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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에 지각변동 일으키는 블록체인

자본시장에 지각변동 일으키는 블록체인

주식부터 부동산까지 모든 기록 압축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거래 편하고 위조 어렵다
블록체인이 주식시장부터 부동산까지 다양한 분야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사진은 KT가 개발한 블록체인 전자문서관리 시스템.
취미로 논쟁을 즐기는 보수적 이론가들이 많은 곳을 찾는다면 필시 가까운 주식시장이 될 듯하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최신 유행의 핀테크를 견인하는 분산원장 기술이 고리타분한 자본시장에서도 인기라는 사실을 알았는가? 블록체인이 주식시장부터 부동산까지 온갖 분야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칠레 산티아고부터 미국 뉴욕까지 세계 각지에서 갖가지 블록체인 툴로 새로운 실험을 하는 주식시장이 늘고 있다. 이들 핀테크 툴의 배경 기술은 복잡하지만 최종적인 결과는 매우 간단하다. 기록을 압축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거래하기 편하고 위조하기 어렵게 한다. 1페니 주화 100개보다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는 방법이 더 간단한 것과 같은 이치다.

나스닥의 라스 오터스가드 시장기술 팀장은 “말단 클라이언트의 자본시장 참여가 더 쉬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일부 작업과정을 더 간단하고 안전하게 만들고 변경 불가능한 원장(블록체인)을 제공하게 된다. 더 많은 사람의 시장 접근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폴시넬리 법률회사의 핀테크·규제 담당 릭 레빈 변호사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주식시장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블록체인 응용을 야구에 비유하자면 9회 중 1회를 맞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소프트웨어 외에도 최초코인공모(ICOs, 가상화폐)가 IT 스타트업들이 디지털 화폐로 자본을 조달하는 광범위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레빈 변호사는 “이들 ICO 중 일부는 투자수익률, 투자자 의결권 부여, 배당 지급을 논하며 주식을 상당히 많이 닮아간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등록하지 않고 주식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미국 투자자 대상의 ICO는 지금껏 그 제한을 조심스럽게 우회해 왔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ICO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근본적인 규제에 관한 공개 토론과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세기 전 전자무역 초창기에 관련 규칙이 새로 개정된 것과 같은 식이다.

주식중개사 오위사 캐피털은 지난 5월 블록체인 토큰(가상 화폐)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의 법적 분류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레빈 변호사는 “증권거래위원회가 새로운 규칙을 내놓을 수도 있다”며 “현 체제에선 등록하지 않는 한 투자계약과 같은 조건의 ICO를 하면서 증권법에 저촉되지 않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과 트레이딩의 가까운 미래에 가상 화폐가 어떤 역할을 할지와는 상관없이 블록체인 기술이 부동산 시장까지 재편할 수 있으리란 것은 거의 확실하다.

지난 6월 스타트업 브릭코인(Brickcoin)은 세계 최초 부동산 기반 가상 화폐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각 디지털 토큰은 상장 거래되는 부동산투자신탁(REIT)을 통해 무융자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을 반영한다(REIT는 주식과 비슷하게 종종 거래소에서 매매가 이뤄지는 부동산 투자자산을 말한다). 업계 전문지 REIT 보도에 따르면 1조 달러가 넘는 기초 자산에 대해 가상화폐 시장 규모가 이미 10억 달러를 웃돈다.

전반적으로 블록체인이 부동산 시장의 여러 측면에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신호가 도처에서 나타난다. 미국의 온라인 부동산 마켓플레이스 텐-X의 릭 샤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금은 배후에서 진행되는 많은 일이 수동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주거용이나 업무용 부동산 시장 모두 바로 데이터가 약점 중 하나다. 믿을 만한 정보원이 하나도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 모두가 볼 수 있지만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종합적인 기록을 제공하는 일이다. 분산원장 기술이 부동산 업계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핀테크 부동산 컨퍼런스 디스럽트CRE의 마리엘 에브라히미 공동창업자 겸 CEO가 말했다.

분산원장은 부동산 업계에서 응용 범위가 넓다. 스웨덴과 조지아는 국가 토지 등기부에 블록체인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매체 쿼츠 보도에 따르면 디지털 부동산 등기부의 도입으로 사기와 행정적 서류작업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거래가 훨씬 더 빨라져 1억600만 달러의 국가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자본시장의 부동산에도 같은 원칙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금방 알 수 있다. 에브라히미 CEO는 “블록체인 같은 기술이 정착되기를 바란다”며 “부동산 투자를 더 안전하고 확실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딜로이트 금융 서비스 센터는 2015년 보고서에서 투자 데이터에 대한 해커들의 위협이 갈수록 커진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투자신탁회사들이 사이버보안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지만 역부족이다. 지난 2년 사이 이들 보안 위험이 계속 커지면서 더 복잡해졌다.

샤르가 CMO는 275달러 상당의 자산을 운용하는 프랑스 은행 BNP 파리바의 부동산 사업부까지 해킹한 글로벌 랜섬웨어(사용자의 파일을 인질로 잡는 악성 프로그램) 공격을 가리켜 “분명 지난 6월 말은 온라인 데이터 보안 강화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 모든 데이터가 유통되는 생태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기술이 존재한다면 모든 거래가 더 안전해진다.”

블록체인은 자본시장의 작업흐름을 합리화하고 거래의 보안을 강화하고 전통적인 서류작업 중 다수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샤르가 CMO는 “블록체인이 본질적으로 분산형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과 관리 비용이 궁극적으로 약간 낮아진다”며 “하지만 1000만 달러에 팔리는 건물의 거래에서 절감분이 궁극적으로 매수자와 판매자에게 돌아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한 가지는 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블록체인 붐은 자본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온갖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 레빈 변호사는 “금융 서비스의 미래에서 디지털 자산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리 쿠엔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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