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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일자리 접수는 소매점부터

로봇의 일자리 접수는 소매점부터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수행하는 판에 박힌 업무가 가장 먼저 사라질 듯
자동화와 로봇의 부상이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전통적으로 저숙련 근로자에게 돌아가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사진은 아이스크림점의 로봇 점원.
과거 사람이 하던 일을 앞으로는 로봇이 떠맡게 된다. 그에 따라 소매유통 업계가 상당히 큰 타격을 받을 듯하다.

그렇다고 로봇 일꾼 군단의 등장으로 사람이 아예 필요 없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프리크루터의 케이티 바레라 수석경제고문에 따르면 대신 쉽게 자동화될 수 있는 일자리는 남지 않게 된다. 2010년 창업한 지프리크루터는 소규모 사업체들이 저비용으로 채용 공고를 널리 알리도록 돕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은 “미국과 영국 각지의 수백만 명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더 나은 삶을 누리는 마켓플레이스”가 됐다.

하버드대학 출신의 경영·경제학 박사인 바레라 고문은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수행하는 판에 박힌 업무가 가장 먼저 로봇에 넘어간다고 메일로 답했다. “소매유통 업계에선 계산원이 자동화 위험에 가장 취약한 직종으로 꼽힌다. 이는 그 업계 종사자들에겐 그렇게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예컨대 타겟·CVS·코스트코 등에 셀프 체크아웃 기기가 얼마나 많이 설치됐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스타벅스가 개발한 모바일 주문과 결제가 부상하자 다른 체인들도 도입하면서 인간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러나 커피 회사의 경우 그런 근로자들이 대체되기보다는 주문을 처리하는 자리로 이동해 매장 내 생산라인의 속도를 높여준다. 스타벅스의 경우 카운터 뒤편의 공간 제약으로 직원을 늘릴 수 없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조치다. 그러나 어느 체인이나 모두 상황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경우 로봇과 자동화가 사람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진다.

바레라 고문은 ‘이런 업무에서 사람의 역할을 잠식해 들어갈 뿐 아니라 이런 과업의 수행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신기술이 개발된다’며 ‘시애틀 도심에 있는 아마존의 슈퍼마켓은 직원을 한 명도 두지 않고 대신 기계학습과 인공지능 기반의 신기술 서비스에 의존한다’고 썼다.

모바일 주문과 결제의 부상도 사람 일자리의 감소를 재촉한다. 맥도널드의 자동주문 키오스크.
현재 소매유통 시장의 종사자 입장에선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기보다 소속 사업체가 망하거나 매장 문을 닫게 될 위험이 더 크다. 스타벅스나 아마존 같은 탄탄한 회사는 업무 자동화에 투자할 만한 자금을 갖고 있지만 사업이 부진한 체인들은 자금난에 허덕이기 쉽다.

바레라 고문은 ‘소매유통업 종사자가 보유한 기술 중 다수는 현재 수요가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런 상태가 유지되겠지만 아직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다른 직종을 찾도록 그들에게 권하고 싶다’며 ‘이것이 말 그대로 소매유통 종사자의 종말이라고는 보지 않지만 그 직종의 성격이 바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썼다. 또 그녀에 따르면 소매유통은 “미국인 10명 중 1명에게 거대한 안전망을 제공”했지만 몇몇 큰 결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상당수 소매유통 일자리(특히 자동화될 만한 유형)는 역사적으로 임금이 낮으면서 근무시간도 불리한 편이었다.

자동화의 확대와 함께 오프라인 소매유통의 위축은 업종 내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 바레라 고문에 따르면 이는 궁극적으로 근로자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다. 그녀는 ‘이는 소매유통 종사자들이 다른 기회를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이 혁신을 거침에 따라 새로 창출되는 고용기회는 먼저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우리는 낙관한다’고 적었다.

이는 이혼하고 나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열린다는 조언과 다소 비슷한데 바레라 고문은 분명 ‘컵에 물이 반이나 차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이른바 ‘소매유통의 종말’이 “현대의 작업장에서 효율성을 개선할 기회를 창출하고 무엇보다도 근로자 가치평가의 기준을 더 높게 설정한다”고 믿는다.

자동화와 로봇의 부상이 즉각적이거나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전통적으로 저숙련 근로자에게 돌아가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근로자가 기술을 습득하며 숙련도를 높여가는 동안 이들 일자리가 경력으로 향하는 통로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숙련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듦에 따라 근로자는 그 항목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더 많이 공부하고 교육훈련 옵션을 모색하거나 아직 사람이 지배하는 소매유통 분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계산원 자리는 곧 로봇에 넘어갈지 모르지만 웨이터는 필시 다를 것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취업시장이 변하고 있다. 일부 소매유통 일자리는 남겠지만 자동화가 이제까지보다 더 큰 현실로 바짝 다가선 뒤에도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 대니얼 클라인 아이비타임즈 기자



[ 이 기사는 금융정보 사이트 모틀리 풀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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