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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진 기자의 ‘대한민국 다음 밥상’(1)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로봇 ‘똘망’] “퍼스널 로봇 시대 열겠다” -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조득진 기자의 ‘대한민국 다음 밥상’(1)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로봇 ‘똘망’] “퍼스널 로봇 시대 열겠다” -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사람처럼 유연한 관절 모듈 개발 … 해외 200여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에 수출



휴대전화·반도체가 수출 회복을 이끌고 있지만 ‘투톱’으론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에는 새로운 먹거리, 그 다음의 밥상이 절실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차세대 세계일류상품’(향후 7년 안에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에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의 신성장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과 기술·상품을 연재한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가 5월12일 오전 가산동 로보티즈 사무실에서 인간 크기의 휴머로이드 로봇 똘망과 포즈를 취했다. 로보티즈는 차세대 로봇 플랫폼으로 세계시장에 판로를 개척 중이다. / 사진제공·우상조 기자
“한국의 벤처기업 덕분에 필요한 부품을 싸게 구할 수 있었고, 기획한 로봇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초상화 그리는 화가 로봇 ‘바울’과 ‘e다윗’을 선보인 로봇기술자 패트릭 트레셋의 말이다. 화가 로봇은 카메라 여러 대가 얼굴을 관찰한 뒤 로봇 팔이 펜을 쥐고 그림을 그렸다. 그가 말한 벤처기업이 바로 로보티즈다. 이 회사의 휴머노이드형 로봇 ‘로보티즈 미니’는 3년 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당신의 집안일을 도와줄 10대 로봇’에 선정되기도 했다.

로보티즈는 로봇의 뼈대가 되는 하드웨어(액추에이터 등)와 소프트웨어(구동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회사다. 지난해 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말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플랫폼 ‘똘망(THOR-MANG)’이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5월 12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만난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하드웨어인 다이나믹셀을 해외 200여 개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에 수출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린다”며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 UCLA대 교수도 우리 제품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선정 ‘집안일 도와줄 10대 로봇’
로보디즈의 휴모노이드 로봇 ‘똘망’. 주로 교육 또는 연구 목적이나 서비스 목적으로 판매되지만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대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사진제공·로보티즈
1999년 창업한 로보티즈는 ‘창의력을 판매하는 회사’를 표방한다. 김병수 대표가 사명을 로보티즈(로봇이란 무엇인가, Robot is…)로 지은 이유다. 고려대 공대를 졸업한 김 대표는 1998년 세계로봇축구연맹이 주최한 로봇월드컵대회에서 우승하고 일본 마이크로 마우스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주목받았다. 그가 1999년 동료들과 함께 창업해 선보인 스마트 토이 ‘디디와 티티’는 대박을 터뜨렸다. 쥐 모양의 디지털 로봇으로, 로봇 전면부에 부착된 센서로 경로를 인식해 움직이고 특정 웹페이지를 띄워 이곳에 센서를 갖다 대면 먹이를 줄 수 있는 독특한 기능도 탑재했다. 김 대표는 “사실 로봇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이나 특별한 비전이 없었다”며 “하지만 제조용 로봇 분야에 국한된 당시 로봇산업 상황에서 퍼스널 로봇 기술 개발만큼은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케팅 능력에선 글로벌 대기업을 따라가기 힘들고 생산 면에선 중국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지만 실패했고, 결국 개인 빚만 20억원을 졌다. 와신상담하며 틈새시장을 고민하던 김 대표는 액추에이터와 교육 로봇 분야에 도전했다. 이후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다시 사업에 파란불이 켜졌다. 그는 “로봇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해 해외 유수 로봇 기업들에 인지도를 높였다”며 “액추에이터 성능을 인정해주는 해외 기업들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보티즈의 주요 사업은 로봇분야에 특화된 핵심 솔루션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다. 다이나믹셀(DYNAMIXEL)이라는 모듈형 액추에이터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한다.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고 의료·항공·우주·국방 등 다양한 분야로 판매되고 있다. 이들 중 저가형 제품을 창의 교구로 개발해 교육 시장에도 진출했다. 로봇전용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도 2012년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올랐다.

원하는 모양대로 쌓아올려 로봇을 제작하는 블록 같은 부품인 ‘다이나믹셀’은 로보티즈의 핵심 기술이다. 해외 200여 개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제조사에 수출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린다. 김 대표는 “다이나믹셀은 로봇 전체 몸체를 모듈형으로 손쉽게 구성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체 내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며 “관절마다 고유의 ID를 부여해 로봇을 하나의 커다란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운영하게끔 해주는 로봇용 관절”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로봇은 서로 확장성과 호환성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로봇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똘망’은 인간과 공존하며 인간을 도와줄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만들어보자는 장기 목표로 제작되었지만 현재는 다이나믹셀을 활용한 솔루션이 이정도까지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기술력 과시용”이라며 “주로 교육 또는 연구 목적이나 서비스 목적으로 판매되지만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대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로보티즈의 생산 공장은 연간 50만 개 이상의 다이나믹셀과 응용제품 생산 능력을 갖췄다. 첨단기술이 중요한 기업인만큼 연구개발(R&D) 투자도 열심이다. 지난해 매출액 중 R&D 비중이 16%에 달한다. 기계·전자·소프트웨어·디자인 파트로 구성된 제1부설연구소와 정밀기계 가공 및 설계를 담당하는 제2부설연구소를 운영한다. 2009년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미주법인도 설립했다.
 인간에 가까운 로봇 관절 개발
김 대표의 목표는 사람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로봇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로봇은 입력한 궤도대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을 업을 때도 정해진 각도만큼만 등을 기울인다”며 “유연한 로봇은 힘의 방향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무거운 신체 부위와 가벼운 신체 부위를 업는 부분의 각도를 달리 한다”고 설명했다. 6월 출시 예정인 ‘터틀봇3’도 그런 기능을 강화했다. 사용자가 목적에 따라 모양과 입력 값을 변경할 수 있는 로봇 플랫폼으로, 미국 로봇 소프트웨어 업체인 OSRF와 5년간 연구개발 끝에 출시하는 제품이다. 김 대표는 “작은 크기, 확장성, 오픈 소스가 특징”이라며 “심도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를 적용해 내비게이션 기능이 가능하고, 바퀴나 로봇 암 등 다양한 장착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로봇시장은 산업용 로봇 중심에서 일상생활로 확대되고 있다. 공장 밖에서 활용될 로봇의 핵심 기능을 고민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로봇 산업은 다른 업종과의 융합을 전제로 한 산업이다. 최근 인공지능과 연계, 부품 산업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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