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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이제 로봇에 물어보세요

메이크업 이제 로봇에 물어보세요

스타일리스트 대신 AI 챗봇이 예산과 기후를 토대로 고객의 취향 파악한 뒤 제품 추천해
지난 6월 하순 다이내믹 일드는 화장품 전문 매장 세포라 동남아시아 사업부와 AI 파트너십을 출범시켰다.
인공지능(AI)이 4450억 달러의 뷰티 업계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오프라인 소매유통 업계에 위기감이 팽배한 환경에서 AI 기반의 새로운 쇼핑 체험을 창조한다.

헤드라이너 랩스 공동창업자 캐롤린 클래트는 “미용업계로선 전자상거래를 뚫기가 다른 업종에 비해 어렵기로 유명하다”며 “스타일리스트의 추천이 매장 매출증가의 제1동력”이라고 IB타임스에 말했다.

뉴욕 기업 헤드라이너는 뷰티 브랜드 대상으로 맞춤 AI 챗봇을 개발하는 수많은 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바로 15년 전까지 사람들이 뷰티 제품을 어떻게 구입했는지 생각해 보면 이 같은 첨단기술로의 전환이 얼마나 극적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쌓아 놓은 잡지 더미 주위에 젊은 여성들이 모여 있다. 제품 추천 정보를 찾아 페이지를 뒤적이며 이들 제품을 써봤는지 서로 묻는다. 잡지는 기껏해야 지성 피부나 민감성 피부, 곱슬 머리나 컬러 머리 같은 한 두 가지 개별적 특성만 다룬다. 두 가지 다 있다고? 습진 같은 피부질환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정보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어 젊은 여성들은 쇼핑몰로 이동해 제품을 찾는다. 원하는 색상의 재고가 남아 있으면 다행이다. 그리고 스타일리스트에게 사용법을 묻는다. 전속 스타일리스트를 둔 고급 매장을 이용할 만한 여력이 없는 여성은 종종 입소문이나 시행착오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그들의 경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평균적인’ 외모에 ‘몸단장을 잘한’ 여성은 외모를 덜 가꾼 동료보다 통계적으로 연간 소득이 6000달러 높다.

제반 조사에서 직장 여성은 종종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로 평가 받는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 여성의 소득 잠재력에 미치는 이 같은 영향은 때때로 ‘메이크업 세(makeup tax)’로 불린다.

전통 스타일리스트는 쇼핑객이 메이크업 세와 관련해 도움을 받는 세무사 격이다. 하지만 필시 그 여성들에게는 관심 밖의 다른 고가품을 추천할 것이다. 이 같은 성가신 절차를 거치더라도 스타일리스트의 안목은 전문가의 맞춤 조언을 얻는 유일한 통로였다. 클래트 공동창업자는 “AI가 그중 일부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며 “시장판도를 바꿔놓는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

클래트 공동창업자는 지난 2개월 동안 회사 페이스북 메신저 챗봇의 상담이 5만여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쇼핑객은 상담 중 채팅을 통해 직접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챗봇은 예산과 현지 기후 등 복잡한 요인들을 감안한 뒤 오랜 단골 헤어 스타일리스트처럼 쇼핑객의 개인적 취향을 파악한다. 클래트 공동창업자는 “수천~수만 가지 조합이 있다”고 말했다.

AI 챗봇은 수집한 데이터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채팅하는 쇼핑객이 많아질수록 추천 능력도 향상된다. 브랜드들은 그 데이터를 제품 개발과 자체 웹사이트의 온라인 맞춤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6월 하순 신기술에 정통한 마케팅 업체 다이내믹 일드는 화장품 전문 매장 세포라 동남아시아 사업부와 AI 파트너십을 출범시켰다. 호주로부터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쇼핑객을 대상으로 세포라의 웹사이트·뉴스레터,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에서 직접 맞춤 쇼핑 체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다이나믹 일드의 무쿤드 라마찬드란 글로벌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제품 추천이 파트너십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천편일률적인 웹사이트 하나 만들어놓고 경쟁이 되기를 바라선 안 된다”고 했다. AI는 세일 제안부터 사이트에 표시되는 언어와 이미지 유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맞춤 설정할 수 있다.

유럽 중심적 기준이 지배하는 뷰티 산업의 획일적인 광고는 여성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과학 실험에서 입증됐다. AI는 그런 광고를 뒤엎고 다양한 피부색의 여성들에게 맞춤 옵션을 제공한다. 가령 짙은 색 피부의 아시아 여성에게는 홍콩에 있는 더 옅은 피부를 가진 중국계 여성 대신 말레이시아 원주민의 피부에 어울리는 외모의 모델을 내세운 광고를 보여준다. 커버걸과 시세이도 같은 브랜드는 AI 기반 모바일 앱을 출시해 고객이 자신의 피부색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제품을 찾도록 돕는다.

중국 AI 혁신의 주역인 바이두를 투자자로 둔 다이내믹 일드는 의류 브랜드 어번 아웃피터스, 라모다 같은 업체들과도 제휴했다. 라마찬드란 부사장은 이들 AI 솔루션을 이용하면 제품 추천만 할 때보다 쇼핑객 당 매출이 평균 180% 늘어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세포라의 버추얼 아티스트 앱이 AI에 증강현실을 결합해 디지털 변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같은 AI 전자상거래 혁명의 목적은 신기술에 정통한 마케팅이나 소셜미디어 챗봇뿐이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을 지향한다. 뷰티 브랜드들은 이젠 여성에게 업계 기준에 맞추도록 장려하는 대신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적응해야 한다. 분명 뷰티 업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도 복잡하다. 그러나 이용자 중심의 접근하기 쉬운 쇼핑이 혁신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AI는 이 모든 첨단 솔루션을 하나의 응집력 있는 쇼핑 체험으로 묶는 열쇠다. 라마찬드란 부사장은 “웹사이트의 한 부분만 사용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할 경우 데이터 활용도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채널, 모든 개인화 체험 전반을 아우르는 솔루션을 이용한다면 훨씬 더 풍부한 데이터를 얻게 된다. 머신러닝(기계의 자율적인 학습과 성능향상 과정)을 토대로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 리 쿠엔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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