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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내 세금(5)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탈루, 대리납부제 도마에

[나도 모르는 내 세금(5)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탈루, 대리납부제 도마에

전체 세목 중 소득세 다음으로 많아 … 부가세율 올려 저소득층 지원하는 문제도 논란
부가가치세는 말 그대로 부가가치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물품이나 용역이 생산, 제공, 유통되는 과정에서 매 단계 새롭게 생성되는 가치에만 부과된다. 부가세는 모든 재화나 용역의 공급에 대해, 모든 거래 단계에서 과세하는 만큼 일반 소비세로 분류된다. 특정 물품이나 장소, 특정한 거래단계에만 매기는 개별소비세와 다르다. 부가세는 대표적인 간접세이기도 하다. 간접세란 세금을 부담하는 주체와 세무당국에 내는 주체가 다른 세금을 말한다.
 소비세이자 대표적인 간접세
한국에 부가세가 생긴 건 1977년이다. 그 전에도 물론 간접세는 있었다. 그것도 11종에 달했다. 너무 복잡하다 보니 이 중 영업세·물품세 등 8개 세목을 부가세와 특별소비세의 2개 세목으로 통합했다. 그 때 통합되지 않고 살아남은 나머지 3개 간접세는 주세·전화세·인지세다.

부가세는 평등하면서도 불평등한, 이율배반적인 세금이다. 누구에게나 세율과 세액이 동일하다는 점에서는 평등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자에게 유리한 세제다. 간접세 비중이 클수록 후진적이고 불평등한 세금 체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가세의 또 다른 특징은 세금을 낸다는 의식이 낮아 세금 징수가 매우 쉽다는 점이다. 조세저항이 심하지 않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납세자가 물건값을 치르면서 부가세를 함께 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2016년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부가세는 61조8000억원이나 걷혔다. 전체 세목 중 소득세(70조1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52조1000억원인 법인세보다 더 많다.

하지만 부가세는 중요성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권에서는 많이 떨어져 있는 세목이다. 지난 대선 때도 소득세와 법인세 둥은 대선 후보들 간의 뜨거운 논쟁 대상이 됐지만 부가세를 둘러싼 논란은 거의 없었다. 물론 몇 년 전부터 부가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조금씩 제기돼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추세는 인상으로 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75%가 부가세를 증세 대상으로 삼았다. 부가세가 없는 미국을 제외한 34개국 중 22개국이 세율을 인상했고, 12개국은 종전 세율을 유지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부가세율은 2009년 17.6%에서 2016년 19.2%로 1.6%포인트 인상됐다.

한국은 1977년 부가세 도입 이후 지금까지 10%의 단일세율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재정이 비교적 탄탄해 부가세율 인상 필요성이 낮았고, 소득세 등 다른 세목에서의 증세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부가세율 인상시 저소득층의 상대적인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가세 인상을 막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도 복지가 확대되면서 복지재원 마련과 재정건전성 유지 등을 위해 부가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OECD는 “한국의 부가세율은 OECD 평균인 18%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부가세율 인상을 통해 세수를 증가시키면서 근로장려세제와 같은 효율적 재정지출을 통해 소득분배의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 통념과 달리 부가세율 인상이 저소득층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부가세 부담 자체만으로 보면 소득분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지만, 추가재원에 의한 지출효과를 함께 고려하면 미미하나마 순효과가 양(+)의 값을 가진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부가세율을 인상해 더 거둬들이는 세금은 상당 부분 저소득층 복지 비용으로 다시 지출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저소득층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변양균 전 기획 예산처 장관도 최근 펴낸 저서 [경제철학의 전환]에서 “40년간 고정돼 왔던 부가세율을 10%에서 15%로 5%p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가세율이나 전체 세수에서 부가세가 차지하는 비중 모두 OECD 평균보다 낮다”며 “부가세를 올릴 경우 연평균 25조8000억원의 세수 증가를 예상할 수 있으며 세수 증가로 인한 재원은 취약계층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정부 차원에서는 부가세율 인상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 반면 수면 위에서 활발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안도 있다. 먼저 간이과세자 기준 조정 사안이 있다. 간이과세자는 부가세를 신고·납부할 때 일반 과세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거나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 등을 면제받는 사업자를 말한다.

현재 일반과세 사업자는 매출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는데, 1년 매출이 연간 4800만원을 넘지 않는 간이과세자는 업종에 따라 매출액의 0.5~3%에 해당하는 낮은 세율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입과 매출 거래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며 매출액이 연간 24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초영세 사업자의 경우에는 아예 세금 납부 의무가 없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건 대부분 이 기준을 상향 조정해 좀 더 많은 영세 사업자들이 수혜를 입도록 하는 방안들이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이과세자 기준 금액을 연매출 48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도 기준 금액을 8000만원 이상으로 올리자는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문제는 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실제 매출액을 줄여 간이과세자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가세 신고자 중 간이과세자는 총 165만2359명으로, 전체 부가세 신고 사업자(608만5025명) 중 27%에 달했다. 이 중 126만3490명은 과세표준 매출액이 연 2400만원을 넘지 않아 부가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업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 부가세 징수방식 개선 공약으로 내걸어
또 하나의 핫이슈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다. 부가세를 상품이나 음식 등을 판매하는 가맹점이 아닌 카드회사가 대신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탈루소득 과세 강화 차원에서 ‘부가세 징수방식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리납부제는 최소한 카드 a결제 금액에 대해서만큼은 부가세 탈루 없이 100% 징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가세는 간접세인 만큼 탈루가 많은 세목으로 꼽힌다. 부가세 체납 및 탈루액은 매년 부가세수의 20%에 가까운 1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국세청과 기재부는 대리납부제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카드사 대리납부제가 시행되면 매년 2조5000억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카드사는 반대 입장이다. 가맹점이 납부하던 부가세를 카드사가 대신 납부하려면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 인력충원 등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세금 탈루를 막는 것은 정부의 역할인데 이를 카드사에 떠넘기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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