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돌아온 ‘천둥의 신’

돌아온 ‘천둥의 신’

오합지졸 주인공들이 웃음 주는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 주인공 크리스 헴스워스의 연기력 빛나
(왼쪽부터) 헐크와 토르, 발키리가 아스가르드를 지키기 위한 전투 채비를 하고 있다. / 사진:MARVEL
크리스 헴스워스는 토르 역할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는 영화에서 토르의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데 늘 어려움을 겪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토르: 천둥의 신’(2011)은 이 캐릭터와 그의 세계를 설정했지만 장엄한 신의 행성 아스가르드와 지구의 먼지 이는 거리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앨런 테일러 감독의 속편 ‘토르: 다크 월드’(2013)는 시시한 악당과 따분한 줄거리로 전편보다 더 형편없었다. 두 영화 모두 별 볼 일 없었지만 토르라는 캐릭터는 어벤져스의 동료 멤버들과 그의 입양된 동생이자 악당인 로키(톰 히들스턴)과 함께 인기를 끌었다. 공연한 배우들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헴스워스의 매력이 돋보였다.
케이트 블란쳇(왼쪽)은 MCU 최초의 중요한 여성 악당인 헬라 역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훌륭하게 소화한다. 제프 골드블럼 (오른쪽)은 수수께끼 같은 그랜드마스터 역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 사진:MARVEL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토르의 데뷔는 이 이야기를 최초로 우주 차원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이 시리즈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이런 확장이 성공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 점에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정도가 다였다. 마블이 MCU 주인공들의 진가를 알아본 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에 와서였다. 마블 경영진이 ‘토르’ 최신작에 기대를 걸게 된 것도 제임스 건(‘가디언즈’ 시리즈의 감독)의 모험 덕분이었다.

‘토르: 라그나로크’(국내 개봉 10월 25일)에서는 ‘가디언즈’ 시리즈의 마법을 다시 한번 만들어내려는 마블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사회 부적응자들로 구성된 오합지졸 주인공들이 웃음을 주며 다른 볼거리도 많다.

‘토르: 라그나로크’를 ‘가디언즈’ 시리즈와 차별화하는 요인은 뉴질랜드 출신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2014)와 ‘헌트 포 더 와일더피플’(2016)로 이름을 얻은 와이티티 감독은 ‘토르: 라그나로크’로 마블에 기이하면서도 온화한 브랜드의 코미디를 도입했다. 이상한 세계와 가족에 관한 이야기에 딱 들어맞는 형식이다.

와이티티 감독은 에릭 피어슨과 크레이그 카일, 크리스토퍼 요스트의 유머가 반짝이는 각본을 훌륭하게 살려냈고 재능 있는 배우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냈다. 그들이 자아내는 웃음이 아스가르드를 배경으로 한 형편없는 장면들의 문제점을 덮는 데 도움을 준다.

영화의 대부분이 새로운 행성 사카르를 배경으로 하는 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영화 초반 20~30분은 플롯을 설정하는 단계로 토르는 이때 로키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토르는 우여곡절 끝에 사카르에 도착하게 되고 로키와 힘을 합쳐 아스가르드를 지배하려는 새로운 악당 헬라(케이트 블란쳇)에 맞서 싸운다.

MCU 최초의 중요한 여성 악당인 헬라의 힘은 블란쳇의 연기와 그녀의 타고난 진지함에서 나온다. 헬라는 ‘토르: 다크 월드’에서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이 연기한 악당 말레키스(영화 사상 가장 형편없는 악당으로 꼽힌다)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의 이룬 캐릭터다. 하지만 악당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마블의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진 못했다.

헬라가 아스가르드로 향할 때 토르와 로키는 사카르에 도착한다. 사회 부적응자와 구제불능의 인간들이 모인 폐품처리장 같은 행성이다. 여기서 제프 골드블럼(그랜드마스터 역)은 노예(아니, 포로)들을 동원해 토르의 옛 친구인 헐크(마크 러팔로)에 맞서 싸우게 한다. 사카르는 토르가 동료 아스가르드인 발키리(테사 톰슨)를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톰슨과 러팔로, 골드블럼이 합세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헴스워스는 코미디에 타고난 재능을 지닌 훌륭한 주인공이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그는 유머와 진지한 연기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서 진정으로 빛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러팔로는 헐크일 때나 브루스 배너(헐크로 변신하기 NEWSIS전 그의 진짜 이름)일 때나 헴스워스의 좋은 친구다. 헐크는 이전 영화들과 비교할 때 사고와 언어 능력이 발전해 자기 생각을 더 잘 표현하며 배너는 주변의 광기 어린 행동에 당황하는 정직하고 고지식한 남자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한편 골드블럼은 기이한 매력을 내뿜으며 대사 한마디도 하기 전에 이미 그랜드마스터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하지만 가장 빛나는 건 발키리 역을 맡은 톰슨이다. 앞으로도 그녀가 계속 이 역을 맡으면 좋겠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사카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이상한 동물들과 활기 넘치는 풍경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나머지 부분은 재미보다는 ‘위험에 처한 아스가르드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플롯 전개를 위해 존재한다. 관객은 주인공들이 서둘러 그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영화의 대부분은 관객의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만 수퍼히어로 모험 영화로서 어쩔 수 없이 끼어들어간 요소들이 재미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박스기사] 반짝반짝 빛나는 거물급 카메오 - 크리스 헴스워스의 친형인 루크부터 샘 닐, 매트 데이먼까지 영화 속 연극에 등장해 재미 더해줘
MCU 최고의 카메오로 꼽힐 만하다. / 사진:AP-NEWSIS
마블 스튜디오의 최신작 ‘토르: 라그나로크’는 익살이 넘친다. 영화화된 토르의 이야기 중 최고로 꼽힐 만하다. 웃음을 주는 장면 중 3명의 주요 카메오가 등장하는 대목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전편 ‘토르: 다크 월드’에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입양된 남동생 로키(톰 히들스턴)는 아버지 오딘(앤서니 홉킨스)으로부터 아스가르드의 왕좌를 빼앗으려고 자신이 죽은 것처럼 꾸민다. 로키는 오딘을 지구로 추방한 뒤 오딘 행세를 하며 왕좌를 차지한다. 그 후 2년 동안 로키는 제멋대로 처신하며 자신이 지배하는 아스가르드와 아홉 왕국을 혼란으로 빠뜨린다. 토르가 아스가르드로 돌아갔을 때 그는 로키가 오딘 행세를 하며 연극을 보는 장면을 목격했다. 로키의 죽음에 관한 연극이었는데 사실과 달리 그를 영웅으로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토르는 일이 어떻게 된 건지 금세 알아차리지만 연극이 진행되는 걸 좀 더 지켜본다. 여기서 3명의 카메오가 등장한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이전 영화 ‘헌트 포 더 와일더피플’(2016)에 출연했던 샘 닐이 해설자로 나온다(닐이 이 역할을 맡는다는 이야기는 제작 당시에 알려졌었다). 연극에서 토르 역을 연기하는 아스가르드인 역할은 다름 아닌 루크 헴스워스(크리스 헴스워스의 친형)가 맡았다. 루크는 HBO 드라마 시리즈 ‘웨스트월드’로 가장 잘 알려졌다. 헴스워스 3형제 중 막내인 리암은 이 영화엔 안 나온다.

세 번째 카메오는 가장 거물급이며 출연 사실이 사전에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굿 윌 헌팅’(1997)과 ‘마션’(2015)의 맷 데이먼으로 그는 영화 속 연극에서 로키 역을 연기하는 아스가르드인으로 나온다. 영화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마블의 전설적인 수퍼 히어로 창조자인 스탠 리도 카메오로 출연한다. 데이먼은 마블의 거의 모든 작품에 카메오로 출연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스탠 리를 제외하곤 MCU 최고의 카메오로 꼽힐 만하다.

- 벤 스키퍼 아이비타임즈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日기시다 "북일 간 성과를 내는 관계 실현은 쌍방 이익에 합치"

2삼성 반도체 매출 세계 1→3위로 추락…인텔·엔비디아 선두로

3“먹는거 아닙니다, 귀에 양보하세요”…품절대란 ‘초코송이’ 이어폰 뭐길래

4마침내 ‘8만전자’ 회복…코스피, 2800선 돌파 기대감 ‘솔솔’

5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

6 이재명 인천 유세현장서 흉기 2개 품고 있던 20대 검거

7영천 최무선과학관, 새단장하고 오는 30일부터 운영 재개

8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 ‘소비자 추천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50′ 선정

9어서와 울진의 봄! "산과 바다 온천을 한번에 즐긴다"

실시간 뉴스

1 日기시다 "북일 간 성과를 내는 관계 실현은 쌍방 이익에 합치"

2삼성 반도체 매출 세계 1→3위로 추락…인텔·엔비디아 선두로

3“먹는거 아닙니다, 귀에 양보하세요”…품절대란 ‘초코송이’ 이어폰 뭐길래

4마침내 ‘8만전자’ 회복…코스피, 2800선 돌파 기대감 ‘솔솔’

5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