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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된 서울 경전철 사업] 우이신설선 주변 미아·길음뉴타운 들썩

[재개된 서울 경전철 사업] 우이신설선 주변 미아·길음뉴타운 들썩

개통 효과로 매도 호가 올라 … 신림선·동북선 등 8개 노선도 관심
서울 우이~신설 경전철이 개통한 9월 2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한산우이역 승강장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전철이나 도로는 확실한 재료로 꼽힌다. 부동산시장이 아무리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도 길이 새로 놓이거나 뚫리면 주변 집값과 땅값은 상승곡선을 그리게 마련이다. 인구가 유입되고 새로운 상권이 조성되는 등 도시 기반시설이 확충되는데,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부동산의 몸값도 오르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구리~포천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 수혜지로 꼽히는 경기도 구리시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3억 2856만원이던 구리시 평균 아파트 값은 올해 6월 말 기준 3억 6676만원으로 11.63% 올랐다. 같은 기간 인근 경기도 의정부시는 8.77%, 경기도 포천시는 4.81% 오르는 데 그쳤다.

대개 길이 새로 뚫리면 지하철역 주변이나 나들목(인터체인지) 주변 부동산 값은 개통 직전 5~10%, 개통 후 10~20% 오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건설계획·착공 등 그 이전 단계에서도 값은 추가로 더 오를 수 있어 ‘길’ 하나만으로 생기는 가치 상승폭은 그 이상이다. 서울의 경전철 시대를 연우이신설선도 마찬가지다. 개통 한 달여가 지나면서 우이신설선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미아·길음뉴타운 등지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우이신설선 주변에는 지하철 접근이 불편했던 미아뉴타운 등 대규모 주거지가 몰려 있어 교통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다만 무작정 수혜만 기대하긴 어렵다. 8·2부동산 대책 여파로 ‘갭투자’를 비롯한 아파트 투자 열기가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버스로 1시간 거리 23분으로 단축
서울의 첫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은 강북구 우이동과 동대문구 신설동을 13개 역으로 연결하는 노선이다. 총 연장 11.4㎞이고 환승역은 성신여대입구(4호선), 보문(6호선), 신설동(1·2호선) 등 3곳이다. 모든 전동차를 무인 운행하고 경전철로는 처음으로 전 구간이 지하에 건설된 게 특징이다. 우이신설선이 개통하면서 강북구 우이동에서 동대문구 신설동까지 23분여 만에 주파가 가능해졌다. 기존엔 버스로 1시간 가까이 걸렸던 거리다. 서울 동북부 지역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이 확 준 것이다. 수혜지로는 강북·성북·동대문구가 꼽힌다. 우이신설선 역은 강북구엔 솔샘·삼양사거리역 등 8곳이 있고 성북구엔 보문·성신여대 입구역 등이, 동대문구엔 신설동역이 있다. 이 가운데 아파트 7000여 가구가 몰려 있는 강북구 미아동 일대 미아뉴타운 인근이 최대 관심 지역으로 꼽힌다. 솔샘역 역세권이 된 SK북한산시티, 두산위브트레지움, 벽산라이브파크 등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는 올 4월까지만 해도 3억8000만원선이었지만 경전철 개통이 직후 5000만원가량 뛰어 지금은 4억~4억4000만원선에 매물이 나온다. 솔샘역을 가운데 두고 SK북한산시티와 마주하고 있는 벽산라이브파크 아파트 전용면적 84㎡도 경전철 개통 이후 3000만원가량 올라 지금은 3억9000만~4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우이신설선 삼양사거리역과 가까운 래미안 트리베라2차 전용면적 84㎡도 경전철 개통 직후 2000만원이 뛰어 지금은 5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말 이 아파트의 매도 호가는 5억원 정도였다. 그러다 경전철 개통을 앞두고 한 차례, 개통 직후 또 한 차례 집값이 뛴 것이다. 우이신설선 정릉역과 인접한 길음뉴타운이나 6호선 환승이 가능한 보문역 인근 등지의 대단지 아파트에도 실수요가 몰리면서 우이신설선 개통 직후 아파트 값이 2000만~3000만원가량 뛰었다. 강북구의 1번지공인중개사무소 김준호 사장은 “개통 이후 광화문 등지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아파트 매매나 전·월세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신림선은 착공, 동북선 사업 재시작
경전철 개통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서울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른 경전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개통한 우이신설선을 제외하고 모두 8개 노선의 경전철을 추진 중이다. 신림선(여의도~서울대 앞)과 동북선(왕십리역~상계역), 면목선(청량리~신내동), 서부선(새절~서울대입구역), 목동선(신월동~당산역),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 등 6개 노선과 정부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반영된 위례~신사선(위례신도시~신사역), 위례선(복정역~마천역)이다. 이 중 신림선은 공사 중이고, 동북선과 위례신사선 등이 최근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2022년 개통 예정인 신림선은 서울 여의도 샛강역부터 대방역, 여의대방로, 보라매역, 보라매공원, 신림역을 경유해 관악구 신림동(서울대 앞)을 연결하는 총 7.8km의 경전철이다. 총 10개 역(환승역 4개)이 건설되고 역사는 대방로와 도림천을 따라 형성될 예정이다. 이 노선이 개통하게 되면 신림동 일대에서 여의도를 비롯한 주요 지역으로 이동하기가 편리해진다. 지금은 신림동에서 여의도까지 40여분이 걸리지만 20여분으로 단축된다. 안산에서 여의도까지는 1시간 30분에서 30분대로 줄어든다. 그동안 대중교통 여건이 열악했던 경기도 시흥·안산시 지역 서울 출퇴근 인구의 교통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림선 경전철이 들어서면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신림동 일대가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신림역·보라매역·대방역 일대다. 신길뉴타운과 가까운 7호선 보라매역은 향후 신림선에 경전철 난곡선까지 트리플 환승역으로 바뀐다. 보라매병원 일대 업무 시설과 주거 시설이 혼재해 있는 신대방동도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신대방동은 기존 지하철역과는 거리가 있어 경전철 개발로 새롭게 역세권이 되는 지역이다.
 서울 도심 거미줄처럼 연결
2013년 4월 개통 이후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용인경전철.
최근 사업이 재개된 동북선도 눈길을 끈다. 동북선은 우이신설선, 신림선에 이어 서울시에서 세 번째로 추진되는 경전철로 서울시는 최근 민간투자사업 협상대상자인 동북선경전철㈜과 최종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 주관사(동북뉴타운신교통㈜)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새 사업자를 선정하느라 차질을 빚었던 동북선 경전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서울시는 동북선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2019년 상반기 공사에 들어가 2024년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북선은 왕십리역(2호선 분당선)에서 제기동역(1호선)∼고려대역(6호선)∼미아사거리역(4호선)∼월계역(7호선)∼하계역(4호선)~상계역(4호선)으로 이어진다. 총 연장은 13.4km로 성동구·동대문구·강북구·성북구·노원구 등 인구밀집도가 지역을 통과해 기대감이 크다.

동북선이 개통하면 현재 전철역이 없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부터 성동구 왕십리역까지 출퇴근 시간이 약 46분에서 24분으로 줄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상계역에서 왕십리역까지 통근시간은 37분(4호선↔2호선 환승 기준)에서 12분 정도 줄어든다. 동북선 최대 수혜지역으로는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의 마장동축산물시장역(가칭) 주변이 꼽힌다. 마장동은 서울시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인 데다 왕십리역 접근성이 크게 좋아져 마장동 현대 등이 역세권 주거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제기동역 인근의 역세권 단지도 수혜지다. 장위뉴타운 주변 역세권 단지들 역시 동북선 대표적인 수혜지로 꼽힌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 함영진 센터장은 “동북선은 지하철 4호선의 보조선 역할로 성북구 등 강북권에서 최근 인기 지역인 성동구와 왕십리역에서 분당선으로 환승하면 강남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부선과 위례신사선 역시 올해 초 사업을 재개했다. 은평구 새절역(지하철 6호선)과 관악구 서울대입구역(지하철 2호선)을 잇는 서부선 경전철은 올해 초 사업 주간사인 두산건설이 서울시에 사업제안서를 접수했다. 서부선은 특히 당초 새절역~장승배기역을 잇는 총 연장 12.05㎞ 계획됐으나 이번 사업제안서에서는 새절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16.23㎞로 늘어났다. 역은 모두 16곳이 설치된다. 이 노선이 개통하면 새절역이나 명지대 앞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지금은 50여분이 걸리지만 절반 이하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부선은 주거밀집지역과 업무지구를 연결하기 때문에 더블·트리플 역세권이 되는 6개 환승역 인근이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2호선 신천역, 6호선 새절역·광흥창역, 5호선 여의도역, 1·9호선 노량진역, 7호선 장승배기역 등지다. 또 저평가된 나홀로 아파트가 많은 은평구 응암·신사동 일대와 대중교통망이 열악한 서대문구 북가좌·남가좌동이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북가좌·남가좌동은 특히 주변에 상암지구, 수색·증산뉴타운, 가좌뉴타운 등의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지난해 사업 주간사가 삼성물산에서 GS건설로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위례신사선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초 서울시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사업제안서에 따르면 위례신사선은 서울 위례신도시와 동남권유통단지∼학여울역∼삼성역∼신사역을 잇는다. 11개의 역이 들어서는데 학여율(3호선), 삼성역(2호선), 청담역(7호선), 신사역(3호선) 등 주요 노선 환승역이 설치돼 서울 각지로의 접근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20년께 착공해 2024년께 개통이 목표다. 위례신사선이 연결되면 위례신도시 일대가 최대 수혜지역이 될 전망이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강남권 유일의 신도시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대중교통 환경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위례신사선이 개통하면 강남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실수요 관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경전철 시대가 열리면서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매도 호가가 뛰는 등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시장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정부 정책이나 대내외 경기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주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이신설선 주변만 해도 신규 역세권을 중심으로 매도 호가가 뛰고 있지만 8·2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매매 거래가 활발한 편은 아니다. 8·2 대책 영향으로 최근 강북권에서 유행하던 갭투자 수요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역세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한 매도 호가 오름세는 뚜렷하지만 거래는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경전철 사업에 대한 한계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일반 지하철과 달리 민간 업체가 개발 주체인 경전철 사업이 최근 위기를 맞은 것이다. 실제 의정부 경전철은 개통 4년 10개월 만에 3600억원 넘는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해 파산했고, 2013년 4월 개통한 용인경전철도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우이신설선의 경우 개통 후 30년 간 운영, 투자금을 회수한 뒤 서울시에 소유권을 이관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국 우이신설선도 예상보다 수요가 부진하면 머지않아 적자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당초 우이신설선 1일 이용 예상 승객을 13만여 명으로 예상했지만 개통 첫날과 이튿날 이용 승객이 총 11만7000여 명에 그쳤다. 특히 이용객 중 40%가 무임승차객이라 벌써부터 재정난을 겪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다 보니 최근 사업을 재개한 동북·서부선이나 위례신사선도 착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경전철 사업 특성상 파산하게 되면 역세권 부동산 시장에 호재는커녕 악재가 될 수 있다”며 “경전철 개통 호재만 보고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는 실수요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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