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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인구 대국 중국에 무인 점포 열풍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인구 대국 중국에 무인 점포 열풍

모바일혁명 진전으로 유통혁명 가속도 … 시범운영 아마존 고와 달리 영업망 확대 중
중국 무인 점포의 선두주자인 빙고박스.
모바일 결제의 폭발적인 성장 후 중국에서는 혁신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 중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키워드는 무인 점포다. 모바이크 등 공유자전거에 이어 가장 핫한 투자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지난 6월 상하이에 빙고박스라는 무인 편의점이 들어선 데 이어, 7월 항저우에서는 알리바바가 타오카페라는 무인 카페를 시범운영했다. 7월 말에는 중국 건축자재업체인 이지홈이 베이징에서 잇 박스(Eat Box)라는 무인 점포를 내놓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무인 점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무인 점포가 중국인들의 주목을 끌게 된 건 지난해 12월 아마존이 무인 매장인 아마존 고(Amazon Go)를 선보이고 나서부터다. 그런데 아마존 고가 아직 시범운영중인 것과 달리 중국은 순식간에 무인 편의점을 내놓기 시작했다. 바로 ‘차이나 스피드’다. 2012년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중국에서 모바일 혁명이 일어난 후 중국의 속도가 빨라졌다. 무인 점포 역시 아마존이 먼저였지만, 실제 응용은 중국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인 점포 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메이 리서치(iiMedia Research)는 올해 무인 점포 매출 규모가 389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앞으로 5년간 빠른 성장을 이어가며 2022년에는 매출 규모가 1조8105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용고객 수는 올해 약 600만 명에 불과하겠지만, 2022년까지는 2억45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무인 점포는 장점이 많다. 특히 눈에 띄는 장점은 낮은 임대료와 인건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및 편리한 구매환경이다.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료가 낮고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용도 일반 편의점 대비 80% 이상 저렴하다.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계산시에도 줄 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고객의 구매도 편리하다.
 무인 점포의 선두주자, 빙고박스
중국에서 무인 점포하면 떠오르는 업체는 빙고박스(Bingo Box, 繽果盒子)다. 빙고박스는 중국 대형 유통 업체인 다룬파, 프랑스 유통 업체인 오샹그룹과 협력관계를 구축했으며 지난해 8월 상하이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빙고박스는 무인 점포의 원조격인 아마존 고보다 기술적으로는 단순하다.

먼저 아마존 고를 살펴보자.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 있는 아마존 고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매장에 들어가서 원하는 상품을 담고 계산할 필요 없이 매장을 나오기면 하면 된다. 매장 안의 카메라와 센서가 고객을 식별할 뿐 아니라 상품을 인식하며 전용 앱에 연결된 신용카드로 자동결제까지 이루어진다. 컴퓨터비전·딥러닝 등 최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이 사용됐다.

빙고박스를 보자. 우선, QR코드를 스캔해야 빙고박스에 들어갈 수 있다. 내부 시설은 보통 편의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면적이 약 15㎡로 일반 편의점(약 40㎡)보다 다소 작지만, 진열된 상품 수는 800여개에 이른다. 다른 건 계산 과정이다. 상품을 고른 후 카운터에 있는 상품 인식대에 놓으면, 상품에 부착된 전자태그(RFID)를 인식해서 모니터가 구입 목록과 가격을 보여준다. 그리고 빙고박스 앱이나 알리페이,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이용해서 결제를 마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빙고박스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비용이다. 일반 편의점 한 곳을 열기 위해 드는 비용은 약 40만 위안에 달하지만, 빙고박스 하나의 제작비용은 10만 위안에 불과하다. 운영 비용도 저렴하다. 빙고박스의 운영 비용은 매월 약 2500위안이다. 일반 편의점은 직원 세 명의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포함하면 매달 약 1만5000위안이 필요하다. 이동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동 비용은 약 2000위안이다.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면 옮기기만 하면 된다.

빙고박스가 무인 점포로 발전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빙고박스는 원래 신선식품 배달로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통해서 고객이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2시간 이내에 문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다. 비용 절감 방안을 고민하다가 빙고박스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배달 물량이 많은 주거 지역에 냉장고를 설치한 후, 상품을 냉장고까지만 배송하고 고객이 직접 상품을 수취하게 한 것이다. 고객에게는 배송비 면제라는 당근을 제시했고 문 앞까지 배송을 원하는 고객에게만 배송비를 받았다. 냉장고를 이용한 신선식품 무인 판매가 효과를 거두자 빙고박스는 냉장고를 이용해 본격적인 무인 판매기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게 결국 무인 점포라는 아이디어로 진화한 것이다.

빙고박스는 RFID 기술을 응용한 자동판매 박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기술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빠른 보급이 가능하다. 빙고박스는 지난 7월 1억 위안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후 1년 안에 무인 점포 5000개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빙고박스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빙고박스의 천즈린 창업자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최고 효율의 상품유통망”이며 무인 점포는 계산대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운용 비용을 절감해 ‘편의점의 인터넷화’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빙고박스는 알리바바가 내놓은 타오카페보다 단순한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에 점포 확장도 용이하다. 또한 대형 유통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서 공급망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점포 확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알리바바의 타오카페 1호점 올해 말 개장
아마존의 최대 경쟁자는 누구일까? 바로 알리바바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총거래규모(GMV)는 5470억 달러로 아마존을 따돌리며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자리를 굳혔다. 또한 알리바바는 아마존 고에 맞설 무인 점포를 개발 중이다. 바로 지난 7월 알라비바의 쇼핑 페스티벌에서 시범운영한 타오카페(Tao Cafe)다.

타오카페의 면적은 약 200㎡로 50명의 고객까지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 타오바오 앱을 켜고 점포에 들어간 후 쇼핑을 하면 된다. 아마존 고와 다른 점은 아마존 고는 선택한 상품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 반면, 타오카페는 지정된 계산공간을 반드시 지나야 하는 점이다. 계산공간은 두 개의 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문을 통과하면 시스템이 안면인식을 통해서 고객의 신분을 인식한 후 다음 단계로 진입이 가능하다. 2~3초 지나면 고객은 타오바오 앱을 통해서 구매내역 알림을 받게 되는데, 이때 두 번째 문이 열린다. 결제 과정이 끝난 것이다.

타오카페를 개발한 앤트 파이낸셜에 따르면, 타오카페는 컴퓨터비전과 감응신호장치 기술을 활용했으며 생체인식기술로 오판률을 낮췄다. 타오카페는 아마존 고와 유사하게 머신러닝, 컴퓨터비전, 이미지 인식 등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구매행위를 식별한다. 또한 기존의 RFID 기술을 활용해 인공지능으로 산출한 인식결과의 정확도를 높였다. 타오카페는 이미 무인 점포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서 상품 선택 후 고객이 지정된 계산공간을 지나지 않아도 결제가 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타오카페 시스템이 고객 인식에 실패할 확률은 0.02%, 상품 인식에 실패할 확률은 0.1%다. 올해 말 항저우에서 타오카페 1호점이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중상산업연구원은 무인 점포의 기술 유형을 컴퓨터비전, RFID 및 QR코드 세 가지로 분류했다. 가장 기술 수준이 높은 것은 아마존 고, 타오카페 및 Take go의 컴퓨터비전 무인 점포다. 컴퓨터비전, 딥러닝, 감응신호장치 등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모델이다. 현 상태에서 보급이 용이하고 기술력 또한 갖춘 모델은 RFID 무인 점포다. RFID는 비용도 저렴하다. 빙고박스가 상품당 부착하는 RFID 비용은 약 0.2~0.5위안(약 30~80원)이다. 매달 RFID 제조 및 부착비용을 더해도 편의점 직원 한 명의 인건비에 못 미친다. 빙고박스도 고민이 있다. 바로 RFID 무인 점포의 기술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에는 이미 여러 업체가 RFID기술을 이용한 무인 점포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지홈이 운영하는 잇 박스(Eat Box)도 비슷한 운영방식을 채택했다. 잇 박스는 베이징 지역에 주로 설치하고 있는데, 점포당 하루 매출 규모가 약 1500위안을 기록했다. 이지홈은 10개월 안에 고정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전체 민간소비 5000조원 규모
빙고박스가 ‘무인’에 포인트를 준 반면, 알리바바의 타오카페는 인공지능에 포커스를 맞췄다. 알리바바는 스마트폰 없이 안면 인식 등을 통해서 고객을 식별하는 등 인공지능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매진 중이다. 빙고박스와 타오카페 외에도 눈여겨 볼 업체가 있다. 바로 선란커지(深蘭科技)다. 선란커지는 유통 업체들에게 판매할 무인 점포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다. 선란커지가 개발 중인 ‘Take go’는 앱 다운로드, QR코드 이용이 불필요하고 계산대에서 직접 계산을 할 필요도 없다. 매장에 들어 갈 때 손바닥만 스캔하면 되고 상품을 고른 후 나가기면 하면 된다. 손바닥 정맥인증을 통해 고객을 식별하고 결제는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1월 선란커지는 수천만위안 규모의 엔젤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시리즈A투자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란커지의 기업 가치는 이미 1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서 무인 점포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매년 급성장하는 중국 소비시장을 보면 이해가 된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 민간소비 규모는 33조 위안을 넘어섰다. 우리 돈으로 5000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런 시장 규모가 중국의 무인 점포가 성장할 토양을 제공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타오카페를 개발한 이유도 유통업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알리바바는 신유통을 제창하며 유통업 혁신을 적극 추진 중이다. 바로 지금 중국의 유통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거대한 중국 유통시장의 변화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유통 업체뿐 아니라 소비재 생산기업도 반드시 이해하고 대응해야 필요가 있다.

김재현(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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