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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46)] 페친·카친, 양보단 질적 관계 따져야

[김동호의 반퇴의 정석(46)] 페친·카친, 양보단 질적 관계 따져야

SNS는 영원한 ‘혼족’ 만드는 양날의 칼... 디지털 세상에 순조롭게 적응해야
21세기 인류는 의식주에 스마트폰을 하나 더해 ‘의식주·폰’을 생존의 필수품으로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사회적 관계도 크게 확장시켜주고 있다. 유명인사 김모(53)씨의 페이스북 친구는 개인 한도 5000명이 꽉 차 있다. 그에게 친구 요청을 해도 수용되지 않는다. 얼마나 행복할까 싶지만 김씨는 오히려 늘 마음이 허전하다. 그 많은 ‘페친’ 가운데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은 열 명도 안된다. 페친 중에는 현실 세계에서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이 있지만 대다수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친구일 뿐이다.

이는 실증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 결과 페친 가운데 ‘진짜 친구는 몇명이냐’는 물음에 평균 4.99명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이 통계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페북뿐 만아니라 카카오스토리, 밴드 같은 사회적 관계망(SNS)이 아무리 발달해도 진정한 친구는 더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이 갈라파고스화하면서 나타났던 일본 특유의 현상으로 치부했던 혼밥(나홀로 식사), 혼술(음주), 혼행(여행)이 도시화·개인화의 급진전으로 한국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엔 혼골(혼자 골프)도 등장했다. 이 같은 ‘혼족’ 열풍도 SNS의 화려한 이면에 존재하는 고독과 연결돼 있다. 페친 군단이 화려해보이지만 현실 세계는 딴판일 수 있다.

SNS는 그야말로 양날의 칼이다. 잘만 활용하면 똑똑한 심부름꾼으로 부려먹을 수 있지만 능력을 과대평가하면 인간을 영원한 ‘혼족’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스마트폰을 잘 다룰 줄 알고 그 역할과 한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폰의 진정한 주인이 돼야 한다.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모든 기능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전통적인 방식의 은행조차 스마트폰으로 다 들어오는 세상이다. 이런 식으로 세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면 끊임없이 디지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런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노후 30년 간 펼쳐질 디지털 세상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다. 지금 따라가지 않으면 7080이 됐을 때 사회적소외자가 될 수도 있다. 마치 독거노인으로 방치되는 것처럼 디지털 문맹으로 낙오하기 쉽다.

구글 기능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구글의 위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포털의 진화는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SNS를 통해 누구가 자신의 관심사를 발신하는 시대가 되면서 유튜브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5060세대도 유튜브에서 자신의 취미활동을 소개하고 관심 분야의 동영상을 찾아보는 시대다.

페북이나 카톡 속에 있는 친구의 기준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양적 규모보다는 질적 관계를 중시하는 방향이다. SNS의 특성이 다 다르므로 그 특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카톡방은 특히 장수시대의 사회적 연결망으로서 가치가 크다. 인연이 있는 모임이라면 카톡방을 만들어 잘 유지해야 한다. 다만 너무 개인적인 소회를 쏟아놓거나 불쾌한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것은 자칫 불화를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또한 SNS에 있는 친구가 모두 현실 속의 친구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태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페친이나 카친(카톡 친구), 밴친(밴드 친구)으로 관계를 유지하되 진정성 있는 친구는 따로 구분해 정성들여 교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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