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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시대 끝날 날 머지않았다

저유가 시대 끝날 날 머지않았다

2020년이면 공급 부족으로 가격 급등 예상 … 저유가로 위축됐던 대형 유전 개발 프로젝트 서둘러야
석유업계는 저유가로 인해 2조 달러 규모의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보류하거나 미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원유 가격은 올해 들어 다시 침체됐다. 처음엔 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대 중반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실제는 40달러 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런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수요 둔화와 미국 셰일오일 생산의 증가, 리비아·나이지리아(OPEC의 감산 결정에 구속 받지 않는다)의 원유 증산이 합쳐지면서 유가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유가 하락세가 오래 지속될수록 미래의 리스크는 더 커진다. 낮은 유가로 산유국들이 장기 투자를 계속 억제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석유 생산 속도가 갈수록 더뎌져 2020년부터는 수요 증가세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2년에 걸쳐 유가가 70% 폭락하는 사이 산유국들이 신규 투자를 중단한 여파다. 지금까지 석유업계는 저유가로 인해 2조 달러 규모의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보류하거나 미뤘다. 반면 수요는 계속 증가하면서 빠르면 2020년에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유가는 급등할 수 있다.

올해 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5개년 석유 시장 관측보고서에서 2020년 후 세계의 석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며 새로운 유전 개발 프로젝트가 조만간 승인되지 않으면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IEA는 보고서에서 석유 시장이 앞으로 3년간은 안정을 유지하겠지만 2020년부터는 생산 증가 속도가 대단히 느려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2022년에는 석유 생산량 가운데 수요를 충당하고 남는 재고가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예측했다. 신흥시장의 경제성장과 항공 운송 증가가 석유 수요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아울러 IEA는 국제적으로 에너지 절약 정책이 늘어나고 친환경 에너지나 전기자동차 사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석유 수요를 억제하기에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신규 석유 프로젝트의 조속한 승인 없이는 공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는 IEA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가장 최근엔 유전 서비스 대기업 할리버튼의 글로벌 사업개발 수석부사장 마크 리처드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최근 세계석유회의에서 “조만간 시장이 공급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유가가 급등하게 될 전망이다. 시기는 2020년 아니면 그 다음해 정도로 예상된다.”

이런 우려를 부추기는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 세계의 석유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 IE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유 수요는 하루 100만 배럴의 속도로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연율로 150만 배럴로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그에 따라 IEA는 올해 원유 수요량 전망치를 하루 10만 배럴 올려 140만 배럴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엔 수요가 하루 140만 배럴이 더 늘어나 세계 전체의 하루 평균 수요량이 994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전체적으로 볼 때 그 후로는 석유 수요의 증가세가 약간 둔화되겠지만 어쨌든 2040년까지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기존의 유전에서 나오는 세계적인 원유 공급은 계속 감소하며 고갈되는 중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BAML)의 보고서에 따르면 OPEC 외부의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평균 매년 5%씩 감소한다. 이런 생산량 감소를 메우려면 업계는 신규 공급을 하루 280만 배럴 늘려야 한다. 그런 상황에 수요 증가까지 더하면 공급과 수요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 급증이 그 격차를 일부 메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다. IEA에 따르면 만약 유가가 배럴 당 평균 60달러를 유지한다면 셰일오일 채굴업체가 2022년까지 하루 140만 배럴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 EOG 리소스와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스 같은 셰일오일 업체가 그런 성장을 주도한다. 그들은 저비용 덕분에 가격이 낮더라도 신속히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EOG 리소스의 경우 2020년까지 유가 배럴 당 60달러에 연간 25%를 증산이 가능하다.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스는 유가 배럴 당 55달러에 약 10년 정도 연간 15%씩 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셰일오일 회사들이 그런 수준으로 증산하려면 유가가 더 높아야 한다. 그에 따라 IEA는 2022년까지 셰일오일 생산을 하루 300만 배럴 정도 증산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그에 비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로 올라가면 최고 하루 700만 배럴이 증산될 수 있다.

그러나 원유 수요가 2022년이 되면 하루 1억4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석유업계는 셰일오일만으로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 문제는 셰일이 아닌 다른 유전을 개발하려면 시일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EOG 리소스의 경우 셰일 유정에서 석유를 생산하는데 몇 달밖에 걸리지 않는다. 반면 대규모 해양 유전을 개발하려면 수년이 소요되며 수십억 달러가 든다. 예를 들어 셰브론과 헤스 같은 석유 회사는 멕시코만의 스탬피드 심해 유전을 개발하는 중이다. 헤스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60억 달러가 투입됐으며 2014년 승인됐지만 내년이 돼야 원유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처럼 유전 개발에 오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셰브론 같은 대기업은 몇 년 뒤의 시장에서 예상되는 수요를 맞추려면 추가적인 장기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을 감안하면 원유 생산업체들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때까지 신규 프로젝트를 보류하고 싶어 한다. 할리버튼의 리처드 부사장은 “우리가 가격 포인트에 얼마나 빨리 도달할 수 있는지, 또 우리 고객이 장기적인 투자 가치를 얼마나 신속히 확신할 수 있는지에 따라 신규 프로젝트 승인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셰브론은 영국 북해 로즈뱅크 프로젝트에서 바로 그런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원래는 2013년 100억 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를 승인하려 했지만 비용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계획이 보류됐다. 지금 셰브론은 규모를 줄이고 다시 계획을 세워 2019년께 프로젝트를 승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그때 시작해도 2022년이 돼야 석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처럼 소요 시일이 길기 때문에 업계는 가능하면 중기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 공급이 실질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2020년부터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유가가 낮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지속적인 수요 증가로 기존의 유전이 점진적으로 고갈되면서 몇 년 안에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업계가 대규모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유가가 급등한다. 그런 프로젝트는 몇 년 안에 바로 생산을 시작할 수 있어야 공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론 저비용 석유회사들이 번창할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그쪽이 투자 전망도 밝다는 뜻이다.

- 매튜 디랄로



[ 필자는 투자전문 온라인 매체 모틀리풀의 객원 기자다. 이 기사는 모틀리풀 웹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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