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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왜곡하는 ‘댓글 부대’ 그 검은 세력은 누구인가

진실 왜곡하는 ‘댓글 부대’ 그 검은 세력은 누구인가

미국·러시아·중국 등 6개국 정부·정당·단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여론 조작하나
사진:GETTY IMAGES BANK
과거 중동의 반체제 대중운동은 ‘트위터 봉기’나 ‘페이스북 혁명’으로 불리는 일이 많았다. 요즘엔 이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최초의 페이스북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2016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지난 공화당 예비선거 중 CBS 방송의 시사 프로 ‘60분’에서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과 관련된 통계를 보면 내가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며 “그런 점이 상대 후보들이 나보다 돈을 훨씬 더 많이 뿌리는 이 모든 레이스에서 내가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페인 본부의 디지털 미디어 팀장 브래드 파스케일은 “페이스북은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500-pound gorilla)였다”며 “예산의 80% 정도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거대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트럼프의 열정은 이제 식어버린 듯하다. 그는 지난 9월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은 항상 반(反)트럼프였다’고 썼다.

요즘 세간의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폭넓은 개인 소셜미디어 팔로어들보다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설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더 집중돼 있다. 미국 의회는 선거에서 러시아 관계자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어떻게 이용해 트럼프를 밀어줬는지 세부정보를 공개하라고 두 소셜미디어에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미국 내에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역정보의 유포로부터 상대에 대한 조직적인 공격에 이르기까지 소셜미디어에 관한 이런 정치적 전략이 얼마나 만연한지, 어떤 수법으로 이뤄지는지는 일반인에게 대체로 알려지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우리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세계 시민은 종종 그런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노출돼 있다.

뉴스위크는 옥스퍼드대학 인터넷연구소(OII)의 최근 보고서 2건과 자체 조사를 토대로 국가를 비롯한 기타 정치 활동가들이 소셜미디어를 어떤 식으로 은밀히 이용해 세계 각지의 여론을 조작했는지 스케치했다. 미국·아제르바이잔·이스라엘·중국·러시아·영국 등 6건의 대표적인 사례에 초점을 맞췄다.

OII는 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사이버부대(Cyber-troops)’로 명명했다. 국가·군대·정당이 공적 자금지원, 비공개 계약, 자원자를 통해 어떻게 사이버군대를 모집해 힘을 키우고 적을 해치는지, 그리고 봇(bots, 네티즌으로 위장한 가짜 계정)들이 어떻게 하루에 1000건에 이르는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봇은 이런 식으로 어떤 주장이나 후보가 지지 받는 듯이 보이게 함으로써 대중의 편승 효과를 촉발해 실제로 지지도를 높인다. 특정 사물이나 사람을 정상적이고 호감을 주는 상식적인 대안처럼 보이게 한다. 필립 하워드 OII 소장이 주장하듯 “봇과 사람을 충분히 동원해 영리하게 연결시키면 정당성을 띠게 된다”며 “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에선 누구든 가장 강력한 자원의 집합을 동원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람의 말이 진실이다.
 중국 | ‘우마오당(50-cent party)’
지난 10월 18일 개막된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선전부와 사이버관리국은 과거 10년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검열 지침을 공표했다. / 사진:NG HAN GUAN-AP-NEWSIS,
중국은 아마도 최초·최대의 국영 소셜미디어 조작 사업부를 운영하는 나라일 듯하다. 대략 200만 명으로 이뤄진 방대한 네트워크가 당 노선 홍보 작업을 벌인다. 이들은 통칭 ‘우마오당(50-cent party)’으로 불린다. 댓글 건당 5마오(50센트)를 받는다는 초기의 주장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하버드대학 조사에선 ‘정부가 연간 날조해 올리는 소셜미디어 댓글 수를 대략 4억4800만 건’으로 추산했다. 그들이 분석한 4만3800건의 친정부 댓글 중 99.3%가 200여 정부기관 중 한 곳에서 작성됐다.

중국 정부는 반대파에 악플을 달거나 역정보를 유통시키는 대신 정치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댓글 부대를 동원해 대중의 관심을 돌려놓는다. 한 가지 고전적인 전술은 감정적이거나 얼토당토않은 댓글을 올려 그 이용자에게로 대중의 분노를 집중시켜 논쟁이 되는 현안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방식이다.

하버드대학 조사에 참여한 학자 중 한 명인 제니퍼 판 교수는 “그들은 시위나 당대회가 열릴 때를 전후해 이른바 치어리딩 댓글로 불리는 긍정적인 콘텐트를 만들어내 대중의 관심을 돌린다”며 “이 기간 중에는 깜짝 쇼를 연출해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인 토론을 덮어버린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전략은 그들이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대만에서 표면화됐다. 2016년 대선에서 당선 직후 차이잉원 총통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대만의 독립을 경고하는 댓글 폭탄이 쏟아졌다. 이들 적대적인 댓글 중 다수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금지된 중국 본토에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가 승인한 작전이라는 해석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실제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금지가 보여주듯이 중국의 인터넷 통제는 댓글을 훨씬 뛰어넘는다. 가장 악명 높은 인터넷 검열 시스템도 있다. 외국 언론매체, 인터넷 도구(구글 검색 포함), 모바일 앱을 차단하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개편하는 제19차 당대회가 지난 10월 18일 개막됐다. 이를 앞두고 중국 선전부와 사이버관리국이 과열모드에 돌입한 듯하다. 과거 10년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검열 지침이 공표됐다.
 미국 | 봇의 부상
알렉산더 닉스(사진)가 이끄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유권자 맞춤 선거전략 마이크로타게팅으로 트럼프를 승리로 이끌었다. / 사진:YOUTUBE
미국에는 온라인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조작하려는 행위자가 어느 나라보다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정부·정당 그리고 개별 조직이 모두 온라인에서 활동한다. OII는 보고서에서 소셜미디어 조작이 ‘사상 최고조에 달한 분수령’으로 지난해 ‘트럼프 vs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레이스를 꼽았다.

수십만 개의 봇이든 분열적인 스토리를 유포하는 브라이트바트 같은 극우 온라인 매체든 선거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다수는 널리 알려졌다. 선거 전 며칠 동안 미시건 주에선 가짜 뉴스가 전문 언론 기사로 널리 공유됐다. 한편 자칭 ‘선거 경영’ 전문가집단이라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이하 케임브리지) 같은 기업이 주로 페이스북에서 부동표를 겨냥해 트럼프 선거운동을 펼쳤다.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본부에서도 그런 전술을 구사하며 캠페인이 가열될수록 빅데이터와 친클린턴 봇의 숫자를 늘려나갔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만큼 효과적이진 못했다. 전체적으로 선거운동의 결정적인 순간들에 친트럼프 봇들의 활동량이 친클린턴 쪽의 5배에 달했다. 종종 팔로어가 전혀 없는 이들 트위터 봇은 서로의 메시지를 복사해 정치적 콘텐트와 함께 광고를 띄웠다. 그리고 트럼프 쪽 댄 스캐비노 소셜미디어 팀장의 메시지를 수시로 리트윗했다.

공화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캠페인이 “(미국 개척시대의) 거친 서부” 같았다고 OII에 말했다. “후보에게 많은 관심이 집중되기만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것이 주효했다. 하버드대학의 조사에서 전체적으로 트럼프 관련 언론보도가 클린턴보다 15% 더 많았다. 특정 인구 그룹을 겨냥한 표적 광고도 트럼프 전략의 핵심을 이뤘다. 클린턴의 경우 TV 광고가 트럼프보다 2.5배 많았으며 전국 대상의 디지털 광고 비율도 73%에 달했다.

그러나 막판 몇 달 동안 케임브리지가 이끄는 트럼프 선거팀은 하위 그룹에 초점을 맞췄다. 흑인 청년을 이른바 ‘슈퍼 약탈자(super-predators)’로 부른 클린턴의 악명 높은 1996년 연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반(反) 클린턴 광고가 유명한 대표적 사례다. 그 광고는 공화당이 민주당 표를 압도하기 희망하는 지역에서 전적으로 페이스북의 흑인 유권자에게만 전달됐다. 이번에도 그 수법이 주효했다.

케임브리지의 한 대변인은 “2012년 오바마 대통령 선거본부가 그런 마이크로타게팅(microtargeting, 유권자 맞춤 전략) 선거운동 방식을 개척한 것은 널리 알려졌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빅데이터와 새 광고기술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케임브리지가 이런 패러다임 전환의 선봉에 서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민주주의를 강화하지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유권자가 가진 우려를 널리 알리고 정치 후보들이 정견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들은 미국 우파 후보들과의 제휴(처음 테드 크루즈 텍사스 주 상원의원, 그 뒤 트럼프)는 순전히 당시의 상황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정계에서 활동하지만 정치적이지는 않다”고 그 대변인은 말했다.

케임브리지는 트럼프의 주요 선거자금 기부자 중 한 명이었던 로버트 머서 가문이 일부 지분을 소유한다. 그 회사의 이사로 일하던 스티븐 K. 배넌은 백악관 수석 전략가로 임명됐다(7개월 뒤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배넌이 지난 3월 공개한 연방 공무원 자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그 회사 주식을 500만 달러 어치나 보유했다. 지난 10월 11일에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관해 조사 중인 하원정보위원회가 케임브리지에 정보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조작은 선거로 시작되지도 또 끝나지도 않았다. 일찍이 2011년 미국 정부는 외부 PR 업체를 고용해 정치적 목적으로 소셜미디어에 가짜 프로필을 작성·통제하는 ‘아이디 관리 툴’을 개발하도록 했다. 케임브리지의 영국 모기업 ‘스트러티직 커뮤니케이션스 래버러토리스(SCL)’는 수년 전부터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해 왔다.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최근에는 미국 국무부 일을 따냈다.

수십만 개의 이른바 ‘슬리퍼(sleeper)’ 봇에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두 번 트럼프 지지 트윗을 띄운 뒤 현재는 침묵하고 있는 계정들이다. 방아쇠(정치적으로 결정적인 순간)가 당겨지면 역정보를 퍼뜨리며 반대 의견을 덮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남캘리포니아대학 컴퓨터학과 에밀리오 페라라 연구 조교수는 전 세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어디든 동원할 준비가 된 “재사용 가능한 정치적 역정보 봇이 거래되는 암시장”의 가능성도 시사한다. 트럼프 후원에 사용됐던 봇이 올해 프랑스 대선의 최종 승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저격하는 데도 동원했다는 보도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는 듯했다.
 러시아 | 댓글 공장
러시아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국민을 통제한다. 사진은 지난 9월 열린 도시의 날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 / 사진:NEWSIS
일찍이 2003년부터 러시아 선전요원들이 채팅 방에 은밀히 끼어든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2013~2014년 일련의 폭로가 잇따른 후 러시아 공작의 전체 규모가 더 확연히 드러났다. OII의 컴퓨터 프로파간다 조사팀의 샘 울리는 “러시아는 특히 막강한 힘을 가진 권위주의 정권이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해 사람들을 통제하는지 살펴보기에 좋은 사례”라고 영국 가디언 신문에 말했다.

국내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대파들을 공격하도록 댓글러들을 훈련하고 보상하는 단체가 많다. 그중에 민간업체인 인터넷조사대행사(IRA, Internet Research Agency)뿐 아니라 크렘린 지원을 받는 회원 15만 명의 청년 단체 나시(Nashi)도 포함됐다는 사실은 러시아 정부의 전략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준다.

사이버 부대원 중 일부는 온라인 계정을 만들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비정치적인 문장 속에 프로파간다를 버무려 넣는다. 그러나 대부분 집요한 공격으로 유명하다. 언론인과 반체제 인사들을 공격하며 그들을 인터넷에서 쫓아내거나 겁을 줘 침묵시키려 한다.

IRA의 온라인 활동에 관해 취재했던 핀란드의 탐사보도 기자는 악의적이고 섬뜩한 보복 공세를 당했다. 한편 나시 지도자들은 “가장 혐오스런 적들”이라며 타깃으로 삼은 인권 운동가들의 리스트를 유포해 왔다.

2013년 폭로에 따르면 IRA에 고용된 블로거들은 6개의 페이스북 계정을 관리하며 하루에 최소 3개 이상 댓글을 올려야 한다. 트위터 이용자는 최소 10개 이상의 계정을 통해 하루 50개의 트윗을 띄우게 돼 있다. 팔로어와 관계 수준 면에서 개개인에게 구체적으로 맞춤 타깃이 주어진다. 그런 타깃을 부여 받은 수백 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건물 또는 지하실은 종종 ‘댓글 공장(troll-factories)’으로 불린다. 그런 계정들이 러시아 내 트위터 활동의 45%를 관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활동은 세계적인 규모로 이뤄진다. 해외에서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는 작업뿐 아니라 러시아 외교정책 목표의 일환이다. 따라서 어설픈 영어가 걸림돌이 된다. 미국의 소셜뉴스 사이트 버즈피드가 러시아의 댓글 네트워크를 조사했더니 이들 단체는 영어 교사를 고용해 사이버 부대원들에게 영어 문법을 가르쳐 서방의 네티즌과 교류하도록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정치학’에 관한 워크샵도 있다. 시사문제와 관련해 친러시아 논리로 ‘댓글러’를 무장시키려는 취지다.
 이스라엘 | 도덕적 고지 겨냥한 첨단 전술
이스라엘은 “온라인에 떠도는 부정적인 스토리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퍼뜨릴 계획”이다. / 사진:DANIEL ESTRIN-AP-NEWSIS
이스라엘은 트위터부터 인스타그램까지 온갖 온라인 플랫폼을 망라해 히브리어·아랍어·영어 등 3개국어로 기능하는 공식 정부 소셜미디어 계정을 350개 이상 보유한다. 세계에서 가장 전문적으로 손꼽히는 온라인 사업단을 운영한다.

이스라엘 정부의 온라인 사업에선 대학생 자원자가 태반이다. 가장 실적이 좋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다. 아제르바이잔이나 중국과 달리 토론에 적극 참여해 긍정적인 논조로 정부의 권위를 강화 또는 뒷받침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웃나라들에 비해 이스라엘의 자유주의를 돋보이게 한다.

이들은 웹사이트·온라인포럼·소셜미디어의 댓글 란에 참여해 나라 안팎에서 이스라엘의 위상을 높이는 작업을 담당한다. 이스라엘의 한 정치인은 “그것이 이스라엘을 보이콧(Boycott)·투자회수(Divest)·제재(Sanction)하려는 움직임을 물리치는 열쇠”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에 경제·정치적 압력을 가하려는 국제 BDS 운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2013년 8월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또 다른 관계 당국자는 “우리는 당국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 널리 유포할 것”이라고 예루살렘 포스트 신문에 말했다. “온라인에 떠도는 부정적인 스토리에 모두 답을 달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퍼뜨릴 계획이다. 우리는 혁명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이스라엘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더 광범위하게 모니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했다. 그뿐 아니라 공식 성명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 인터넷 뉴스 사이트와 포럼의 토론에 어떤 사상을 이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고 하아레츠 신문은 보도했다. 이 시스템은 또한 이용자 상세 분류 기능을 제공해 결과적으로 BDS 운동 지지자나 저명한 이스라엘 반대파를 공략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 | ‘관심 돌리기’
아제르바이잔의 헤이다르· 일함 알리예프 전·현 대통령 부자 사진이 실린 소셜미디어 이용자 프로필에 ‘나는 아제르바이잔인으로서 긍지를 느낀다’고 적혀 있다. / 사진:ARZU GEYBULLA-OPENDEMOCRACY
수년 전부터 아제르바이잔의 친정부 트롤(댓글)은 국가차원에서 벌이는 소셜미디어 조작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지난 14년간 아제르바이잔을 통치해온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의 권력이 갈수록 강화되는 듯하다. 지난 2월에는 부인을 부통령에 앉히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2010년 아제르바이잔의 주요 청년단체 IRELI에 온라인을 통해 친정부 여론을 조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적어도 그 이후 소셜미디어가 대통령 통치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전국적으로 댓글 훈련센터가 증가하면서(한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여러 마을과 도시에 52개소가 들어섰다) 수백 명의 청년 자원봉사 블로거에서 수만 명의 훈련 받은 댓글 공작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처음에는 정부에 관해 좋은 말을 퍼뜨리는 블로거 활동을 장려했지만 서서히 반대파에 대한 이메일 공격, 위키피디아 페이지 관리, 소셜미디어 상의 홍보 캠페인 운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이 단체의 당시 사무총장은 2011년 전국적인 온라인 통신사 뉴스.AZ에 이렇게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인터넷 이용자의 활동과 규모가 결정적이다. 우리 목표는 정보전쟁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젊은이의 배출이다.”

IRELI의 영향력은 2014년 내부 정쟁으로 인해 쇠퇴하기 시작했지만 여당인 ‘예니(新) 아제르바이잔’의 청년조직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세계 각국이 사이버부대로 청년 단체를 선호한다. 비용이 적게 들고, 소셜미디어에 능하고, 정부 직책이나 장학금으로 쉽게 보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니 아제르바이잔의 방식은 전보다 더 거칠었다. 어조가 더 공격적이고 난폭하고 모멸적이다. 섬세함보다는 규모를 더 중시하며 수시로 반정부 언론인을 공격한다. 개인적인 공격이 전형적인 최선의 수비로 간주된다. 가끔씩 이웃한 적대국가 아르메니아와의 지속적인 갈등을 들먹이는 이른바 ‘관심 돌리기(whataboutism)’로 국내 인권유린에 관한 온라인 논쟁을 덮어 버리기도 한다.

터키에서 거주하는 아제르바이잔 기자 겸 운동가 아르주 게이불라는 “IRELI의 댓글은 더 교양 있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댓글은 특히 트위터에서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이 됐다. 컨퍼런스에서 아제르바이잔이 논제가 돼 온라인 토론이 벌어질 때마다 그들이 해시태그를 가로채 논쟁을 좌지우지한다.”

이런 전술이 대체로 성공을 거둬 온라인 정치 토론에의 참여가 줄었다고 OII는 전한다. 그러나 트롤의 피해자였던 게이불라 기자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반정부 진영이 알리예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제를 우회하려 할 때도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반정부 언론매체에의 접근이 차단됐다.”

정부가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증거도 있다. 지난 9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전례 없는 성소수자(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탄압으로 60명이 체포됐다고 전해졌다.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프로필을 만들어 그들을 색출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 EU 탈퇴, 봇, 빅데이터
영국의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서명운동에는 바티칸 시티에서 4만2000명, 북한에서 2만5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민. / 사진:NEWSIS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EU탈퇴) 국민투표도 소셜미디어 조작 전략에 중요한 순간이 됐다. 투표 전 몇 달 동안 트위터 전체 트래픽 중 대략 3분의 1이 자동 봇에서 비롯됐다. 거의 전적으로 탈퇴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봇들이 전적으로 친 브렉시트 운동에만 동원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투표 이후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에 한 주말 동안 370만 명 이상이 새로 참여했다. 처음엔 유권자들이 마음을 돌렸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전체 인구 800명의 바티칸 시티에서 4만2000명, 인터넷 연결이 극히 제한된 북한에서 2만5000명 가까이 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엑서터대학의 사회학자 수전 반두치 교수는 “이런 전략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예컨대 사람들은 가짜 뉴스 기사를 보고 곧바로 믿지는 않는다. 한 과정의 일부이며 대형 정당들이 아직 이같은 환경에 적응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친숙한 것을 믿는 경향을 보이며 어떤 이야기나 특정 주장을 더 많이 들을수록 다시 접할 때 진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

영국정부는 국민투표와 상관없이 이런 전술 중 일부를 택했다. 2015년 영국 육군의 제77여단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정보시대의 담론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인명살상 없는 심리작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역동적인 토론’을 이용해 테러 단체가 유포하는 정치 프로파간다에 맞서면서 그 과정에서 여론을 형성한다는 목표다.

마찬가지로 테러 대응을 전담하는 합동위협조사정보단(Joint Threat Research Intelligence Group)의 존재도 2014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밝혀졌다. 하지만 유출된 문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의 전술로는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담은 유튜브 동영상 올리기, 페이스북·트위터 계정, 블로그, 포럼 멤버십의 온라인 아이디 설정하기뿐만 아니라 패러디 온라인 자원 제공하기’ 등이 꼽혔다.

세계적으로 이런 활동의 실태가 더 확연히 드러나고 개방된 사회에 제기하는 위협이 갈수록 뚜렷해짐에 따라 이런 행위를 가능케 하는 미디어 도구들이 사회적인 차원을 넘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 새뮤얼 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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