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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앞에서 우리는 하나다]

[평화 앞에서 우리는 하나다]

이라크군이 이슬람국가(IS)의 거점을 탈환하자 서로 반목하는 미국·이란·시리아·러시아 모두 한목소리로 축하 보내
지난 7월 9일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가운데)는 IS가 점령했던 모술을 찾아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이라크군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그들의 최대 거점 도시인 이라크 모술에서 격퇴하자 서로 으르렁거리던 미국의 우방과 라이벌이 한목소리로 축하하고 나섰다.

지난 7월 9일 이라크 보안군과 IS 잔당의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IS가 점령했던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찾아 IS를 몰아낸 보안군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우리는 해방된 모술의 심장부로부터 승리를 선언한다. 우리는 단합된 힘으로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를 격퇴했다. 우리는 피와 희생·노력을 통해 이라크, 그리고 그 땅과 국민을 해방시켰다. 오늘 우리의 승리는 암흑에 대한 승리이며 잔혹함과 테러에 대한 승리다. 나는 이곳에서 테러리스트 다에시가 선언했던 거짓 테러국가의 종식과 실패, 붕괴를 선언한다.”

이라크 정부의 모술 공식 해방 선언은 IS가 이 도시를 점령한 지 3년, 이라크군이 모술 탈환 작전을 개시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이라크군의 모술 탈환 작전은 21세기의 최대 전투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그 대단원의 막이 내리면서 세계가 이라크에 찬사를 보냈다. 이라크군을 축하하기 위해 나선 국가들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IS를 상대로 한 전쟁의 다면적인 성격과 관련 국가들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IS 격퇴를 위해 구성된 미국·이라크 합동군의 사령관인 스티븐 J. 타운셴드 미군 중장은 지난 7월 10일 미군 중부사령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IS와 싸우는 연합군은 알아바디 총리와 이라크군이 잔혹하고 사악한 적을 상대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것에 심심한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이 승리만으로 IS가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며 아직 힘든 싸움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IS가 쌍둥이 수도(시리아 라카와 이라크 모술)이자 그들이 말하는 ‘칼리프 국가’의 핵심 거점을 잃은 것은 치명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이 대독한 성명을 통해 IS에 의해 잔혹하게 희생된 수많은 이라크인에 애도를 전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이번 승리가 이라크와 시리아의 거의 절반을 점령했던 IS를 격퇴하는 다국적 노력에서 “중대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치하했다.

그러나 미국과는 별도로, 때론 서로 상충하는 목표를 위해 IS와 싸우는 다른 나라들도 이라크 축하에 동참했다. 이란은 2014년 IS가 급부상한 이래 그들에 맞서기 위해 병력과 무기, 자금을 계속 제공했다. 그에 따라 이란은 달갑진 않지만 유익한 미국의 파트너가 됐다. 사실 이란도 미국도 IS와 싸우는 데 있어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지만 두 나라 모두 현지 지원세력을 통해, 또는 직접적인 개입으로 이라크군을 지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IS 연합군은 이라크군과 경찰만이 아니라 쿠르드족 민병대도 지원했다. 반면 이란은 시아파가 다수인 친(親) 이란 성향을 띤 ‘민중동원군(PMF)’을 통해 IS 퇴치 작전을 펼쳤다. PMF는 이라크 보안군과 쿠르드족 민병대와 함께 IS에 맞서 싸우지만 미국은 그들이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이란의 대리 역할을 한다고 비난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7월 9일 트위터를 통해 “용감한 (이라크) 국민과 이라크 정부에 모술 해방을 축하한다”며 “이라크인이 힘을 합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알리 샴하니 사무총장은 “이란은 이라크의 이재민과 전쟁 부상자, 도시 재건, 핵심 인프라 건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관영 IRNA 통신이 전했다. 혁명수비대 대외작전을 이끄는 카셈 솔레이마니 소장도 모술 승리를 축하하며 이라크군에 대한 지원을 표명했다.

이라크로부터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 받은 PMF는 모술과 이라크 서부의 시리아 접경을 주무대로 작전을 펼쳤다. 시리아에선 이란이 지원하는 다른 세력들이 IS와 싸웠다. IS는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했을 때 다른 지하드 단체에서 분리된 뒤 2013년 시리아로 침투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부와 저항세력들 사이의 내전을 틈타 세를 확장했다. 시리아군은 전국적인 반란에 직면해 여러 주요 도시에서 퇴각했다. 그러나 2015년 러시아의 개입과 이란이 직접 지원하는 친정부 민병대 덕분에 많은 지역을 탈환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보다 아사드 대통령에게 훨씬 관용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4월 시리아 정부군이 민간인을 화학무기로 공격했다고 알려지자 시리아군에 대한 공격을 처음으로 미군에 지시했다. 아사드 대통령과 언제나 그의 편을 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민간인 화학무기 공격을 극구 부인했다. 그 사건으로 시리아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의 사이가 크게 틀어졌다.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 개막된 G20 정상회의에서 더욱 긴밀한 상호 협력을 약속한 뒤에도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궁극적으로 시리아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반면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재천명했다. 시리아 국영 아랍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도 이라크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IS를 완전히 궤멸시키기 위해 이라크와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IS가 선포한 ‘칼리프 국가’가 이라크에서 사실상 붕괴하면서 IS의 나머지 전력 대부분은 현재 시리아에 있다. 시리아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IS를 격파하기 위한 별도의 전투를 수행 중이다. 시리아 정부는 그 영토의 미군 주둔을 불법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미국은 시리아 정부를 거부하는 한편 강경 수니파 단체가 지배하게 된 반군의 대부분과도 거리를 두면서 아랍·쿠르드연합인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한다. 반면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계속 지원한다.

러시아도 이라크군의 모술 승리가 IS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축하했다. 그러나 공습으로 인한 희생을 미국 탓으로만 돌렸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서를 통해 “모술 해방은 이라크군과 민중 민병대, 쿠르드족 페슈메르가 부대의 용기와 인내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의 우방인 이라크 정부와 국민이 공동의 노력을 통해 테러리스트 위협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동시에 모술의 해방을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크군은 병력 약 3만 명이 사망했다. 모술 주민 약 7000명은 해방 작전 도중 목숨을 잃었다. IS의 반격과 미국이 주도하는 반IS 연합군의 공습 때문이다. 또 모술 주민 약 90만 명이 난민이 됐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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