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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국경 없는 국경 분쟁

히말라야의 국경 없는 국경 분쟁

G20에서 만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악수가 양국의 적대적 대치를 종식시키는 신호일까
히말라야 도클람 지역에서 인도군을 향해 ‘국경을 넘었으니 돌아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보이는 중국군.
지난 3주 동안 인도 언론의 보도와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성명을 접할 때마다 곧 히말라야 국경에서 양국 사이의 전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1962년 바로 그곳에서 똑같은 국경 문제로 전쟁이 발발해 인도가 중국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던 때로부터 55년이 지난 지금 말이다.

물론 양쪽 다 전쟁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그 지역에서 양국의 대립이 오래 지속되면서 최근 들어 이전보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더 커졌고 언론도 더 시끄러워졌다. 그러다가 지난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만나 미소 지으며 담화를 나누면서 양국 사이의 긴장이 상당히 완화된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히말라야에서 벌어진 양국의 군사적 대치는 중대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인도와 중국은 경계 표시가 없는 약 400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1962년 전쟁 이후에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실질통제선(LAC)을 설정해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있다. 그중 인도-중국-부탄 국경 인근에서 중국군의 일방적인 도로 건설을 둘러싸고 양국이 충돌했고, 그 사이에 낀 작은 왕국 부탄도 양대 핵 강국의 국경 분쟁에 처음으로 휘말렸다. 중국과 인도, 부탄은 모두 이 지역의 국경이 1890년 중국과 영국 간의 조약에서 확정됐다고 인정하지만, 실제로 3국 국경이 만나는 지점을 놓고서는 20㎞ 이상 견해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특히 중국 언론이 인도-중국의 군사적 대치를 가속화하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7월 9일 부탄과의 국경 문제에 인도가 개입한 것은 카슈미르 북부 지역(인도령)에 중국의 개입을 정당화해준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카슈미르에서 파키스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제3국의 군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중국은 무력 시위로 공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히말라야에서만이 아니라 남·동중국해 같은 곳에서도 영향력과 세력을 확장하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20년 전인 1997년 6월 30일 영국으로부터 반환 받은 홍콩에 대한 독자적인 주권도 주장한다.

지난 6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주석이 별도 회담을 가졌다.
영국과 중국이 1984년 정식 체결한 홍콩반환협정은 1997년 7월 1일 홍콩을 중국에 반환해 특별행정구를 설치하고 영국은 1997년 이후 50년 동안 홍콩이 현행 체계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도록 감독하는 등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정신을 담고 있다. 그러나 홍콩반환 기념일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영국이 홍콩의 미래에 간섭할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홍콩반환협정은 “이제 역사”라며 “아무런 실질적인 의미나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은 홍콩에 대한 주권이 없고, 지배하고 감독할 힘이 없다. 관련된 사람들이 이런 현실을 잘 알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영국 외교부도 중국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 공동선언은 30년전 서명 당시만큼이나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 뿐인 듯했다.

그와 비슷한 ‘인도 때리기’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대변인은 지난 6월 29일 “인도가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며 1962년 양국 전쟁에서 인도의 뼈아픈 패배를 상기시켰다. 인도 육군참모총장이 인도군은 “2와 2분의 1 전선에서 전쟁 치를 태세를 갖췄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2와 2분의 1’ 전선이란 인도가 대립하는 중국과 파키스탄, 그리고 내부의 극단주의 세력을 의미한다.

영국은 홍콩 내부 상황을 감독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고 인도의 전쟁 대비 태세 언급도 과장된 측면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틀 사이에 홍콩 문제와 관련해선 영국에, 1962년의 전쟁과 관련해선 인도에 직격탄을 날린 중국의 그런 태도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강해졌다는 표시였다.

그렇다고 물러설 인도도 아니다. 베이징에서 흘러나오는 공격적인 발언에도 인도는 줄기차게 중국의 영토 야심에 제동을 건다. 어쩌면 모디 총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두고 한 언급을 귀담아 들었는지 모른다. 오바마는 “중국은 강한 저항에 부닥칠 때까지 최대한 밀어붙이는 특성이 있어 중국을 대할 때는 상당히 단호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히말라야에서 중국군은 수년 동안 도로를 건설하며 부탄 영토 안으로 서서히 진입했다. 그런데도 사실상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았다. 현재의 위기는 중국군의 도로 건설이 특히 민감한 도클람 고원 지역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 지역을 두고 부탄과 중국 모두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중국은 그 지역을 ‘둥랑’이라고 부른다). 부탄은 중국과 외교관계가 수립돼 있지 않아 인도 주재 부탄 대사가 중국 정부에 항의했으며 부탄과 인도가 함께 중국 측에 도로 건설 중단을 요청했다. 인도 외교부는 중국이 이 지역의 현 상태를 변경하려는 것은 중대한 안보적 의미가 있다며 “최근 중국의 조치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중국·부탄·인도의 국경이 맞물리는 이 지역에서 한쪽의 어떤 일방적 조치도 기존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인도 국경 분쟁으로 시바신의 성지로 알려진 순례지 출입이 막히자 힌두교 계열의 우익 단체 활동가들이 인도 뉴델리에서 중국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곳은 인도와 중국이 국경 분쟁을 벌이는 주된 지역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도클람 고원은 서쪽의 인도 시킴 주, 동쪽의 부탄 사이에 위치한 춤비 계곡을 내려다 본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V자 지형인 춤비 계곡은 중국의 자치구인 티베트에 속한다.

해발 2900m에 위치한 춤비 계곡은 실리구리(‘닭의 목’이라는 뜻) 회랑으로 불리는 인도 영토와 맞닿아 있다. 이 회랑은 인도 대부분의 지역과 동북부 주를 연결하는 유일한 육상로다.

중국으로선 춤비 계곡에서 실리구리 회랑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인도를 동북부 주와 차단시키고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중국은 이곳 역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를 침공하는 동시에 다른 주와 부탄의 영토를 점령하기에 더욱 유리해진다.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시브샹카르 메논은 현지 온라인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이 그곳에 도로를 건설하면 전략적인 이점이 아주 크다고 지적했다. 그런 민감성 때문에 부탄이 중국의 도로 건설에 반대했고 인도는 중국군과 대치하면서 도로 건설을 막았다. 급기야 중국군은 인도군이 시킴 주 인근 도클람 지역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 영토로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26일 모디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나기 직전 중국은 인도군이 자국 영토를 침범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인도 측에 항의했다. 이를 두고 관측통들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로 아시아 대국을 꿈꾸는 중국이 남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 파트너로 떠오른 인도를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행동이라고 평했다. 인도가 미국에 계속 가까워질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중국이 경고하는 뜻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모디 총리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거부하는 등 이전보다 더 단호한 자세를 취하자 중국은 상당히 불쾌한 내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에 부탄의 반대는 뜻밖이었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낀 부탄은 늘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월 29일 인도 주재 부탄 대사관은 중국 대사관에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베트소프 남기엘 부탄 대사는 인도의 주요 통신사에 “최근 중국군이 도클람 지역의 좀플리에 있는 부탄군 캠프 쪽으로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며 “양국 사이의 합의를 위반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합의란 부탄과 중국이 분쟁 중인 국경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평화와 평온’을 유지한다는 양국 간의 협정을 말한다. 두 국가간의 국경 분쟁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역사 문헌의 진위 여부를 따져야 하고 부탄이 국경을 확정하지도 않았던 시절인 한 세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협정도 있기 때문이다. 1890년 영국과 맺은 조약으로 중국은 둥랑의 주권을 확보했지만 그 후 부탄이 그곳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과거 인도는 부탄의 외교 문제를 대신 처리했지만 지금은 자문 역할만 한다. 그러나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가깝다. 이번 사태에서 곧바로 부탄 편을 든 인도의 반응이 그런 점을 말해준다. 부탄은 중국과 외교 관계가 없으며 중국의 국교수립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 하지만 580㎞에 이르는 국경 문제를 두고선 양국이 자주 회의를 갖는다.

그러나 2년 전 내가 부탄을 방문했을 때 가졌던 대화를 근거로 보면 인도의 고압적인 부탄 내정 간섭에 관해 부탄이 분노한다는 점이 분명했다. 현지에선 인도의 역할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국과 공식 외교를 수립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었다.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양국 관계가 위험할 정도로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실제로 양측은 공식 회담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심지어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 측 대변인은 양국의 공식 회담 여부와 관련해 “분위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시 주석과 모디 총리 사이의 비공식적 만남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정상은 서로 경제와 테러 대응에서 성공한 것을 치하했을 뿐 국경 산악지대에서 벌어진 군사적 대치에 관한 언급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라 적어도 양국 정부 사이의 긴장은 어느 정도 완화된 듯하다. 이 위기가 어떻게 해결될지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중국과 부탄 사이의 협상에 따라 인도와 중국이 문제의 지역에서 동시에 철수하는 데 동의함으로써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함부르크에서 만나는 날 중국 정부는 인도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신변 안전 경보를 발령하며 각별히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양국 정상이 만나기 직전에 벌어진 소란스런 외교적 공세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지난 7월 10일 인도와 일본, 미국은 인도양에서 연례 해군 합동훈련을 시작했다. 그들 모두 중국의 영토 확장 야심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한편 인도에 세워진 티베트 망명정부의 롭상 상가이 총리가 지난 7월 5일 북인도 라다크의 판공 호수에서 티베트 국기를 펼친 것도 인도와 중국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판공 호수는 해발 4267m에 위치하며 중국의 티베트 자치구와 인도 사이의 국경에 걸쳐 있다. 그곳에서 티베트 국기가 처음 펼쳐진 것은 중국의 분노를 부를 게 뻔했다. 그동안 중국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망명정부가 정치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서 인도에 머무는 것을 용인했다.

이처럼 중국과 인도의 관계는 언제나 복잡하다. 1962년 전쟁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그랬다. 그러나 영토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야심이 갈수록 커지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 많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40년 동안 인도와 중국 사이의 국경 지대에서 군사적 대치는 자주 발생했지만 실제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총격전이 자주 벌어지는 인도-파키스탄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통제선을 사이에 두고 인도령과 파키스탄령이 분리돼 있다)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곳에서도 총성이 울려퍼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 존 엘리엇



[ 필자는 인도 뉴델리 주재 언론인이다. 그는 최근 저서 ‘내파: 인도의 현실과 밀회(IMPLOSION: India’s Tryst With Reality)’를 펴냈다. 이 기사는 ‘라이딩 더 엘리펀트(Riding the Elephant)’ 블로그에 먼저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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