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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군호 에어릭스 대표] “미세먼지, 우리에겐 달러다”

[인터뷰 | 김군호 에어릭스 대표] “미세먼지, 우리에겐 달러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활용해 집진기 기능 업그레이드... 관련 기술·제품 동남아·중남미 수출
김군호 에어릭스 대표는 산업용 집진기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대기환경관리설비 분야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 옆은 백필터 집진기 모형으로, 실물은 가로×세로 1×2m에서 최대 10층짜리 건물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 프리랜서 공정식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기업 포스코의 포항·광양제철소에는 1700여 대의 백필터 집진기가 매일 24시간 가동된다. ‘제철소는 미세먼지 발생원’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1989년부터 일찌감치 대기환경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그 역할은 외주 파트너인 에어릭스가 맡고 있다. 전체 직원 530명 중포스코 포항, 광양 공장에 각각 200명씩 파견돼 ‘공장 안팎으로 맑은 공기’ 지키기에 노력하고 있다.
 중소기업 밀집 산업단지가 더 심각
공장 안내에 나선 이광현 상무(기술연구소장, 맨 오른쪽)가 공장 마당에 전시된 실물 크기의 집진기를 소개하고 있다. / 프리랜서 공정식
4월25일 경북 포항에 있는 에어릭스 본사에서 만난 김군호 대표는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GMO) 브랜드전략그룹장, 팬택 해외영업본부장, 소니코리아 마케팅본부장, 아이리버 대표 등을 역임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그는 2013년 에어릭스 대표 취임 후 산업용 집진기에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환경설비 시장의 무게중심이 기존 설비 판매 위주에서 유지·보수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위생방제의 세스코, 보안의 세콤처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환경관리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설립된 에어릭스는 분진과 유해가스가 많은 작업 현장에 초대형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집진기와 탈황·유해가스 제거 설비 등을 제조·판매하고 이를 보수·운영하는 게 주된 사업이다. 포스코 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건설·SK건설·삼성엔지니어링·GS건설 등 주요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한전·포스코에너지·GS E&R 등 발전회사가 주요 고객이다.

집진기는 일반적으로 여과포를 사용해 불순물을 분리시키는 ‘백필터(bag filter)집진기’와 정전력을 통해 분진을 분리시키는 ‘전기 집진기’ 두 종류가 있다. 현재 에어릭스는 국내 백필터 집진기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다. 특히 1980년 국내 최초로 ‘부직포 사용 집진방식’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95년에는 ‘순리 공기흐름 집진방식’을 개발해 일본·미국·독일·중국에서 특허를 취득했다. 에어릭스의 백필터 집진기는 중국·브라질·콜롬비아 등에 수출했고 2015년에는 칠레의 레드드래건 석탄 화력발전소에 납품했다.

김 대표는 “백필터 집진기는 수천 개의 부직포 필터로 걸러진 먼지를 따로 제거해 깨끗한 공기만 외부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집진 효율이 높고 안정적인 연속 운전이 가능하다”며 “해외 화력발전소들이 전기 집진기에서 백필터 집진기로 교체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의 경우 제철소, 시멘트 공장 등은 백필터로 교체했는데 화력발전소만 더디다”며 “향후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될 예상이라 발전소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릭스는 지난해 11월 백필터의 성능을 향상시킨 롱(long)백필터를 개발했다. 기존 공간에서 약 28% 면적을 줄여 초기 설치시 투자비용이 절감되고, 양방향 탈진을 통해 집진 효율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길이가 기술력인 롱필터는 1980년대 3m에서 80년대 후반 5m, 현재는 10m까지 개발됐다. 지난해 에어릭스가 개발한 롱필터 길이는 12m다.

김 대표는 “화력발전소나 제철소는 이미 많은 지적을 받으며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어느 정도 세우고 있는데 반해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손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에어릭스는 환경부와 함께 지난해 1월부터 4개월 동안 경기도 시화·반월공단 6개 업체, 37개의 환경설비를 대상으로 조사 분석해 ‘대기오염 배출 사업체 대상 환경시설 진단 컨설팅’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결론은 중소기업들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당하지만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설비가 있다고는 하지만 운영하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이었고, 고장이나도 수리·보수도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공장이 집진기 시설을 갖추어야 미세먼지 발생을 막을 수 있다”며 “방치했을 때 1차 피해자는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고, 열악한 작업환경은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조사 분석 과정을 통해 김 대표는 기존 설비장치에 대한 보수·운영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시설 투자가 부담스러운 중소·중견기업의 입장을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에어릭스는 지난해부터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첨단 환경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발전소·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집진기에 모듈과 센서를 달아 ‘대기환경 원스톱 토털솔루션’을 활용한다. 집진설비 내부의 풍량·압력 등을 상황에 맞게 최적의 운전 상태로 운영할 수 있어 전력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기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모니터링한 후 고장이 나면 그때 조치가 가능했는데 이젠 설비에 부착된 센서를 활용해 사전 정비를 할 수 있다.
 운영·정비 매출 비중 설비·제조 넘어서
국내와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대형 설비를 수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신흥국은 환경설비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에어릭스는 국내 건설사와 손잡고 대형 플랜트와 발전소에 들어가는 환경설비 수주를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장비는 다소 저렴하게 공급하더라도 설계부터 유지·관리·보수 등을 한꺼번에 맡아서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에어릭스의 최근 3년 설비·제조와 운영·정비(O&M)부문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2014년 45% 수준이었던 운영·정비 매출 비중이 2016년 53%를 기록하면 설비·제조 매출을 웃돌고 있다.

에어릭스는 IoT 기술을 더 연구해 산업용 집진기 점검·청소 로봇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고전압과 고온의 환경에서 작업하는 위험 요소도 줄이면서 집진설비를 더 오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IoT 접목을 위해 모바일 분야 연구자 3명을 영입했다”며 “집진산업은 로우테크(Low-tech)의 굴뚝산업이지만 분명한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기존 로우테크 산업의 저성장 한계성, 일자리 부족 등 사회문제 해결에까지 일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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