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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 한국에서의 인기 비결은 정부 정책

[디젤차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 한국에서의 인기 비결은 정부 정책

세금·환경 정책 덕에 비교우위 …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려 미래 불투명
2005년 3월 디젤 승용차가 한국에 처음 상륙했다. 주인공은 프랑스의 푸조 407 HDi. 당시만 해도 디젤차는 친환경차로 각광받았다. 무대 상단 환경(Environment)이란 단어가 눈에 띈다.
디젤(Diesel)차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상대적으로 디젤 엔진과 경유(light oil)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것은 나라마다 정부와 산업계의 입장이 달라 일반 소비자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경유와 휘발유(gasoline,petrol), 그리고 디젤 엔진에 대한 설명은 모두 상대적 개념이다. 시기와 지역에 따라 인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통상적 설명과 평균적 수치만으로 이해하면 된다. 문답(Q&A) 방식으로 디젤차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풀어봤다.



디젤차의 연비가 좋은 이유는.


“우선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휘발유는 일부 산유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 경유보다 비싼 게 일반적이다. 통상적으로 휘발유가 경유보다 더 비싸고 좋은 기름으로 인식되며 유통되고 있다. 경유가 휘발유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얘기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일반 엔진은 상대적으로 좋은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엔진 구조로도 동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휘발유 엔진의 제작 비용은 디젤 엔진보다 저렴한 편이다. 이와 달리 디젤 엔진은 장비가 추가로 장착되고, 압력과 진동을 버티기 위해 단단하고 무거워야 한다. 경유를 고압축 상태로 분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동이 센 대신 고압축 상태이기 때문에 열 효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모든 조건에서 맞는 말은 아니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일반 엔진은 저렴한 대신 상대적으로 비싼 휘발유를 쓰고, 디젤 엔진은 비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를 쓴다고 보면 된다. 진동이 많은 편이라 디젤 엔진은 소형차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덩치가 큰 차에 더 어울린다.”



왜 유럽이 주무대인가.


“원유 정제와 유통 구조상 유럽에서는 기름값이 비싼데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는 휘발유보다 저렴한 경유를 쓰면서 연비가 높은 디젤 엔진 자동차가 인기를 모았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문제가 중요한 환경 문제로 제기되자 일반 엔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평균 15% 줄인 클린 디젤 기술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기름값이 싼 미국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가 적은 편이다. 오히려 정제 공장과 주유소 배치 등 유통망 문제 때문에 경유가 평균적으로 더 비싸기도 하다. 특히 미국에서 정제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브렌트유나 두바이유보다 유황 성분이 낮고 질이 좋다. 질이 좋다는 얘기는 상대적으로 휘발유를 쉽게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휘발유만을 취급하는 주유소가 꽤 있다. 일부 트럭과 같은 대형차만이 디젤 엔진을 장착하는데 몇몇 주의 경우 장거리 고속도로 인근 주유소에서만 경유를 판매하기도 한다. 그래서 유럽에서 클린 디젤 기술이 인기를 끌 당시에도 미국에선 친환경차의 대안으로 저속에서는 전기, 고속에서는 휘발유 엔진을 동력으로 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였다. 물론 휘발유 가격 자체가 저렴한 미국보단 주로 일본 메이커가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더욱 집중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전통적으로 정부 정책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가 세금 때문에 발생한다. 근저에는 오랜 기간 경유는 서민의 기름으로, 휘발유는 부자의 기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운송을 생업으로 하는 자영업자는 경유를 사용하는 트럭 등 상용차를 몰았고, 속칭 ‘사장님’이 타고다니는 고급 세단 차량은 휘발유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세금 정책 때문에 경유 가격은 휘발유의 60~70% 수준에서 유통됐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경유에 대한 세금 혜택이 줄어들면서 휘발유 가격의 80~90% 수준으로 오르게 됐다. 경유 가격이 올랐지만 여전히 휘발유보단 저렴하고, 연비가 높아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2005년 정부는 파격적으로 유럽과 같은 시기에 유로4(EURO4) 기준을 도입하며 클린 디젤 기술을 앞세운 유럽산에 사실상 길을 열어줬다. 디젤 엔진 기술이 떨어지는 미국·일본 브랜드는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같은 유럽 브랜드에서도 독일차가 디젤 인기의 과실을 대부분 차지했다.”



디젤차가 환경 오염의 주범인가.


“여전히 논란거리다. 1980년대 글로벌 환경 단체가 들고온 이슈는 오존층 파괴다. 자외선으로 인한 인류 멸망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결국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로 사용되던 프레온 가스, 즉 염소와 불소의 유기 화합물인 염화불화탄소(CFCs)가 주범으로 몰렸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면서 지구 온난화가 환경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자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공장·발전소뿐만 아니라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이목이 쏠렸다. 비슷한 시기 휘발유 엔진보다 이산화탄소를 15%가량 적게 배출하는 클린 디젤 엔진 기술이 나오면서 디젤차는 친환경차의 대명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러나 디젤 엔진은 질소산화물(NOx)을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과연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날라오는 미세먼지가 더 큰 문제인지, 국내 도로 위 디젤차의 배출가스가 주요 원인인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친환경차의 미래로 꼽는 전기차도 실제로는 원자력 혹은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꼭 친환경적이라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디젤차의 미래는 어두운가.


“밝다고는 볼 수 없다. 물론 디젤 엔진은 인류가 만든 내연 기관 중 최고의 효율을 지닌 발명품이다. 그러나 자동차뿐만 아니라 모든 제조산업의 패러다임이 친환경 위주로 바뀌고 있다. 더구나 2015년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인심까지 잃은 상황이다. 마지막 돌파구는 원유 가격 상승이다. 과거 원유 가격 상승 시기에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더욱 앞서고, 연비가 높은 디젤 엔진 수요가 높아졌다. 그러나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어느 시기보다 많은 상황에서 디젤차의 경쟁력은 아무리 원유 가격이 올라도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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