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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도 성전환한다?

물고기도 성전환한다?

강물 오염시키는 유사 에스트로겐 물질의 영향으로 수컷이 암컷처럼 난소 조직 생겨
잉어는 영국에서 흔한 물고기다. 강물 오염으로 수컷 잉어에 난소가 생기는 ‘암컷화’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피임약과 가정용품에 포함된 에스트로겐류 화합물이 영국의 강을 오염시키면서 물고기도 큰 피해를 입는다. 그 영향으로 일부 수컷에 암컷의 난소 조직이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초 영국 수산학회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여러 논문은 환경이 화학물질로 오염되면서 물고기의 암수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논문들은 유사 에스트로겐(체내에서 여성 성호르몬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하는 화합물)의 효과에 대한 25년에 걸친 연구 결과다.

유사 에스트로겐으로 확인된 화합물은 2000가지가 넘는다. 이런 물질이 영국의 민물 물고기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엑시터대학의 연구팀에 의해 관찰됐다. 연구팀은 영국 전역의 약 50곳에서 물고기 표본을 수집했다. 주로 잉어에 초점을 맞췄지만 모샘치와 제브라피시도 포함됐다. 그 결과 담수를 오염시킨 유사 에스트로겐 물질이 수컷 물고기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찰스 타일러 교수는 “유사 에스트로겐 물질이 물고기의 생식이나 암수 전환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물고기의 행동과 면역체계, 뼈 같은 조직이 발달하는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표본 중 일부 수컷은 알을 낳기도 했다고 타일러 교수는 말했다. 그런 물고기는 생식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표본이 수집된 곳에서 수컷이 정소보다 난소를 발달시키는 완전한 성전환 과정을 거치는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유사 에스트로겐 물질은 의약품·가정용품·산업 폐기물·공업 폐수에서 발견된다. 비스페놀처럼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질도 있다. 우리 몸이 자연적으로 생성하는 호르몬, 또는 호르몬제 피임약이나 호르몬 대체요법제에 사용되는 물질도 포함된다.

타일러 교수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2만~3만 가지 화학물질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 대부분이 환경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중 수천 가지는 동물의 내분비계를 교란시킨다. 특히 우리가 초점을 맞춘 물질은 물고기의 성별을 바꿀 수 있다.”

이런 유사 에스트로겐 물질이 물고기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이제야 겨우 발견되기 시작했다. 피임약에 함유된 호르몬제는 수컷의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통해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비스페놀은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등 여러 가지 경로로 작용해 더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이 연구는 아주 흔한 물고기인 잉어에 초점을 맞췄지만 타일러 교수는 이런 생물학적 변화가 희귀 물고기 종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컷화된 물고기는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발견됐다. 다른 물고기도 유사한 작용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 마사 엔리케스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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