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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상속 둘러싼 가족 갈등] 상속 다툼? ‘악마의 변호인’을 활용하라

[후박사의 힐링 상담 | 상속 둘러싼 가족 갈등] 상속 다툼? ‘악마의 변호인’을 활용하라

피상속인 살아 있을 때 의논해야 … ‘1/N’ 원칙으로 시작해 합의점 도출하는 게 바람직
네 남매 중 둘째인 그녀는 15년 전 홀로된 어머니를 모시고 지낸다. 모신다고 하지만 학원비, 반찬비 등을 종종 내 주시니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는 게 맞다. 전문직 여성이었던 어머니는 팔십이 넘은 나이에도 경제적으로 독립돼 있다. 연금에다 어머니 명의의 집이 있고 현금도 꽤 있다. 네 남매 모두 잘 사는 편이라 얼마 전까지는 어머니 재산에 대해 그 누구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어머니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재산 상속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제일 큰 문제는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집이다. 사정이 제일 나쁜 막내아들은 그간 어머니를 책임지기는커녕 종종 지원을 받아왔는데, 앞으로는 자기가 모시겠다며 유일한 아들로서의 권리를 주장한다. 노처녀인 셋째는 그간 엄마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왔다며 자신의 몫을 주장하고, 언니는 언니대로 맏이임을 내세운다. 그녀도 할 말이 있다. 15년 넘게 어머니와 함께 산 사람이 누구인가. 특히 그녀의 남편은 오랜 기간 엄청난 불편을 감내해 왔다. 유산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라도, 그에 대한 보상으로서 상속을 기대할 수 있다.
 위대한 유산은 정신적인 것
지난 구정 가족모임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어머니 앞에선 말을 안 해도 각자 속내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투구가 심화될 것이다. 인생 정리에 유산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정말 씁쓸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마음이 씁쓸하다. 자식들이 재산을 논의하고 있다. 평생 모은 돈이다. 남편이 떠난 뒤, 자식만 바라보고 살았다. 내 돈이지만 한 번도 내 맘대로 안 썼다. 이제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인생을 정리할 때다. 현실이 서글프다. 자식들이 재산을 탐내고 있다.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노후를 위해 남긴 돈이다. 어려운 자식에게 더 주고 싶다. 내 돈인데도 맘대로 안 된다. 당장 죽는 건 아니지만, 유산 정리를 생각할 때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법이다.

위대한 유산은 무엇인가. 한 아들이 상속분(相續分)을 미리 챙겨 집을 나왔다. 세상을 방랑하다 재산을 탕진하고, 종이 되어 돼지 밥을 얻어먹었다. 그는 집이 그리웠지만 돌아가기를 망설였다. 용기를 내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탕자(蕩子)를 맞아들이고 잔치를 베풀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는 유일한 나의 보물이다.” 위대한 유산은 물질적 것이 아닌 정신적 것이다. 자식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는 그 무엇이다.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형제들이 상속 문제로 다투고 있다. 아픈 어머니는 뒷전이고 잿밥에만 관심이다.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했다. 어머니 돈인데도 서로 자기 몫을 주장한다. 인생이 허탈하다. 돈은 버는 것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 현실이 각박하다. 형제들이 욕심을 부리고 있다. 없는 형제는 당연히 돈을 원한다. 돈 앞에선 누구나 욕심을 내게 된다. 있는 형제도 더 많은 돈을 원한다. 돈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욕심이란 무엇인가. 한 청년이 스승을 찾아와 물었다. “어떻게 하면 영생(永生)을 얻을 수 있을까요?” “계명을 지켜라.” 그는 다시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지켰는데, 무엇을 더해야 할까요?” 스승은 대답했다.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 주라.” 그는 재산이 많은지라 근심하며 자리를 떠났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부자 청년은 영원한 생명까지 원하고 있다. ‘욕심이 생기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낳는다.’
 최종 결정은 어머니가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 정신분석가 라캉은 욕구, 요구, 욕망을 구분한다. 욕구(Need)는 생물학적 본능이다. 필요에 따라 나타나고, 충족되면 사라진다. 요구(Demand)는 도움을 받으려는 표현이다. 언어로 표현된다. 욕망(Desire)은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다. 아이는 배가 고픈 욕구를 엄마에게 울음으로 요구한다. 요구에는 배를 채우려는 욕구와 사랑받으려는 욕구가 포함된다. 배가 불러도 사랑 욕구는 남는다. 남아 있는 결핍이 바로 욕망이다(욕망=욕구-요구). 욕구는 무한하기 때문에, 인간의 욕망도 끝이 없다. 욕망이 제로인 상태는 죽음이다. 인간은 욕망이 제로인 상태를 향해 가는 존재다.

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상속을 둘러싼 갈등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울까. 첫째, 살아계실 때 의논하자. 병든 어머니와 돈 얘기를 한다는 게 불경스럽다. 그렇다 해도 살아계실 때 해야 한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갑자기 사고가 나면 모든 게 엉킨다. 자칫하면 소송으로 간다. 소송은 긴 싸움이 될 수 있다. 상속, 증여, 유언, 세금 문제는 복잡하다. 전문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도처에 함정이 많다. 세상에는 해답이 없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화목하기를 원할뿐이다. 돈 때문에 형제들이 원수가 돼서는 안 된다. 사람 나고 돈 나지, 돈 나고 사람 나진 않는다.

둘째, 어떻게든 합의하자. 우선 법대로 ‘N분의1’에서 시작하자. 자식마다 입장이 다르다. 냉정하고 억울하고 치사할 수 있다. 어찌 됐던 모두에게 유익해야 한다. 몇 가지 원칙을 정하자. 가난하거나 기여한 자식은 더 가져간다. 넉넉하거나 미리 챙긴 자식은 덜 가져간다.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가져간다. 합의될 때까지 토론하자. 막연히 기대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어쩌면 어머니가 없는 게 낫다. 나중에 결과만 알려드리면 된다. 모든 것이 합력해 선(善)을 이룬다.

‘악마의 변호인’을 활용하자. 악마의 변호인은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이다. 모두가 찬성할 때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토론을 활성화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는지를 찾도록 해 준다. 어렵겠지만 합의가 된다면, 어머니 생전에 절세 방안도 찾아보자. 증여가 상속보다 나을 수도 있다. 합의할 때 네 가지를 고려하자. 자연스러운가? 공정한가? 합리적인가? 시의적절한가?’

셋째, 어머니가 결정하자. 어머니 재산이다. 어머니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다. 자식들이 합의했다고 따를 의무는 없다. 단지 참조할 뿐이다. 본인 의견이 있다면 그대로 밀고 나가도 된다. 자식들이 끝까지 합의를 안 한다면 어머니 의견대로 하면 된다. 이때는 유언공증이 필요하다. 자식들은 어머니의 어떤 결정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어머니의 마음은 하나다. 분쟁보다는 합의를, 불화보다는 평화를 원하다. 어머니의 마음은 천지(天地)와 같다. 중용에 이런 말이 있다. “천지(天地)는 산하를 짊어지고도 무거워하지 않고, 바다를 담고도 한 방울도 세지 않는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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