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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만나는 핑크 플로이드

박물관에서 만나는 핑크 플로이드

런던에서 열리는 데뷔 50주년 회고전…장비와 소품부터 멤버들 뒷이야기까지 볼거리 풍성해
‘The Division Bell’(1994) 앨범 커버 이미지(좌) - 사진제공·©PINK FLOYD MUSIC LTD / 1967년 콘서트 무대에서 사용된 4채널 입체음향 코디네이터.(우) - 사진제공·©VICTORIA AND ALBERT MUSEUM
록 음악과 박물관은 별 상관없어 보인다. 음악은 우리 머리 속에 살아 숨쉬지 않는가? 하지만 몇몇 록 밴드는 대단한 이야깃거리를 지니고 있다. 박물관은 이런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적합한 장소다. 핑크 플로이드처럼 나중에 기념이 될 만한 물건들을 차곡차곡 모아둔 밴드라면 특히 그렇다. 모든 밴드가 그렇게 선견지명이 뛰어나진 않았다. 최근 열린 롤링 스톤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960년대 런던 이디스 그로브에 있던 그들의 아파트를 (관계자들의 기억과 증언에 의존해) 재현한 방이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첫 앨범 발표 50주년을 맞아 런던 V&A 박물관에서 열리는 회고전(오는 10월 1일까지)에서는 그들의 산 역사를 볼 수 있다. 멤버들이 연주하고 녹음할 때 사용했던 장비는 요즘 사람들의 눈엔 마치 이점바드 킹덤 브루넬이 만든 증기선처럼 매우 육중하고 혼이 담긴 듯 보인다. 박물관 전시용으로 안성맞춤이다.
1973~1975년 콘서트 무대에서 사용된 꽃잎 미러볼 소품.(좌) - 사진제공· ©PINK FLOYD MUSIC LTD / ‘Atom Heart Mother’(1970) 앨범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와이어 카우. - 사진제공·©PINK FLOYD MUSIC LTD
건축과 학생들로 구성됐던 핑크 플로이드는 폼페이 폐허 같은 특이한 장소를 공연장으로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또 배터시 화력발전소 상공에 띄운 핑크색 돼지 인형 등 이색적인 소품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핑크 플로이드는 멤버들 대신 장비와 도구에 이목이 집중되는 걸 좋아했다. 따라서 이 전시회에서도 서서히 머리숱이 적어지는 핸섬한 멤버들보다 장비와 특수효과가 더 시선을 끄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1980년대 호주의 팝 스타 카일리 미노그라면 이런 스타일의 전시회를 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콜드 플레이나 아델이 40년 후 V&A 박물관에서 이런 전시회를 여는 걸 상상하긴 어렵다. 요즘 음반은 녹음실에서 실시간으로 라이브 연주를 직접 녹음하던 핑크 플로이드 시절과 달리 디지털 리어레인징 방식으로 제작된다.
‘The Wall Live’(1979) 앨범 재킷에 사용된 멤버들의 얼굴 마스크.(좌) - 사진제공·©PINK FLOYD MUSIC LTD / ‘Animals’(1977) 앨범 커버.(중간) - 사진제공·©PINK FLOYD (1987) LTD / 1972년 일본 도쿄 공연 포스터.(우) - 사진제공·©PINK FLOYD MUSIC LTD
또 요즘 뮤지션들의 뒷이야기엔 시드 배럿(핑크 플로이드의 창단 멤버로 1968년 약물 중독으로 탈퇴했다) 같은 광기 어린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소셜미디어에서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기 때문에 지나친 행동을 자제하게 된다. 하지만 전시회 소재로 가치를 지니려면 도를 넘는 뭔가가 필요하다. 핑크 플로이드의 이야기가 박물관에 전시된 건 바로 그 지나친 부분 때문이다.

- 데이비드 헵워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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