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실리콘밸리의 망나니를 엄벌하라

실리콘밸리의 망나니를 엄벌하라

우버의 CEO였던 트래비스 칼라닉 성추문으로 쫓겨나… 기술업계의 미래 위해선 여성 혐오, 남녀 임금격차 등 잘못된 문화 바로잡아야
못된 CEO였던 칼라닉은 결국 회사에서 쫓겨났다. 사진은 지난해 인도의 우버모토 창업식에 참석한 칼라닉.
우버는 승객과 운전기사를 스마트폰으로 연결해주는 승차공유 서비스로 교통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런 우버를 공동창업한 트래비스 칼라닉이 최근 자신의 회사에서 치욕적으로 쫓겨났다. 그는 사내에서 벌어진 성희롱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칼라닉의 몰락은 실리콘밸리 전반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기술업계는 그의 사례를 통해 도를 넘는 방종에 빠져선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사실 2010년대 실리콘밸리의 악동은 칼라닉만이 아니었다. 특히 최근 들어 비뚤어진 성의식으로 무장한 남성 중심의 성문화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여성혐오나 터무니없는 기업가치 부풀리기, 사회적 무책임, 또 일반적인 망나니 같은 행동으로 기술업계에 오명을 남긴 인물은 그 외에도 많았다.

하지만 칼라닉은 그 모든 못된 행동의 총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로 미국 사회의 가장 어두운 구석이나 적어도 백악관에서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모습이었다. 따라서 지난 6월 말 우버의 투자자들이 그의 사임을 요구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앞날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조치로 비쳤다. 칼라닉 시대의 종식이 실리콘밸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 4가지를 제시한다.
 차별을 타파하라
이제 실리콘밸리와 여성 홀대는 미식축구와 뇌진탕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굳어졌다. 부인하거나 무시하기엔 너무 만연한 상태다. ‘실리콘밸리의 코끼리(Elephant in the Valley)’라는 제목의 여론조사에서 기술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의 60%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또 그중 3분의 1은 위해를 입을까 겁이 났다고 밝혔다. 승진에서 밀려나거나 벤처자본가의 외면을 받거나 남성과 동등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여성의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우버의 기업 문화는 여성에게 최악이었다. 우버에서 일했던 수전 파울러의 블로그와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의 보고서가 그런 점을 세세히 밝혔다.

우버의 성차별 문화가 폭로되면서 다른 여성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술업계 전문 매체인 더 인포메이션은 지난 6월 말 바이너리 캐피털의 벤처자본가 저스틴 콜드벡의 원치 않는 성적 접근 의혹을 보도했다. 그러자 그는 장기 휴가를 내고 “이 힘든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벤처투자계 전반의 개혁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잘 알려진 투자자로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의 공동창업자인 레이드 호프먼은 “그런 행동을 한 벤처자본가도 직원 성희롱과 똑같이 처벌 받는 업계 표준 규정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유니콘은 가라
지난 몇 년 동안 실리콘밸리는 ‘유니콘’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말한다. 유니콘에 투자가 집중되다 보니 그들 중 다수의 시가총액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 그들은 묻지마 투자에 휩쓸리는 자본가들을 더 많이 유치해 가치를 올리면 기업공개(IPO)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IPO를 실시한 스타트업은 20개에 불과했다.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기술업계의 모든 CEO 중에서 그런 유니콘 전략을 가장 적극 옹호한 인물이 칼라닉이었다. 그가 사임했을 때 비상장업체인 우버의 기업가치는 700억 달러(약 80조원)였다. 칼라닉은 투자자들의 거센 요구에도 우버의 IPO를 계속 거부했다.

그러나 이런 추세는 숱한 문제를 일으킨다. 극소수(초기 개인투자자와 창업자)의 손에 더 많은 부를 집중시키며, 회사가 성공해도 직원은 혜택 보기가 더 어려워지고, 일반 대중의 기술산업 붐 참여를 가로막는다. 게다가 기업을 공개했을 때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위적으로 평가 받아 유니콘을 승산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그런 유니콘은 추가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 유치를 위해 주식을 상장할 수도 없고, 어리석은 개인투자자를 더 많이 모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다. 그 시점이 되면 대다수 유니콘은 자본 잠식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버의 투자자들이 칼라닉을 쫓아낸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IPO 문제가 가장 큰 동기였다. 우버 사태를 계기로 IPO에 반대하던 모든 스타트업 CEO가 생각을 고쳐먹는 상황이다.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추세다.
 ‘괴짜’ 숭배를 중단하라
기술업체 CEO 중에는 진짜 품위 있는 지도자도 많다. 고객 서비스 매니지먼트 전문인 세일스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처럼 크게 성공한 인물도 거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전설적인 ‘망나니’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빌 게이츠도 ‘망나니’ 타이틀을 얻었다. 잡스와 게이츠의 그런 경영 철학을 신봉하는 기술업계 CEO들도 있다. 약 2년 전 우버의 한 투자자는 잡지 배니티 페어 기자에게 칼라닉을 두고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사람이 ‘망나니’가 되지 않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정보 분석업체인 CB인사이트는 그 즉시 그게 사실인지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23%가 ‘그렇다’고 답했다.

근년 들어 칼라닉은 실리콘밸리의 우두머리 ‘망나니’ 역할을 즐겼다. 하지만 그것이 독이 됐다. CB인사이트가 같은 설문조사를 지금 실시한다면 ‘그렇다’가 훨씬 적게 나올 것이다.
 ‘와해’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마라
우버는 ‘와해자’ 사고방식을 열광적으로 채택하면서 수많은 적을 만들었다. 해당 국가의 법을 어기든, 택시 기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든, 심지어 자체 기사들을 쥐어짜든 개의치 않았다. 우버는 ‘신속하게 움직여 시장을 와해하자’는 실리콘밸리의 정신을 110% 구현했다.

우버가 지금 처한 곤경은 사회의 상당 부분이 극단적인 와해를 원치 않으며 업계는 그보다 새로 만들어내는 것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칼라닉의 몰락과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위기에서 한 역할 같은 문제는 좀 더 사회적인 의식과 책임을 가지려는 기술업계 내부의 자각을 부를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조짐도 보인다. 칼라닉이 사임한 지 며칠 뒤 페이스북·MS·트위터·유튜브는 ‘테러리즘 퇴치를 위한 글로벌 인터넷 포럼’의 공동 설립을 발표했다. 극단주의적 콘텐트의 온라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반테러 파트너십이다. “우리가 호스팅하는 소비자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테러리스트들과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각각의 최고 기술적·운영적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출범했다.” 기술업계에는 이런 운동이 더 많이 필요하다.

물론 실리콘밸리에 좋은 점도 많다. 하지만 기술업계는 칼라닉 방식의 리더십 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치면서 화를 자초했다. 이제 궤도를 수정해야 할 때다. 여성 벤처자본가 트라에 바살로는 칼라닉 사임 직후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기업 생태계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문화에서 바로 그런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옳은 말이다.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이재명-조국 “수시로 대화하자…공동법안·정책 추진”

2 미국 1분기 GDP 경제성장률 1.6%…예상치 하회

3연세대·고려대 의대 교수들, 5월 말까지 주 1회 휴진한다

4경찰, ‘이선균 수사정보 유출’ 관련 인천지검 압수수색

5독일 Z세대 3명 중 1명 “유대인에 역사적 책임 동의 못한다”

6미국, 마이크론에 반도체 보조금 8.4조원…삼성전자와 규모 비슷

7이재명, 조국에 “정국상황 교감할 게 있어” 러브콜…오늘 비공개 만찬

8크라우드웍스, AI 언어 모델 사업 ‘본격화’…웍스원 개발

9국내 이주노동자, 일하고도 600만원 넘게 떼였다

실시간 뉴스

1이재명-조국 “수시로 대화하자…공동법안·정책 추진”

2 미국 1분기 GDP 경제성장률 1.6%…예상치 하회

3연세대·고려대 의대 교수들, 5월 말까지 주 1회 휴진한다

4경찰, ‘이선균 수사정보 유출’ 관련 인천지검 압수수색

5독일 Z세대 3명 중 1명 “유대인에 역사적 책임 동의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