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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출간 150주년, 무엇을 남겼나] 자본주의가 썩을수록 마르크스는 깨어난다

['자본론' 출간 150주년, 무엇을 남겼나] 자본주의가 썩을수록 마르크스는 깨어난다

자본주의에 대힌 벼린 비판 그 자체가 [자본]의 의미... 자본 독점, 부의 집중 심화할수록 재조명



8일(현지시간) 영국 조기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정치 지형의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달 프랑스에서는 중도진영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한국 국민도 진보후보인 문재인 대통령을 선출했다. ‘못 살겠다 바꿔보자’는 유권자들의 표심은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다. 모처럼만에 세계 경제에 온기가 돌고 있다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일자리 부족과 소득 정체에 신음하고 있다. 오르지 않는 물가가 이를 증명한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자본주의는 위기를 맞았다. 소비자가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데 기업이라고 잘 되겠는가. 대공황 때도 그랬다. 그때마다 칼 마르크스가 150년 전 펴낸 [자본]이 주목 받는다.
올해는 정치사상가이자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칼 마르크스가 독일에서 [자본](원제: Das Kapital)을 출간한 지 150년이 되는 해다([자본]은 국내에서는 [자본론]으로 더 통용됐다. 본지에서는 [자본]과 [자본론]을 혼용해 쓴다). 로버트 L하일브로너는 [세속의 철학자들(Worldly Philosophers)]에서 “[자본]은 자본주의의 부고장”이라고 썼다. 자본주의의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의미다. 마르크스가 [자본]을 집필한 곳은 런던이다. 그는 1849년 자의반 타의반으로 런던에 이주했다. 지금도 그의 무덤은 런던에서 망명 중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을 탈고한 뒤 “이 책은 내가 건강, 행복, 가정을 모두 희생하고 얻은 것”이라고 술회했다. 실제로 마르크스 부부는 소생 6남매 중에 맏아들, 둘째 아들, 셋째 딸을 오로지 가난 때문에 잃었다. 런던의 마르크스는 지독히도 가난했다. 빚 받으러 온 사람에게 “마르크스씨는 위층에 안 계세요”라고 대답하도록 자식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쳐야 하는 형편 속에서 [자본]은 태어났다. 힘들게 세상에 나왔지만 [자본]이 출간 즉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1867년 9월14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간된 [자본] 1권은 초판 1000부가 소진되는 데 5년이나 걸렸다.

칼 하인리히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와 그의 책 [자본] 초판.
[자본]은 어떤 책일까. 작고한 경제학자 정운영은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에서 “[자본]은 자본주의 사회 자체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는 “[자본]은 ‘자본주의 이후’ 사회의 도래를 설교하려는 ‘위험한’ 목적으로 집필된 책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는 예컨대 사회주의를 찬양하고 지지하고 고무하는 따위의 ‘불온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 하일브로너도 [세속의 철학자들]에서 이렇게 썼다. “이윤은 어떻게 떨어지는지, 자본가들은 어떻게 새로운 기계를 추구했는지, 각각의 호황은 어떻게 파국으로 끝나버렸는지, 중소기업들은 위기 때마다 어떻게 대기업에 흡수되었는지 등의 경향을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의 ‘운동법칙(laws of motion)’이라 불렀다. …이러한 예언 가운데 상당수는 현실로 나타났다.”

경제적 불안정이나 부와 권력의 집중 등은 마르크스의 ‘우울한 발견’들이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적합성을 갖는다. 특히 우리가 경기순환이라고 부르곤 하는 ‘공황’ 발생 경향을 자본주의의 내재적 특성으로 인식한 것도 마르크스의 탁견이었다. 호황과 불황의 연속에 대한 그의 예언은 이후의 사건들을 통해 입증됐다.

만인의 평등을 주장했던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사상은 탈자본주의 국가들의 실패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고도화되고 분화된 자본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왜곡된 분배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로잡길 희망한다. 그럴 때마다 마크르스의 이론은 참고서 또는 바이블처럼 등장한다.
 스스로를 해치는 자본의 운동 법칙 ‘독점’
2012년 월가 시위.
[자본]은 자본주의가 외부 공격이 아니라 자신의 운동 법칙 때문에 안에서 ‘녹아서 사라진다’고 했다. 자본가는 이윤을 늘리기 위해 고정설비의 투자를 늘리는데, 경쟁 심화와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이익률은 되레 떨어진다. 이익률이 떨어지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수익을 창출한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신수종 사업이 그런 종류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문어발 확장은 또다시 이익률 저하로 이어진다. 기업들은 생산단가를 낮추고 생산을 늘려 독점 경쟁을 벌이게 된다. 독점 경쟁에서 소수의 자본가가 살아남지만 다수의 기업이 사라지고 일자리는 줄어든다. 노동 환경 역시 나빠진다. 이는 실업률 증가와 가계의 소득을 감소시킨다. 총 수요 감소는 기업의 이익 하락으로 이어져 자본주의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자본]이 출간될 당시 재계에서는 거대 기업이 일반적이기보다는 예외적이었다. 여전히 소규모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거대 기업이 재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1867년 만 해도 깜짝 놀랄 만한 예언이었다. 마르크스는 소규모 독립 장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이 대량 생산의 압박에 견뎌낼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더욱 더 많은 노동자가 시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게 될 것이라고, 즉 ‘프롤레타리아’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 한국에서도 마르크스의 이런 분석은 의미가 있다. 최저 임금도 못 받는 아르바이트생이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떠도는 청년들, 저녁과 휴일이 없는 삶을 사는 직장인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소득 5분위 배율에서 가장 낮은 1분위의 소득은 2016년 전년 대비 5.6% 급감한 데 비해, 가장 높은 5분위 소득은 2.1% 늘었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법인 역시 마찬가지다. 국세청에 따르면 자산이 5000억원이 넘는 국내 대기업은 2016년 1282개로 전체 법인의 0.2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나머지 59만 개 법인보다 많은 107조669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국내 1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24조7894억원에 달한다. 1년 새 50조원 이상 증가했다.

부의 집중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1980년 영국 100대 상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일반 직원들의 25배였는데, 지난해에는 130배로 벌어졌다. 2000~08년 영국 FTSE지수는 30% 떨어졌지만 상장회사 임원들의 연봉은 되레 80% 올랐다. 클린턴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을 맡았던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경제위기의 원인을 ‘근로자가 곧 소비자’라는 명제를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근로자의 저임금과 중소기업의 부진 등에 따른 중산층의 몰락이 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위기의 진짜 원인은 자본주의 생산이 전체 사회의 소비력이 허용하는 이상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궁핍하고 한정된 소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150년 전 [자본]의 예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경우 이런 수요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정책을 사용했다. 가계에 저리로 돈을 빌려줘 집을 사고 소비를 촉진시켜 경기를(사실은 기업을) 부양하는 것이다. 소득이 박한 가계는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의 유혹에 끌리게 마련이다. 1950~80년대 9~10%였던 미국의 세후소득 대비 저축률은 2000년대 3%대로 하락했다. 가계의 소득대비 대출은 60년대 55%에서 2007년 138%로 뛰었다. 그러나 수입이 빈약한 가계가 너도나도 빚을 져 집을 사면 문제는 터지고 만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이유다.

반면에 미국 금융가는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병약한 금융회사를 국유화하고, 3차례의 양적완화(QE)와 초저금리정책을 단행한 덕분이다.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고만 2250만 달러(약 252억원), 골드만삭스의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 2200만 달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빚더미에 오른 수많은 중산층이 길거리로 내몰렸지만 금융 회사 CEO들은 다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소련에서는 태어나기만 하면 그런(20년 이상 가는) 집을 얻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돈이 없다면 노숙을 해야 할 것이다.” 1959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부통령과 ‘부엌 논쟁(Kitchen Debate)’을 벌였던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와 ‘대마불사’ 논란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심화하는 자본의 집중
1929년 대공황 때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의 집중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을 것이라던 미 달러 패권은 더욱 공고해졌고, 금융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졌다. 시장에 돈이 넘치면서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다 자본으로 이익을 올리기가 더욱 쉬워졌다.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우위에 있음은 파리경제대학 교수인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실증 연구를 한 바 있다. 피케티는 인구가 줄거나 정체되면 앞서 축적돼 있던 자본의 힘이 증가하며,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기존 부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고 봤다. 이 경우 부유층 안에서도 부가 분산되지 않고 집중돼 불평등이 고착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피케티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 강력한 조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노동계급의 절대적 삶의 질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 하지만 상대적 빈곤과 노동의 소외 현상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힌다. 자본의 집중은 정보기술(IT) 등 첨단 산업일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구글이 영국의 검색 엔진 시장을 85%나 차지하는 등 최근 플랫폼의 독점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구글이 운영하는 웹브라우저인 크롬의 점유율은 전 세계적으로 56%에 달한다. 글로벌 포털사이트들은 검색은 물론 뉴스·쇼핑·정보 등을 장악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모바일 트래픽 점유율은 77%, 아마존닷컴의 미국 내 온라인 유통 매출은 43%에 달한다.

이런 독점에 따른 위기의 역사는 반복돼 왔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인류의 역사는 자원 분배와 투쟁의 역사”라고 평가한다. 인류는 분쟁 없이 자원을 나누기 위해 제도를 만들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정치제도를 만들며, 남의 것을 뺏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왔다. 자본가·권력자와 노동자 간에는 수천 년의 관계의 역사가 있다. 이 관계가 왜곡되기 시작하면 문제가 불거진다.

고대 로마는 강한 군대를 바탕으로 막대한 식민지를 거느렸다. 그러나 식민지 건설로 발생한 부는 귀족으로 집중됐다. 식민지로부터 저렴한 제품이 유입되며 농사를 생업으로 하던 로마 시민들은 몰락했다. 귀족들은 또 로마제국이 발행한 막대한 전쟁채권을 사들여 돈을 벌었다. 대지주가 크게 늘어났고, 시민은 노예화됐으며 도시 무산자가 증가했다. 이는 로마 내전으로 이어졌고 로마는 몰락했다.
 ‘렌트시커’들의 놀이터 된 정글 자본주의
독일에 있는 마르크스 서점. / 사진·뉴시스
1929년 대공황도 미국을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노동자의 저임금은 가계의 구매력을 짓눌렀고, 소비부진과 과잉생산으로 재고가 남아돌았다. 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렸고 주가는 폭락했다. 영국의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시행한 스무트-홀리법은 보복 관세를 불렀다. 수출이 어려워져 경제난이 심해졌다. ‘자본주의의 파산’을 가로막은 인물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케인스는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완전고용을 위해 공공지출 등 정부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새 일자리를 만들고 시장 경제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정부가 대규모 공공사업에 나서는 뉴딜정책을 단행했다. 케인스는 정부의 ‘개입’을, 마르크스는 정부의 ‘통제’를 강조한 면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케인스의 문제 해결 방식은 어떤 면에서 볼 때는 ‘마르크스적’이었다.

“우리는 스스로 소명 받았다고 믿는 자리를 꼭 얻을 수는 없다. 사회에서 우리의 관계는 스스로 그 관계를 규정할 위치에 이르기 전에 어느 정도 확립됐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김나지움의 졸업에세이 중 하나로 [직업 선택을 앞둔 한 젊은이의 고찰](원제: Betrachtung eines Junglings bei der Wahl eines Berufes)이라는 글을 썼다. 대중은 사회에 종속돼 있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의 나이 17세 때다. 하루 18시간씩 일하고서도 끼니를 거르고 굴다리 밑에서 살 수밖에 없는 당시 노동 환경에 대한 비판이었다. 분배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케인스처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자본의 독점을 제어하고 일반 대중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성장은 운전석에, 분배는 뒷좌석에 둬야 한다”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농담에서 앞뒤 좌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제도적으로 부의 쏠림을 제어해 빈부격차나 가난의 대물림 문제를 해결해야 자본주의도 영속성을 보장받는다([자본]의 부제 역시 ‘정치경제학 비판’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정치권력과 자본이 결탁해 자본가를 위한 제도를 만들고 부당하게 부를 축적하는 ‘정실 자본주의’가 만연하다. 최근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롯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여러 ‘게이트’처럼 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은퇴한 정치인들이 기업에 들어가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큰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재무장관이었던 조지 오스본은 세계 최대의 펀드운용사 블랙록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연간 84만 달러(약 9억4000만원)를 벌고 있다. 또 런던의 신문사인 ‘이브닝 스탠다드’에서 수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대 정치에는 지대 추구행위(rent seeking·기득권을 지키기위한 로비 등 비생산적 활동)가 만연해 있다”며 “정치인들은 은퇴할 때 밀렵꾼으로 변신해 로비 활동으로 돈을 번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달리기만 하는 뒷바퀴(경제)가 방향을 잡아야 할 앞바퀴(정치)까지 제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르크스는 정치가가 자본가와 결탁해 자본가의 편에서 노동자의 착취를 확대시킨다는 노동자의 ‘정치적 소외’ 현상을 설명한 바 있다. 로마 내전도 개혁파가 자원 배분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하자 귀족집단의 후원을 받는 세력이 이에 반발하며 발생했다.

2015년 급진좌파연합(시리자당)을 1당으로 만들어 체제 실험에 나선 그리스도 어려운 상황 속에 신음하고 있다. 시리자는 반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표방한 정당이다. 총리로 선출된 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야니스 바루파키스를 총리로 선출했다. 그는 부유층에 대한 세율 인상을 단행했다. 복지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긴축요구에는 반대했다. 그러나 그리스는 고질적인 재정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유럽연합(EU)의 문제아 취급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우파 성향의 그리스 신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그리스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그리스의 자본은 다시 집중의 본성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성낙선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본의 본성은 증식이다. 제도적 통제와 제어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기업도 사회가 용납하는 수준까지는 (탐욕을) 조절하겠지만 우파 정권으로 바뀌면 또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자본]의 이상과 한계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마오쩌둥, 덩샤오핑의 사진이 걸려 있는 중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잠을 자고 있다./ 사진·뉴시스
“천국의 희망을 말하는 자에게 귀 기울이지 말라”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마따나 이상처럼 완벽한 사회는 없다. 어느 체제나 제도도 모순이 있으며 체제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고쳐 써야 한다는 얘기다. 마르크스가 놓친 것도 많다. 경제 저술가 토드 부크홀츠는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서 “상상력, 독창성, 경영능력과 같은 것들을 마르크스가 빠뜨렸다”며 “이윤증대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이나 경영과 같은 인적 자본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요즘 많이 강조되고 있는 엔지니어의 두뇌와 대담한 투자를 위한 경영자의 용기 같은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성장과 발전 담론을 뒤집을만한 이론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궁지에 몰리면 혁명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는 달리 영국 대중들은 본인들의 일자리를 뺏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투표를, 미국 노동자들은 자본가를 대변하는 도널드 트럼프에 표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파멸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본]은 탐욕의 통제와 분배라는 일반 명제를 담고 있다.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으며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젠가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뺏어 노동자가 설 땅이 없는 날이 올지 모른다. 마르크스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때까지 [자본]은 유령처럼 자본주의의 주변을 배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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