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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에서 착안한 방탄 방패

종이접기에서 착안한 방탄 방패

케블라 12겹을 붙여 접었다 펼치고 지지대 없이 세울 수 있어 총격전에서 인명 보호에 큰 도움될 듯
개발 중인 접이식 방탄 방패 시제품은 테스트에서 44구경 매그넘 권총으로 발사한 탄환을 막아낼 수 있다.
미국 유타 주 브리검영대학의 컴플라이언트 메커니즘 연구그룹 실험실에는 종이접기가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 복잡하게 접힌 종이접기 디자인은 장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연구팀이 기계공학 프로젝트에 영감을 얻기 위한 소재로 이용된다. 어린 시절 쉽게 만들던 종이학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중요한 역할이다. 몇 초만에 설치돼 2~3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탄 방패가 그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예다.

컴플라이언트 메커니즘 연구그룹을 이끄는 브리검영대학 기계공학 교수 래리 하월은 “종이접기 예술가들은 수세기 동안의 연구를 통해 전통 공학적인 접근법으로는 알 수 없는 흥미로운 동작과 작업 방식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팀은 종이접기 기반의 공학 솔루션을 탐구하기 위해 2012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재정지원을 받은 여러 대학 연구팀 중 하나였다. 하월 교수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위한 거대한 확장용 태양전지판을 설계하기 위해 종이접기로 눈을 돌렸다. 아울러 침습 효과를 최소화하는 소형 수술 기기를 설계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그 기기는 다빈치 로봇수술기 제조사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라이선스를 따냈다).

하월 교수팀의 방탄 방패는 케블라 섬유 12겹을 접착제로 붙인 형태다. 디자인상 평평한 표면을 지탱하기 위해 겹의 가장 중간에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가벼운 패널이 삽입된다(따라서 양쪽으로 케블라가 6겹씩 붙여진다).

접히는 곳이 없는 모든 면에 패널을 삽입하고 그 전체를 검은 방탄 소재 나일론(노트북 가방이나 배낭을 만드는 소재와 비슷하다)으로 감싼다. 햇빛이나 수분 등 케블라를 손상시키는 요인을 막기 위해서다. 또 그 방패를 펼쳐 안정된 상태로 세울 수 있도록 하드웨어도 사용된다(마치 우산처럼 펼칠 수 있다). 무게 약 25㎏으로 기존의 평면 방패보다 휴대가 훨씬 더 간편하다.

저명한 종이접기 예술가이자 물리학자 겸 공학자인 로버트 랭은 “그들이 사용하는 방탄 방패의 접이 방식은 종이접기에서 따왔다”며 “하지만 이 방탄 방패 접기에 사용되는 각도는 일반적인 종이접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월 교수팀의 자문역으로 활동한다.

휘어진 방패는 지지대 없이 세워 놓을 수 있으며 그 뒤에 최대 세 사람이 쭈그려 몸을 보호할 수 있다. 시제품 검증 테스트에서 9㎜, 357구경 매그넘, 44구경 매그넘 권총의 총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하월 교수팀은 처음엔 그 방패를 경찰용으로 개발했지만 앞으로 군뿐만 아니라 학교나 공공장소의 실제 총격 상황에서도 인명 피해를 막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연구팀은 디자인을 약간 변경해 제조에 관심을 표명한 업체와 협상 중이다. 목표는 하나에 1000달러 미만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하월 교수팀은 그 방패를 설계하면서 연방 수사요원 2명의 조언도 구했다. 하월 교수는 “문을 박차고 들어가 용의자를 체포하는 일이 그들의 임무”라며 “우리 방패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우리도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 스태브 지브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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