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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미 솔리드 대표

우영미 솔리드 대표

국내 최초의 남성복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 전세계 패션 시장을 누비고 있는 우영미 솔리드 대표를 만났다. 내년이면 브랜드 설립 30주년을 맞는 그의 남다른 패션 철학과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파리 패션계에서 ‘마담 우’라는 닉네임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우영미 대표. 2014년부터 3년 연속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의 가장 영향력 있는 500인’에 선정됐다.
1998년 탄생한 ‘솔리드옴드’는 단조로운 정장 일색이던 국내 남성복 시장에 ‘남성캐주얼’이란 개념을 처음 정착시킨 브랜드다. 2002년에는 ‘WOOYOUNGMI(우영미)’라는 이름으로 패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 진출해 디올·겐조·프라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2013년 홍콩을 시작으로 영국·미국·호주·일본·중국·싱가포르 등지에 연이어 매장을 열며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까지 세계 주요 도시에 100개 매장을 내는 것이 목표다. 지난 6월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우영미(58) 솔리드 대표를 만났다. 내년이면 솔리드옴드 탄생 30주년을 맞이하는 그는 “대기업들이 점령하고 있는 척박한 한국 패션 시장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며 “패션 생태계가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려면 새로운 브랜드와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리드옴므가 론칭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 30년간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남성 패션계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남성들 안에 갇혀 있던 감성이 폭발했다. 빠른 경제성장을 통해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패션에 대한 욕망이 밖으로 분출된 것이다. 요즘 해외 바이어나 기자들에게 한국 남자들이 전세계에서 가장 세련됐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우리 브랜드가 그런 부분에 기여한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



그간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우리의 자랑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브랜드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패션 비즈니스는 대기업들이 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이너들이 설 토양이 없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나를 통해 가능성과 희망을 봤으면 한다.



최근 근황을 밝혀 달라.


우리는 ‘솔리드옴드’와 ‘우영미’라는 2개의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현재 솔리드옴므의 영토를 확장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럭셔리를 지향하는 우영미는 시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솔리드옴므는 좀 더 대중적인 브랜드다. 글로벌 브랜드로 커나갈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유럽에선 이미 검증을 마쳤다. 이를 토대로 중국에서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다.



브랜드 확장 계획은?


지난해 토털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액세서리 라인을 론칭했다. 여성복 쪽도 고민 중인데 내년이나 내후년쯤에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영미가 하는 여성복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 달라.
 남자옷 짓는 유일한 여성 디자이너
우 대표는 전세계 주류 패션계에서 남성복을 만드는 유일한 여성 디자이너다. 건축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1982년 성균관대 의상학과를 나와 패션계에 입문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세계 4대 패션쇼(파리·밀라노·런던·뉴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패션 철학을 뽐내며 최정상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지난 2011년 한국인 최초로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에 선정, 해외 유명 브랜드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남성복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LG패션(당시 반도패션)에 입사했다. 거기서 월급 디자이너로 5년간 일했다. 여성복으로 시작했는데 잘 맞지 않았다. 그 당시 여성복은 페미닌한 스타일이 대세였다. 내 안에 내재된 캐릭터가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근데 그때만 해도 남성복은 카테고리가 따로 없었다. 남자가 멋을 부리면 죄악시되고 경멸당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남자옷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누를 수가 없었다. 결국 나만의 옷을 만들고 나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어 회사를 뛰쳐나왔다.



창작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패션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한다. 동시에 아이덴티티도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자기 자리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체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옷으로 꾸준히 갈아입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 그런 부담감은 평생의 업이다.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항상 괴롭혀야 한다. 언제나 긴장하고 촉을 세우는 삶이 쉽지는 않다.



브랜드의 가장 큰 경쟁력을 꼽는다면.


디자이너가 오너라는 점이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 옷을 입은 사람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지금도 내 업무의 8할은 디자인이다.



기업가로서 욕심도 있을 거 같은데.


사실 회사 볼륨을 키우기로 작정했으면 벌써 했을 것이다. 20년 전부터 ‘세컨드 브랜드를 왜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지겹도록 들었다. ‘중국에 대리점을 열겠다’는 사람들도 수없이 찾아왔다. 홈쇼핑 제안도 많았다. 이렇게 유혹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자문했고 대답은 언제나 ‘노(no)’였다. 패션은 습성 자체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 같다. 대기업에 비해 더딜 수는 있겠지만 진정성을 갖고 순리대로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을 밝힌다면.


담당 부서에서 5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매출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옷을 만들지는 않는다. 물론 현실과 타협해야 할 때도 있다. 외환위기와 메르스 때도 사실 많이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미래 비전을 말해줄 수 있나.


전세계에서 남자옷을 가장 잘 만드는 패션 하우스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엄청난 단련이 필요하다. 패션은 속성상 안주할 수 없다. 변화와 혁신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비즈니스다. 그런 걸 적당히 즐기면서 어려움을 헤쳐나갈 계획이다. 지난 30년간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 확신한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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