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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질문 고민하는 사람이 미래의 리더

[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질문 고민하는 사람이 미래의 리더

언제,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가 실력 … 봇물 터지듯 답하게 물어야
사진:ⓒgetty images bank
어느 늦가을 아차산에 등산을 갔다.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많았다. 아차산은 비교적 쉬운 코스라서 남녀노소 등산객이 많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중에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지금 소리 들리는 게 매미 우는소리 맞아?” “응.” “엄마, 매미는 여름에 우는 게 맞지?” “그래.”“엄마, 지금 가을이지?” “그래.” “근데, 왜 지금 매미가 있어?” 엄마는 당황한 듯했다. 직업적 본능이 발동했다. 엄마가 과연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했다. 얼른 뒤쫓아 가서 엄마의 대답을 기다렸다. “시끄러! 힘들어 죽겠는데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올라가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올라가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엄마였다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나도 뭐 뾰족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드는 생각이 ‘너 매미에 대해 관심이 많구나.’ ‘그러네, 지금이 가을인데 아직 매미가 있네.’ ‘너는 왜 그렇다고 생각하니?’ 하는 정도였다.
 상대를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끊임없이 어른들에게 묻는다. ‘바다가 왜 파래요?’ ‘비둘기는 왜 말을 못해요?’ ‘왜 물건을 살 때 돈을 줘야 돼요?’ ‘아이는 어떻게 태어나요?’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대부분 어른들이 귀찮아하는 질문들이다(사실은 답을 모른다). 그래서 어른들은 핀잔을 준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저리가!’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호기심이 죽는다. 그리고 알게 된다. ‘질문하면 혼나는구나….’ 그래서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제자가 찾아와서 물었다. “선생님, 제가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뭘 준비해야 할까요?” 제자에게 물었다. “왜 결혼하려고 하는데?” 제자는 머뭇거렸다. 계속해서 물었다. “뭘 얻으려고 결혼하는데?” 제자는 화가 난 듯 대답했다. “선생님, 성스러운 결혼을 너무 비하하는 거 아닙니까? 뭘 얻으려고 결혼하다니요?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거지요?” 다시 물었다. “결혼하면 너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줄 건데?” “상대방에겐 뭘 바라는데?” 씩씩거리던 제자는 다음 질문부터 차분하게 생각에 잠겼다. “결혼하면, 총각 때 하던 행동 중에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결혼하면, 총각 때 하지 않던 것을 새롭게 해야 하는 게 뭘까?” “결혼하면, 뭘 얻고 뭘 포기해야 할까?” 제자는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갔다. 옆에 있던 친구에게 핀잔을 들었다. “너는 왜 멀쩡한 친구를 망가뜨리니? 그 친구 겁이 나서 어디 결혼하고 싶겠니?” 그 제자는 지금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내가 했던 일련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니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제자는 훨씬 성숙하게 결혼을 준비했다. 나는 절대 고춧가루를 뿌린 게 아니다. 제자에겐 자신이 결혼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결혼을 통해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무의식에 내재돼 있는 자신의 생각을 살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어떻게 코치가 되셨습니까?” 이 질문을 받으면 주체하기가 어렵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다. 마치 봇물이 터진 것처럼 말을 많이 한다. 대답하면서 신이 난다. 직장생활을 그만 둔 이야기도 해야 되고, 어떻게 어렵게 공부했는지도 말하고 싶고, 어떤 성장이 있었는지도 알려주고 싶다. 내게 이 질문을 하려면 상대방은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의 여유를 가지고 묻는 게 좋을 거다.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셨습니까?’하는 질문도 봇물 터지게 한다. 중소기업 사장들을 인터뷰 할 때는 몇 가지 질문만 준비하면 된다. 나머지는 본인이 모두 말한다. 그들이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을 묻기만 하면 된다.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셨습니까?’ ‘사업을 하면서 어떨 때 보람을 느낍니까?’ ‘사장님 회사는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습니까?’ ‘큰 고비를 겪었을 때는 언제였습니까?’ ‘성공스토리를 책으로 낸다면, 어떤 책일까요?’ ‘직원들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모두 듣고, 반응하고, 공감하려면 적어도 세 시간 이상의 여유를 가져야 된다. 이 질문들은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 자랑하고 싶은 말, 보람을 느끼는 말, 무용담 등을 묻고 있다. 좋은 질문은 상대방이 말하면서 신이 나고, 계속 말하게 만든다.

새로운 조직에 리더로 부임했을 때 많은 사람이 곤란을 겪는다. 의욕에 넘쳐서 말한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은 모두 잊으세요. 이제 모든 것을 바꾸겠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전임자에게 이 소식이 전해진다. “팀장님, 새로 온 팀장이 여태까지 우리가 엉터리로 일했다고 하는데요. 마누라하고 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겠다고 하네요.” 이렇게 되면 전임자와 관계가 나빠질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함께 일해야 할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작다. ‘바꾸라, 변화하라’는 말에는 ‘지금이 엉터리’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처음 부임하자마자 전임자와 구성원들을 적으로 만드는 바보 같은 짓을 하면 안 된다. 묘수가 있다. 질문하면 된다. ▶여태까지 우리 조직이 잘 했던 게 뭔가요? ▶그동안 잘하려고 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뭔가요? ▶앞으로 더 잘해보고 싶은 건 뭔가요? ▶우리 조직에 대해 나에게 더 알려주고 싶은 건 뭔가요? ▶내가 리더로서 꼭 해주기를 바라는 건 뭔가요? ▶내가 리더로서 절대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게 있다면, 뭔가요?
 처음 부임한 조직을 무작정 바꾸려 든다면…
처음 부임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하수들이 하는 행동이다. 잘못하면 무식이 탄로날 수도 있고, 전임자와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으며, 구성원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 이때는 그냥 우아하게 질문하면 된다. 이 질문들은 조직의 상태와 구성원들의 생각, 의욕, 열정, 태도 등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알게 해주는 위력을 발휘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피터 드러커는 “과거의 리더는 지시하는 사람이었지만, 미래의 리더는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말을 이렇게 바꾸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미래의 리더는 질문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언제,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가 리더의 실력이다.

※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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