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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의 87%가 가짜라니…”

“도미의 87%가 가짜라니…”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시장이나 식당에서 값싼 생선을 비싼 생선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사례 평균 30%에 이르러
캐나다(왼쪽) 등 세계 각지의 식당에서 내놓는 생선 중 다수가 정체불명인 경우가 많다. / 사진 : NEWSIS
미국 오리건 주 유진은 얼마 전까지 만해도 괜찮은 음식보다는 마약을 구하기가 더 쉬운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의 한 작은 판잣집에서 고바야시 다로가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진한 분홍색인 참치 살을 얇게 저몄다.

고바야시는 ‘마메’라는 일식당의 주인이자 주방장이다. 좌석이 19개인 작은 생선초밥 전문 식당이다. 예약하지 않으면 저녁 10시 이후에나 겨우 비는 자리에 끼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고바야시의 철칙 때문이다. 그는 어느 어부가 어떤 배를 타고 어느 바다에서 잡았는지 정확히 알아야만 생선을 구입한다. 또 제철이 아닌 생선은 고객이 아무리 원해도 절대 사지 않는다.

고바야시는 참치를 잡은 지 닷새가 지나서 요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그래야 참치 살이 잡힐 때 받은 스트레스에서 회복된다고 그는 말했다). 또 살짝 구운 낸터킷 가리비가 노르스름한 색을 띠면 암컷이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자신이 요리하거나 먹는 생선과 어패류를 잘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세계 각지의 일식당 대다수에서 내놓는 정체불명의 생선에 관해 묻자 그는 “손님이 손님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회나 초밥처럼 날 생선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이라면 그처럼 양질의 식재료에 집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해 가짜 생선이 진짜로 둔갑해 팔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폭로한 책이 나와 언론에서 널리 소개됐지만 그 후에도 별 생각 없는 소비자들은 계속 속고 있다.

국제 해양보호단체인 오세아나는 지난해 11월 세계의 수산식품 사기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대부분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보고서에서 2005년 이래 발표된 51건의 공식 논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라벨에 이름을 허위로 붙인 생선이 평균 약 30%에 이르렀다. 고바야시는 오세아나의 이전 보고서에 나온 통계를 가리키며 “도미의 87%가 가짜라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적으로 분개해야 한다.”

수산업계가 변하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느리다. 일식당의 짝퉁 생선이 언론의 도마에 오르자 수산업계는 정직하게 판매하는 생선에 대한 수요에 맞추려고 발버둥친다.

미국에서 이력 추적이 가능한 수산물의 중심지는 많지 않다. 그중 하나가 오리건 주 포틀랜드다. 그곳의 ‘뱀부스시’ 일식당에선 메뉴의 모든 항목에 색이 다른 생선 아이콘이 붙어 있다. 지속가능성과 이력 추적의 평가 결과를 나타내는 표시다. 식당 손님에게 무엇을 먹고 있고 생산지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미국에서 몇 안 되는 일식당 중 하나다. 그런 식당이 드문 이유는 품질 좋은 생선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뱀부 스시의 주인 크리스토포 로프그렌이 말했다. “일식당 대부분은 식구가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체다. 그들은 생선이 필요하다. 그래서 판매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생선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판매업자는 오히려 ‘어느 정도 가격의 생선을 원하느냐?’고 되묻는다. 결국 그들은 그 중간 어디에서 타협한다.”

하지만 로프그렌은 ‘그 중간 어디’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식당에서 요리되는 생선은 모두 고품질에 가격도 적절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그는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어선과 장기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1년 반이나 걸렸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수산식품 사기를 일소하는 데 최대의 걸림돌인 거대하고 복잡한 공급망 문제를 해결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수산물의 92%는 수입품이라고 시애틀에 본부를 둔 트레이스 레지스터의 CEO 필 워덜이 말했다. 그의 회사는 40개국의 고객에게 식품 이력 추적 시스템을 제공한다. 세계 각지의 항구에 도착하는 수산물 대부분의 출처는 수많은 개인 어선이다. 그 어선 전부를 추적하는 시스템은 없다. 바다에서 잡힌 생선이 배의 갑판에서 항구의 부두, 처리 공장, 냉동 트럭으로 옮겨지는 동안 어디서나 라벨을 쉽게 바꿔칠 수 있다. 어느 정도 힘 있는 구매자는 부두에 가서 확인할 수 있지만 소규모 일식당은 그럴 여력이 없다.

이탈리아에선 오세아나가 수집한 농어, 그루퍼, 황새치 샘플 중 식료품점이나 식당에서 허위 표기된 것이 82%나 됐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생선은 아시안 메기다. 농어부터 그루퍼까지 약 18가지 다른 이름의 비싼 어종으로 팔렸다. 캘리포니아대학(LA 캠퍼스)과 로욜라 매리마운트대학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LA 식당의 생선초밥 중 거의 절반은 메뉴에 적힌 이름과 다른 생선을 사용했다.

수산업계는 짝퉁 생선에 관한 우려에 서서히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정부는 수산물 수입 감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신임 정부가 그 프로그램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내년 초부터 시행된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수산물 이력 추적을 강화하는 장치다. 그에 따라 허위 표기 방지를 위한 현장 검사가 늘어날 전망이다. 오세아나의 간부인 베스 로웰은 이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는 어종이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미국 수산연구소(NFI)는 감시 프로그램 시행을 가로막는다며 연방정부를 고발했다. NFI 대변인 개빈 기번스는 뉴스위크에 가짜 수산물을 단속할 수 있는 규정이 갖춰졌는데도 시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 샌타클라라 카운티 검찰은 양식 틸라피아를 3배 이상 비싼 자연산 서대라고 속여 판매한 식당을 적발하고 벌금 12만 달러를 부과했다. 2015년 샌디에이고 검찰은 고객을 속인 생선초밥 식당 8개 업소에 벌금을 물렸다.

단속이 없어도 식당은 품질 좋은 생선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 뱀부 스시가 포틀랜드에서 첫 매장을 연 2008년 한해 동안 손님 3만 명이 그곳을 찾았다. 8년 뒤 연간 고객 수는 36만 명으로 늘었다. 요즘 로프그렌의 손님들은 몇 년 전과 달리 생선의 원산지에 관해 많이 묻지 않는다. 그는 이제 손님들이 자기 식당을 믿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규모 자영 식당은 그런 문제보다 손님을 끌어오는 데만 신경 쓴다.”

국제기구인 해양관리협의회(MSC)의 ‘지속가능한 수산물’ 인증을 받는 어획량이 2014년 이래 겨우 6% 증가했다. MSC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처리공장, 식당, 식품 공급업체의 증가 속도도 마찬가지로 느리다(2870개에서 3334개로 늘었다). 마메 식당이 거의 매일 밤 만원인 이유다. 고바야시는 싱싱한 태평양 눈다랑어 토막을 가리키며 “하와이와 미국 서부 해안 사이에서 잡힌 이 참치를 아이들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떤 참치가 최고인지 아는 게 나의 임무다.”

- 윈스턴 로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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