 연방의회는 로비스트의 활동을 추적하고 규제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에 따라 1946년 의회는 연방로비규제법(Federal Regulation of Lobbying Act)을 제정했다.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하는 데 자신의 시간에서 절반 이상을 할애하는 사람은 반드시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한 법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대한 ‘군산 복합체’가 생겨나면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 것이다.

1954년 미국 대법원은 심사 중이거나 제안된 연방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들과 직접 만나는 유급 로비스트들에게만 연방로비규제법이 적용된다고 판결함으로써 규제 범위를 좁혔다. 그 판결에 따라 의원이 아니라 의회 직원이나 보좌관을 만나는 로비스트는 등록할 필요가 없어졌다. 거의 50년 동안 이 판결은 미국의 로비 활동을 규정했다. 그러다가 1995년 연방의회는 로비공개법(Lobbying Disclosure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새 법에 따르면 로비스트는 자신을 고용한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이슈를 로비하는지, 로비 대상은 누구인지 신고해야 한다. 또 로비스트는 고객으로부터 받는 사례비도 밝혀야 한다. 또한 의원을 직접 만나지 않고 의회 직원이나 보좌관만 만나는 로비스트도 등록하도록 했다.

로비공개법이 제정됐을 때 미국 정부에 등록된 로비스트는 약 6000명이었고 1998년에는 1만 명을 넘었다. 그러다가 근년 들어 로비스트 수가 다시 줄었다. 미국의 등록 로비스트는 2007년 1만4822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금은 1만1000명 남짓한 수준이다.

- 조시 키프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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