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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향료의 습격] 향긋하다고 막 뿌리다간…

[일상 속 향료의 습격] 향긋하다고 막 뿌리다간…

인공 향료는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의 요인 될 수도
사진:아이클릭아트
일상에서 사용하는 향은 대부분 인공적으로 조합해 만들었다. 자연 그대로의 향이 아닌 석유에서 분리·정제한 화학물질이 주요 원료다. 여기에 식물이나 과일 추출물에 인공 향료(착향제)를 섞어 향료를 만든다. 화학물질로만 인공 향료를 만들기도 한다. 천연 향료는 추출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향의 섬세함이나 지속력이 떨어져 사용이 줄고 있다.

인공 향료는 흔히 사용하는 방향제는 물론 향수·미스트·데오도란트·섬유탈취제·디퓨저 등 각종 생활용품에 숨어있다. 바나나맛 우유나 팝콘·아이스크림 같은 가공식품이나 폼클렌징·화장품·헤어스프레이 등에도 사용된다. 심지어 향을 없애기 위한 향료도 있다.

문제는 독성이다. 이들 제품에는 향을 오랫동안 은은하게 퍼트리기 위해 인공 향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학합성물질이 사용된다. 향을 일정하게 유지·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벤조페논이나 물과 기름이 잘 섞이도록 돕는 유화제, 오일 성분의 향료가 변질되는 것을 막는 산화방지제인 톨루엔이나 프탈레이트 등이다. 인공 향료 속 화학물질은 단일 성분보다 여러 성분이 혼합됐을 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향 지속력이 강할수록 다양한 첨가물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인하대병원 직업 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인공 향료는 소리없이 몸을 축내는 독성물질”이라며 “미국 국립과학원에서는 인공 향료를 신경독성 검사에서 먼저 다뤄야 할 화학물질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공향료에 취약한 신체 부위는 피부와 호흡기다. 직접 바르거나 향이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유해 물질이 피부·코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향수는 손목과 목덜미에, 땀냄새 제거제인 데오도란트는 겨드랑이에 증상이 나타난다. 얼굴에 직접 분사하는 미스트 형태의 화장품은 재채기나 콧물을 유발하기도 한다. 인공 향료가 가미된 캔들 역시 주의해야 한다. 초가 타면서 벤젠 화합물, 포름알데히드 같은 화학물질과 미세먼지가 실내에 가득 찬다. 공기의 질이 나빠져 두통이 생기고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킨다. 레몬·오렌지·그레이프푸르트 등 시트러스 계열 향료는 햇빛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임신한 여성은 인공 향료 노출에 조심해야 한다. 독성이 대물림돼서다. 산모가 흡입·접촉한 독성물질이 탯줄·모유를 통해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경희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혜은 교수는 “임신부가 프탈레이트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조산 위험이 높아지고 남아의 생식기관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예방의학과 하은희 교수팀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산모·영유아를 등 환경유해인자 민감 계층 1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프탈레이트 등 유해물질 노출과 아이의 성장·인지발달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산모의 소변에서 프탈레이트 수치가 높을수록 생후 6개월 남아의 인지·행동반응 점수가 낮았다. 인공향료 속 화학물질이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임신한 여성이 인공 향료에 장기간 노출되면 태아의 내분비계 호르몬에 영향을 줘 음경·고환 등 생식기관 형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인공 향료가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향료는 향이 잘 퍼지도록 만들어 휘발성이 강하다. 자동차·화장실 등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방향제를 사용하면 유해물질 농도가 높아진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박귀영 교수는 “인공 향료가 신경계에 영향을 주면 어지럼증과 두통을, 피부·호흡기를 자극하면 알레르기를 일으켜 천식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웨스트조지아대 스탠리 카레스 교수팀은 2002년과 2005년 2회에 걸쳐 미국인 2115명을 대상으로 방향제의 인공향이 미치는 건강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인공 향료 때문에 두통·호흡불안 등의 문제를 겪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19%에 달했다(환경건강저널·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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