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라”

비핵화 약속해 그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합의 내용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포함돼야 마땅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오토 웸비어는 지난 6월 코에 튜브를 꽂고 혼수상태인 채로 신시내티 공항에 도착했다 / 사진 : AP-NEWSIS
미국 버지니아대학 3학년이던 오토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정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된 뒤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 후 그는 1년 반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 6월 혼수상태인 채로 미국에 송환됐지만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 그의 부모인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는 지난 9월 말 첫 TV 인터뷰를 통해 송환된 아들을 처음 본 순간의 끔찍한 충격을 돌이켰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그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는 “우린 비행기가 착륙한 곳으로 걸어갔다”고 말했다. “비행기 엔진이 아직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트랩을 반쯤 올라갔을 때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 그런데 아들이 비행기 안에서 들것에 실려 있었다. 그는 사람 같지 않은 괴성을 지르며 몸을 격렬하게 움직였다.”

프레드 웜비어는 아내와 딸이 그 모습을 차마 볼수 없어 비행기에서 내려갔고 자신과 다른 아들이 들것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은 머리가 삭발된 채 코에 관을 끼고 의미 없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으며, 격하게 경련을 일으켰고 손과 발은 변형돼 있었다. 그는 “아들이 사물을 볼 수도 없고 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아들의 얼굴을 가까이 보니 펜치로 아랫니를 뺏다가 다시 넣은 듯하게 재배열한 것처럼 돌아가 있었다.” 어머니 신디 웜비어는 “그들이 아들의 몸을 완전히 망가뜨렸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 후 웜비어 부부는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프레드 웜비어는 “북한이 아들을 고의로 잔인하게 고문한 ‘테러리스트’ 국가인데도 ‘테러지원국가’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이 피해자라면서 세계가 자신들을 부당하게 괴롭힌다고 터무니없이 주장한다. 우리는 북한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그들은 테러리스트다. 그들은 우리 아들을 납치했고, 고문했고, 고의로 해쳤다. 북한의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야 마땅하다.”

웜비어 부부의 인터뷰를 지켜본 사람이면 누구나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이 그런 상태인 것을 보는 게 어떨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더구나 그들이 인터뷰에서 한 말은 전적으로 옳다. 북한은 피해자가 절대 아니다. 북한은 테러국이다.

실제로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1988년 북한을 미국 국무부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 북한이 1987년 1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항공 폭파 테러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년 뒤인 2008년 11월 조지 W. 부시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건 북한이 테러 지원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2007년 북핵 협상 과정에서 ‘2·13 합의’에 따른 비핵화 약속의 반대급부였다.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과 협상을 통해 북한이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해온 영변 원자로를 포함한 모든 주요 핵 시설을 폐쇄하기로 하고 핵 사찰을 받겠다고 약속한 데 대한 대가로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테러지원국 지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 합의를 무시하고 4차례나 추가 핵실험을 실시했다. 그런데도 미국 국무부는 9년 연속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난 7월 공개된 ‘2016 테러국가 보고서’에는 테러지원국으로 기존의 이란·수단·시리아 3개국만 이름을 올렸고 북한은 제외됐다.
프레드 웜비어는 “북한이 ‘테러리스트’ 국가인데도 ‘테러지원국가’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제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 지정하는 게 마땅하다. 북한의 행위는 테러지원국 지정을 위한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국가들에 핵과 미사일 기술을 제공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시리아의 핵시설 건설을 지원했고, 이란에 미사일을 판매하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또 북한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도 협력한다. 2010년 8월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은 미얀마, 이란, 헤즈볼라, 하마스 등 세계 여러 나라와 단체에 미사일과 무기를 밀수출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스라엘 국경 지대에서 헤즈볼라의 대규모 땅굴 네트워크 건설에 도움을 줬다. 헤즈볼라는 그 땅굴을 이용해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 또 미국의 연방 판사에 따르면 북한은 2006년 헤즈볼라의 그런 공격에서 발생한 피해에 책임이 있다.

게다가 북한은 일본인과 한국인을 포함해 수백 명의 외국인을 외국에서 납치했고, 그들 중 다수는 아직도 북한에 억류돼 있다. 북한은 외국에서 암살과 폭탄테러를 감행한 전력도 있다. 지금은 그들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부인할 여지 없는 테러국가다. 미국 국무부의 테러지원국의 정의는 ‘국제 테러리즘 행위를 반복적으로 지원한 국가’다. 그 기준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북한이 미국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진 것은 지정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거래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그 협상에서 합의한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

2008년 당시 북한으로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따라서 지금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 그들에게 외교적인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 물론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따르는 추가적인 제재가 북한의 행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고립시키고 그들 정권에 압박을 가하는 더 큰 전략의 일환으로는 충분하다.

미국이 고려 중인 다른 옵션엔 북한이 앞으로 발사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나토 사령관은 블룸버그 통신에 “해군의 봉쇄가 북한을 고립시키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며 압도적인 미 해군력을 동원해 북측 수출입 상품과 원유가 오가지 못하게 바닷길을 끊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래도 북한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군사적 행동이 불가피할지 모른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결정하기 어려운 옵션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 [필자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으로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대통령 연설 비서관을 지냈다.]- 마크 티센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16회 로또 1등 ‘15·16·17·25·30·31’...보너스 번호 ‘32’

2 의협, 의대 자율 증원안 수용 거부...의료개혁특위 불참

3이창용 한은 총재 "중동 확전 않는다면 환율 안정세 전환"

4권은비부터 김지원까지...부동산 큰손 ‘연예인 갓물주’

5현대차그룹 계열사 KT?...대주주 심사 받는다

6尹, 24일 용산서 이재명 회담?...“아직 모른다”

7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8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9‘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실시간 뉴스

11116회 로또 1등 ‘15·16·17·25·30·31’...보너스 번호 ‘32’

2 의협, 의대 자율 증원안 수용 거부...의료개혁특위 불참

3이창용 한은 총재 "중동 확전 않는다면 환율 안정세 전환"

4권은비부터 김지원까지...부동산 큰손 ‘연예인 갓물주’

5현대차그룹 계열사 KT?...대주주 심사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