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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우승 없는 ‘무관’의 실력자들] 콜린 몽고메리, 우승 문턱서 다섯 차례 눈물

[메이저 우승 없는 ‘무관’의 실력자들] 콜린 몽고메리, 우승 문턱서 다섯 차례 눈물

루크 도널드, 56주 세계 1위였지만 메이저 우승 없어... 마쓰야마·그레이스 등 왕좌 가능성 주목
콜린 몽고메리
남자 프로골프 세계에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해본 소수와 그렇지 않은 대다수 선수로 나뉜다. 일 년에 4개 뿐인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일반 대회 10개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는 선수도 많다. 메이저 우승 기록은 없지만, 정말로 탁월한 선수도 많다.

스페인의 골프천재로 불리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74번째 출전한 메이저 대회이자 마스터스에서만 19번째의 도전 끝에 첫 승을 거뒀다. 되돌아보면 1999년 메이저 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에서 19세의 어린 나이에 타이거 우즈와 아슬아슬 막판 우승 경쟁을 벌이던 그 선수가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하기까지 19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가르시아는 22개의 메이저에서 톱10에 들었고, 2위만 4번 했다. 지난해 US오픈과 디(브리티시)오픈에서도 5위를 차지했으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가르시아는 이번 우승 전까지 ‘메이저 우승을 아직도 못한 게 골프계의 미스터리’라거나 ‘새가슴 골퍼’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다.

메이저 5승을 달성한 필 미켈슨마저도 1992년 데뷔 후 2004년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첫 승을 거두기까지는 줄곧 ‘소심하다’ ‘유리 멘탈’이라는 뒷공론에 시달려야 했다. 세계 골프 랭킹 1위에도 올랐고, 무수한 대회에서 우승한 몇몇 선수도 메이저 우승을 못한 것이 마치 멍에인양 선수 생활 내내 그 부담감을 안고 산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누구일까. 누가 가장 아쉬운 선수일까.

콜린 몽고메리:
유러피언투어 통산 승수에서는 역대 4번째에 해당하는 31승을 거둔 ‘몬티’라는 별명의 몽고메리는 올해 54세다. 유럽 외에 PGA투어에서는 4승, 아시안투어는2승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시니어가 되면서 유러피언 시니어투어에서 8승을 거두고 있다. 그는 세 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2위를 5번을 했다. 94년, 97년, 2006년 3번의 US오픈, 2005년 디오픈, 95년 PGA챔피언십에서다. 그중에 가장 아쉬웠던 대회는 미국 캘리포니아 리비에라골프장에서 열린 PGA챔피언십이다. 스티브 엘킹턴과의 연장 첫 홀에서 티샷, 아이언샷도 몬티가 더 좋았지만 엘킹턴의 마지막 퍼트가 귀신같이 홀에 들어가면서 그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메이저 대회 출전은 가르시아보다 한 번 더 많은 75회였으나 마스터스에서는 8위가 가장 좋은 성적일 뿐이다. 유러피언투어에서 상금왕을 무려 8번이나 한 선수치고는 안타까운 기록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PGA투어보다는 주로 유럽 무대에서만 활동한 것이 그가 메이저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 혹은 이유가 될지는 모르겠다.

리 웨스트우드:
올해로 44세인 웨스트우드는 스무 살이던 1993년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유러피언투어에서 통산 23승(역대 8위)을 쌓았고 PGA투어에서 2승, 일본투어에서 4승, 아시안투어도 9승을 거두는 등 총 42승을 거뒀다. 메이저에서는 2위가 5번, 3위가 한 번이다. 마스터스에서는 2010년, 2016년 두 번에 걸쳐 2위를 했고, US오픈은 2008년, 2011년 모두 3위, 디오픈은 2010년에 2위, PGA챔피언십은 2009년에 3위를 했다.

리 웨스트우드(왼쪽)와 루크 도널드.
성적도 꾸준했고 항상 우승권에는 있었다. 98년에 세계 랭킹 톱10에 든 이래 2001년까지 160주간 열 손가락 안에는 늘 꼽혔다. 2002년엔 한 때 슬럼프로 세계 100위권까지 처졌으나 2008년 말에 다시 세계 톱10에 복귀했고, 2011년 4월 24일 인도네시안마스터스에서 우승해 타이거 우즈에게서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빼앗은 뒤 통산 22주 동안 제위에 올라 있었다. 그럼에도 메이저 우승만 빠져있다. 다 합치면 2012년까지 310주를 세계 톱10 랭킹 골퍼 안에 들어 있었다. 웨스트우드는 2011년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으로 옮겨온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세계 랭킹 1위 자격으로 우승하며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선수다. 그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큰 대회에서 퍼팅이 약한 게 흠이다. 뛰어난 체력 관리, 넓은 가슴과 듬직한 몸집을 가졌어도 메이저의 압박감이 높아지는 대회에서는 퍼팅 실력이 줄어들곤 했다.

루크 도널드:
리 웨스트우드의 세계 랭킹 1위 제위를 빼앗은 이가 도널드다. 올해 39세의 도널드는 PGA투어 ‘올해의 선수’, 유러피언 투어 레이스투두바이에 올랐고, 세계 랭킹 1위를 무려 56주간 지켜냈다. PGA투어 5승, 유러피언 투어 7승 등 통산 16승을 거뒀다. 메이저 우승 경험이 있으면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제이슨 데이(51주), 이안 우즈남(50주), 닉 프라이스(44주), 비제이 싱(32주) 등 12명의 선수들보다도 오랜 기간 세계 정상을 지켰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톱10에만 8번이나 들었다. 2005년 마스터스와 이듬해 PGA챔피언십에서는 3위를 했으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영국에 있는 자택 뒤뜰에 세인트앤드루스 17번 홀의 그린 옆 벙커를 그대로 본떠 만들었을 정도로 연습파이고 실제 벙커샷은 세계 최고로 꼽힌다. 아쉬운 것은 드라이버 샷이나 퍼팅과 같이 우승을 결정짓는 한 방, 즉 클러치 샷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단지 위기를 잘 지켜내는 데 능한 선수여서 메이저 우승의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메이저 챔피언 중에 지키기만 한 선수 중에 우승의 열매를 딴 선수는 극히 드물다.

마쓰야마 히데키, 리키 파울러:
세계랭킹 4위인 마쓰야마는 현재 메이저 대회 우승이 아직 없는 선수 가운데 가장 세계 랭킹이 높다. 이번 시즌 2승을 포함해 통산 4승을 올린 마쓰야마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직 25세에 불과하지만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5번 톱10에 오른 것도 조만간 메이저 우승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해 마스터스에서도 7위에 올랐고 PGA챔피언십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한 양용은에 뒤이어 메이저 우승을 차지할 아시아 선수로 주목된다.

세계랭킹 8위 파울러는 2014년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 2번과 3위 한 번, 그리고 5위가 한 번이었다. 다만 지난해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연거푸 컷 탈락하면서 기대를 이어가지 못했다. 올해 28세인 파울러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포함해 PGA투어 8승을 거두었다. 부치 하먼을 코치로 두고부터 기량이 나날이 오르고 있으며, 메이저에서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스타성이 넘치는 만큼 파울러의 메이저 우승은 멀지 않아 보인다.

매트 쿠차, 브랜트 스네데커:
통산 7승을 올린 38세의 쿠차는 메이저 대회 출전 경험이 풍부하다. 2002년 PGA투어에 데뷔한 이래 39차례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던 그는 7번 톱10에 올랐고 특히 마스터스에서만 3번이나 8위 이내에 들었다. 올해 마스터스 마지막날 파3 16번 홀에서 홀인원을 하면서 선두를 위협하다가 4위로 마무리했다. 그는 날씨와 외부 조건에 굴하지 않고 항상 일관성있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올해 36세인 스네데커는 메이저 챔피언 자격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페덱스컵을 들어올린 데 이어 PGA투어에서 통산 8승, 유러피언투어 1승을 거둔 그는 3차례 톱10에 진입한 마스터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오거스타내셔널 회원이었던 조부 덕에 어렸을 적부터 이 코스에서 숱하게 라운드한 경험이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다. 그밖에 US오픈에서 4번, 디오픈에서도 톱10에 세 번 들었다. 뛰어난 퍼팅 실력에 볼 스트라이킹도 나무랄 데가 없다.

브랜던 그레이스, 최경주, 이안 폴터:
남아공의 그레이스는 지난 프레지던츠컵에서 5전 전승을 거둔 탄탄한 실력을 갖춘 선수다. 구레나룻 수염을 길러 나이 들어 보이지만 올해 28세로 젊다. 지난 2015년 체임버스베이에서 열린 US오픈에서는 거의 우승할 뻔했다. 16번 홀에서 한 티샷이 아웃오브바운즈(OB)가 되면서 조던 스피스에서 우승을 넘겼을 뿐이다. PGA투어 1승에 유러피언투어 7승, 남아공의 선샤인 투어 5승을 거둔 그는 메이저에서 톱5에 3번이나 들었다. 조만간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릴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최경주
2011년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PGA투어 8승을 거뒀고, 아시아에서 10여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6번 톱10에 들었다. 2000년부터 18년 동안 활동하면서 PGA투어 통산 상금은 3190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메이저 우승 없이 가장 많은 상금을 올린 역대 선수 중 5위에 해당한다. 올해 나이 48세에 최근 들어 성적이 많이 떨어져 있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멋쟁이로 알려진 폴터는 라이더컵과 같은 매치플레이에선 펄펄 나는 선수다. 유러피언투어에서 12승을 거두고 PGA 투어 2승을 이뤘다. 2008년 디오픈에서 패드레이그 해링턴에 이어 2위를 한 것을 포함해 메이저 대회에서는 톱10에 8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비거리가 길지 않은 게 흠이지만 코스 공략과 노련함을 발휘하면 메이저 우승 가능성도 있다. 특히 패션과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더 줄이고 메이저에 집중한다면 확률은 조금 더 올라갈 것이다.

이밖에 아직 메이저 우승의 가망성이 높은 후보 선수로는 34세 트리오다. PGA투어에서 6번 우승했고 2011년 페덱스 컵을 쟁취한 빌 하스, PGA투어 5승에 아마추어계를 평정했던 라이언 무어, 2011년 뇌수술 이후 제대로 기량을 회복한 장타자 J.B 홈즈가 있다. 유럽 출신에서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7위를 한 잉글랜드의 폴 케이시와 최근 신세대 장타자로 주목받는 스페인의 존 람이 있다. 아쉽게도 우승에 도전할 나이를 놓친 선수 중에는 46세로 유러피언투어 15승의 베테랑 토마스 비욘, PGA투어 12승에 올해 지천명(50세)에 이른 미국의 스티브 스트리커, 53세의 스페인의 멋쟁이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도 있다. 히메네스는 메이저 대회에 67번 출전했으나 매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51세 나이에 최고령 유러피언투어 우승부터 홀인원까지 다양한 기록으로 사랑받는 스타다. 히메네스는 “내게는 와인과 시거와 골프가 있는 삶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하니 그에게 메이저 트로피 자체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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