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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올먼의 마지막 노래

그레그 올먼의 마지막 노래

지난 5월 별세한 올먼 브라더스 밴드의 리더, 유작 앨범 ‘Southern Blood’에 50년 음악 인생 마감하는 이별의 메시지 담아
올먼은 시한부 생명 판정을 받은 뒤에도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 / 사진 : NEWSIS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그레그 올먼은 2012년 간암 재발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병이 더는 손쓸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남은 생존 기간은 12~18개월이라고 말했다. 올먼의 40년지기 절친 챙크 미들턴은 당시 올먼의 반응이 놀라웠다고 했다. “올먼은 불평도 걱정도 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런 진단을 받았다면 몹시 충격을 받아 아무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먼은 달랐다. 1969년 형 드웨인과 함께 올먼 브라더스 밴드를 결성한 뒤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온 그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에 다시 몰두하기 시작했다. “음악은 그의 인생이었다”고 미들턴은 말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언제나 음악이었다.” 올먼이 방사선 치료를 거부한 것도 그래서였다. 방사선 치료가 성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데 노래를 할 수 없다면 생명 연장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먼은 지난 5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의사의 예측보다 5년을 더 살았고 마지막 앨범을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난 9월 8일 발표된 그의 유작 앨범 ‘Southern Blood’에는 서던 록(Southern rock)에 뿌리를 둔 활기차고 감동적인 음악이 담겼다. 서던 록은 록과 블루스, 재즈, 컨트리를 혼합한 장르로 올먼 형제가 선구자이며 이들의 앨범 ‘Eat a Peach’와 ‘Brothers and Sisters’에서 그 대표적인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Southern Blood’는 미국 앨라배마 주 머슬숄스에 있는 FAME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이곳은 올먼에게 형 드웨인(1971년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드웨인은 1960년대 말 이 지역 최고의 세션 기타리스트였다. 그는 아레사 프랭클린, 킹 커티스, 윌슨 피켓 등과 함께 작업했다. 드웨인은 피켓에게 ‘Hey Jude’의 연주법을 가르쳐줬고 그들은 1968년 함께 음반을 녹음했다.

돈 와스가 프로듀싱한 ‘Southern Blood’의 수록곡은 올먼이 작곡한 오리지널 곡 하나를 제외하곤 모두 리메이크다. 미들턴은 일주일 남짓 걸린 녹음 과정이 매우 즐거웠다고 전했다. 올먼과 미들턴은 올먼 브라더스 밴드가 결성되던 1969년 처음 만났다. 당시 올먼 형제는 캐프리콘 레코드의 스튜디오가 있는 조지아 주 메이건에 살았는데 미들턴은 스튜디오 바로 옆 이발소에서 일했다. 2013년 어느 잡지에 실린 프로필에 따르면 미들턴은 올먼의 ‘뮤즈이자 위기대응 팀장이요 부관이자 시종이며 호위병이자 비밀이 없는 절친한 친구’였다.

와스는 올먼의 건강 문제를 2014년 그를 위한 헌정 공연에 참여했을 때 알게 됐다. “무대 뒤에서 올먼과 미들턴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됐는데 그의 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올먼의 마지막 앨범을 녹음하기 시작했을 때 난 앨범 홍보 인터뷰를 할 쯤엔 그가 우리 곁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와스는 녹음하는 동안 여러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였다고 돌이켰다. “기분이 묘했다. 여러 측면에서 이중적인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고 거기엔 진지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함축돼 있었다. 올먼은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온 힘을 집중했고 우리가 작업하는 노래들은 그가 이별을 위해 고른 것이었다. 하지만 음반을 만드는 과정은 즐거웠다. 올먼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밥 딜런의 ‘Going, Going, Gone’을 리메이크한 곡은 매혹적이며 올먼이 작곡한 ‘My Only True Friend’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기타리스트 스콧 섀라드와 협업한 이 작품은 ‘길 위의 삶’에 바치는 송가다. 올먼은 이렇게 노래한다. ‘당신과 나는 이 강이 끝까지 흐를 거라는 걸 알죠/ 나를 당신 마음 속에 간직해요, 그리고 당신의 영혼을 치유해요(You and I both know this river will surely flow to an end/Keep me in your heart and keep your soul on the mend).’ 워런 지본의 비통한 이별의 발라드 ‘Keep Me in Your Heart’를 떠올리는 대목이다. 그러고나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맞춰 ‘내가 가고 난 후 당신 주변에 내 영혼의 음악이 맴돌기를(I hope you’re haunted by the music of my soul when I’m gone)’이라고 노래한다.
올먼의 유작 앨범 ‘Southern Blood’에는 서던 록에 뿌리를 둔 활기차고 감동적인 음악이 담겼다. / 사진 : NEWSIS
미들턴은 이 노래가 오티스 레딩의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이 노래 역시 레딩의 사후에 발표됐다)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올먼은 그 당시 우리가 보지 못한 뭔가를 봤던 듯하다”고 미들턴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감정에 북받쳐 무거워졌다. 그는 처음에 스튜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나중에 올먼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그 의미가 새삼 다가왔다고 돌이켰다.

와스는 이 앨범의 마지막 노래인 잭슨 브라운의 ‘Song for Adam’ 리메이크 곡에 큰 감명을 받았다. 브라운은 죽은 친구를 추억하며 쓴 이 노래를 올먼과 듀엣으로 불렀다. 하지만 올먼은 마음속으로 형 드웨인과 함께 불렀다. 브라운과 올먼은 1960년대 말 로스앤젤레스의 주택에서 함께 살았다. ‘Song for Adam’은 1971년 브라운의 데뷔 앨범에 실린 곡으로 드웨인이 25세에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지 몇 달 뒤에 발표됐다.

“올먼은 이 노래를 언제나 좋아했다”고 와스는 말했다. “드웨인이 세상을 떠난 뒤 이 노래를 들으면서 형 생각을 많이 했던 듯하다. 올먼은 이 노래를 꼭 녹음하고 싶어 했다.” ‘Southern Blood’ 음반 작업을 할 때 올먼은 이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3절쯤 가서 그는 노래를 하다 말고 갑자기 목이 메는 듯했다. 음반에서도 느낄 수 있다. 마음이 정말 무거워지는 순간이다.” 그 침묵의 순간은 앨범에도 남아 있다. 올먼의 목소리가 갑자기 쉰 것처럼 거칠어졌다가 차츰 잦아든다. 와스는 올먼이 목이 메 부르지 못한 그 두 줄을 결국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와스는 말했다. “그 직후 올먼의 건강이 악화해 그 노래는 중간에서 끊어진다. 우리는 그 두 줄을 그냥 비워뒀다.”

그것이 올먼이 녹음한 마지막 노래가 됐다. 그 후 그의 건강이 더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스튜디오에 다신 나오지 못했다. 와스는 올먼의 친구인 컨트리 가수 겸 작곡가 버디 밀러에게 부탁해 올먼이 부르려 했던 화음을 녹음에 추가했다.

“올먼은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미들턴은 말했다. “그는 몸져눕지 않고 매일 소파에 앉아서 지냈다.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지 않았고 누구로부터도 동정 받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올먼은 이 음반에 관해 와스에게 “내가 원하는 방향을 알 거라 믿고 맡길 테니 잘 마무리해달라”고 말했다. 올먼은 파이널 믹스를 듣고 흡족해했다. 몇몇 곡은 사망하기 전 날인 5월 26일에 들었다. “나와 올먼과 그의 아내는 새벽 4시까지 앉아서 그 노래들을 들었다”고 미들턴은 말했다. “‘Song for Adam’은 세 번쯤 들었다. 올먼은 그 노래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미들턴은 올먼과 그의 음악을 그리워한다. “그를 잃은 것 만으로도 힘든 데 그의 음악마저 잃었으니 갑절로 힘들다”고 그는 말했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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