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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 | 나를 만드는 힘(3)]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원동력은 삶의 목적

[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 | 나를 만드는 힘(3)]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원동력은 삶의 목적

모든 사람이 목적 갖는 세상 만들어야...“진보는 지구적 공동체 차원에서 이뤄져야”



저성장·양극화·고령화로 대별되는 뉴노멀의 시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변혁으로 생산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삶이 축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종착역이 어딘지 모르고 살고 있다. 올바른 ‘나’를 세우고 디지털 세상을 똑바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은 없을까. 경제·경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가르침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 나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잠재력을 끌어 올려보는 건 어떨까. 나를 방해하는 수많은 유혹에서 나를 지키는 힘도 키워보자. 혼돈의 시대 자아를 재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는 이유다.
삶의 의미를 지탱하는 기둥은 여럿이 있는데 그중 하나의 축이 삶의 목적이다. 목적이 없으면 삶은 표류하고 갈피를 잡기 어렵다. 목적이 전도되면 삶이 피폐해지고 인생의 말미에 가서는 후회와 번민만 가득해진다. 많은 사람은 좋은 직장을 찾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게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만일 삶의 목적이 행복처럼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내어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자신의 잠재력과 강점을 찾아 소외받거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삶의 목적은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태어나서 해야 할 일인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삶의 목적은 우리의 자아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힘임에 틀림이 없다. 목적이 이끄는 삶은 결국 삶의 나침반을 찾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세찬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가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 갖은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산다면 얼마나 멋진 인생일까?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현실은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보고, 이상은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보라”고 말했다. 현실에서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돌보고 그들과 함께하는 유대감이 삶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삶의 목적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전제에서 유쾌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미국의 젊은 기업가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을 설립하고 운영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선도하고 있는 개척자다. 페이스북은 그가 하버드대학교 재학 시절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후 페이스북은 세계로 퍼져 사람들에게 소소한 일상을 전하기도 하고 세계의 시사를 알리는 역할을 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세계인이 사용하는 소통의 도구로 급성장했다. 그는 부모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하버드 학생임을 스스로 중도에 포기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꿈을 찾아 교정을 떠난다. 그런 행동을 한 그에게 어떤 삶의 목적이 있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일단은 그의 이야기 속에서 그가 하버드를 떠난 자초지종과 함께 그의 사랑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보자. 그는 하버드 중퇴자로서 어린 나이에 세대가 비슷한 학생들 앞에 서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다.

“하버드에서 가장 좋은 기억은 아내 프리실라를 만난 것입니다. 그녀는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음, 장난스러운 웹사이트인 페이스매시(Facemash)를 만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학교 관리위원회에서는 나를 보자고 했습니다. 모두들 내가 학교에서 쫓겨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도 짐을 싸는 것을 도우러 왔고 친구들은 송별회를 열어줬습니다. 운명과도 같이 그 송별회에 프리실라가 친구들과 함께 왔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아주 로맨틱한 말을 하지요. ‘내가 3일 후면 학교에서 쫓겨나니까 빨리 데이트하자’고 말이죠. 여러분들은 졸업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이 작업 멘트를 써도 되겠네요.”

사랑은 때로는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온다. 문득 드는 생각은 우리의 삶의 목적도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일순간에 내려놓고 삶의 정도(正道)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는가? 그러나 어떤 계기로 삶의 목적을 굳게 세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세속적으로 바라본 그들의 삶이 가혹할지 몰라도 그들이 생각하는 인생이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이라면 그들을 바라보는 눈과 관계없이 그들의 삶은 축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저커버그의 삶의 목적 ① | 의미 있는 빅 프로젝트
모교에 선 저커버그는 같은 세대 젊은이에게 인생의 세 가지 목적을 이야기하며 페이스북의 정신에 맞게 상호 연결된 세계를 구축하는 힘을 키워나가는 일원이 될 것을 호소한다.

“밀레니얼 세대인 우리는 직관적으로 목적을 찾죠. 저는 감히 단지 목적을 찾는 것에만 그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것을 넘어 모든 사람이 목적을 갖는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 세대의 도전 과제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해 볼게요. 케네디 대통령이 나사(NASA) 우주 센터를 방문했을 때 청소부를 발견하고 다가가 뭘 하고 있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그 청소부는 ‘대통령님, 저는 인류가 달에 가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멋진 이야기입니까.”

그의 이야기를 듣자 우리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우리는 현재 그 청소부처럼 자신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나? 삶의 목적이라 함은 우리 자신보다 위대한 무언가를 이끄는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적이 있을 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고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대 간에 삶의 목적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저커버그의 부모 세대가 대학을 졸업할 때 삶의 목적의 의미는 주로 직장·교회·공동체 등에 한정됐다. 그리고 그의 세대의 삶의 목적은 환경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지금의 세대는 기술과 자동화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있는 세상을 목도하고 있다. 공동체 의식도 예전만 못하고 축소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단절된 삶을 살면서 고독을 느끼며 우울해하며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래서일까?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우리 세대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그건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것 외에 새로운 목적의식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우리 세대에게는 혼자만의 목적을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타인을 위한 목적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나는 아주 어렵게 그것을 찾아냈습니다. 내가 삶에서 원하는 것은 회사를 차리는 게 아니라 뭔가 사회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그게 제 삶의 일차적 목적입니다.”

요즘 젊은이치고 상당히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배포가 큰 사업가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딸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런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아닐까?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세속적 욕구에 물들기 쉽다. 돈이면 뭐든지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억만장자의 자살 소식과 돈으로 초래되는 불행을 보면 물질이 삶의 목적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정도의 물질적 성공은 저커버그의 이야기처럼 우리를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삶의 필요충분조건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자율주행차와 같은 자동화 기술로 수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더욱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과소평가 하지 마세요. 우리는 당당히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합니다. 자신 없다고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제가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죠. 시작할 때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이디어란 게 처음부터 완성된 채로 나오지도 않아요.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명확해지죠. 그래서 무조건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들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해 완벽히 이해해야만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면 저는 페이스북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젊은 여러분이 뭘 망설이나요? 지금이야말로 우리 세대를 정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 때입니다. 인류가 지구를 멸망시키기 전에 기후변화를 막고 수많은 사람이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고 설치하는 데 참여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건강 데이터를 추적해 유전자를 공유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애초에 아프지 않도록 하는 치료방법을 찾는 것보다 아프고 나서 치료를 하는 쪽에 50배 많은 인적 자원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세요. 이게 말이 되나요? 우리가 바꿀 수 있습니다. 모두가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 있게 민주주의를 현대화한다든가, 모두가 배울 수 있도록 맞춤형 평생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어떤가요?”
 저크버그의 삶의 목적 ② | 균등한 기회의 보장과 평등의 확장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5월 25일(현지시간) 중퇴한 지 12년 만에 모교인 미국 하버드대에서 명예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커버그는 이날 졸업식 연설에서 “모두가 목표의식을 갖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우리는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의 목적을 추구할 수 있도록 균등한 기회를 갖는 세상을 재정립해야 나가야 합니다. 부모 세대는 대부분이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습니다. 우리 세대는 다르지 않을까요? 한 직장에 평생 다니는 시대는 지난 느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를 시작하든, 아니면 자신의 역할을 찾든 도전하려는 기업가정신을 살려 나가야 합니다. 문제는 사회의 수용능력입니다. 다양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게 쉬워져야 기업가정신이 꽃피워지고 그러한 문화가 번창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성공은 실패할 수 있는 자유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나는 어느 정도 성공한 기업가이기에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하의 재력을 가진 사람이 모든 걸 걸고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문제가 되겠지요.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역사적인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성공에 대한 보상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성공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다면 기업가정신이 만개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과연 우리 사회가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일에 인색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그가 그런 현실을 직시하자는 데 무척 공감이 간다. 그는 스스로가 성공한 자임에도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누군가는 엄청난 돈을 벌 때 누군가는 창업은 고사하고 빚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는 게 ‘기회의 땅’인 미국의 현실이다. 그는 그런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자고 젊은이들에 호소한다. 그는 실패하면 받아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없기 때문에 꿈을 좇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설파한다. 그저 좋은 아이디어 하나, 성실한 태도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게 인생이다. 게다가 성공에는 시운도 따라야 한다. 그는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우리의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자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인류는 세대마다 평등의 정의를 나름대로 확장해 왔습니다. 어떤 세대는 투표권과 시민권을 위해 싸웠고 또 어떤 세대는 뉴딜 정책과 위대한 사회를 이뤄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나설 차례입니다. 우리 세대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정립할 시기입니다.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수치화된 경제지표가 아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가가 척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사회가 진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보편적 기본소득과 같은 아이디어를 연구해 모든 사람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 세대는 직업을 여러 번 바꾸게 될 것입니다. 한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평화로운 가정을 꾸려나가려면 보육 시스템과 의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실패는 용인되어야 합니다. 실패로 사람에게 굴레를 씌우거나 낙인을 찍는 사회는 옳지 않습니다. 기술이 우리에게 유용한 수단이 되도록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러한 추세에 맞게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지속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는 대담하게도 모든 이에게 이러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는 결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부자인 그와 같은 사람이 비용을 대고 기부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돈이 전부는 아니고 각자가 소명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돈이 없으면 시간도 할애할 수 있습니다. 그저 일주일에 한두 시간만 할애해도 누군가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삶의 목적을 제대로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데 도움을 줍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게 한 사람을 위한 올바른 일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게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저크버그의 삶의 목적 ③ | 지구 공동체 건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와 부인 프리실라 챈이 2016년 9월 2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회견 연습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다음 날 질병퇴치를 위해 3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 사진:AP=뉴시스
그가 꿈꾸는 ‘목적이 이끄는 삶’은 어떤 것일까? 그는 결론적으로 지구 공동체 건설이라는 위대한 포부를 밝힌다. 마치 세상을 페이스북으로 연결하려는 그의 사고를 닮은 느낌이다. ‘서로 연결된 세상을 만들자(shaping an inter-connected world)’는 주제는 자국 우선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범세계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세상은 각 나라가 협력하는 곳이다. 이 세상은 장벽을 쌓는 곳이 아니라 해체하는 곳이다. 하나로 연결된 세상을 사는 지구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담이 아니라 서로를 잇는 다리이고 이끌어 주는 사다리이다. 그런 관점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삶의 목적은 직업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이에게 목적의식을 심어 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우리 세대가 말하는 ‘모두’는 세계 모든 사람을 일컫습니다. 세계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세대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질문에 가장 많은 대답으로 꼽힌 것은 국적·종교·민족이 아닌 ‘세계 시민’이었습니다. 대단한 일이죠. 우리 세대는 세계를 아우르며 전진해 나가야 합니다. 인간의 위대한 역사가 부족에서부터 도시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원대한 일을 이루려고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겐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위대한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말은 우리가 가난과 질병을 끝내는 세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주한 위대한 과제는 세계적인 호응을 얻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국가도 기후변화나 전염병 예방을 홀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진보란 도시나 국가 차원이 아니라 지구적 공동체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는 팔이 안으로 굽는 자국 우선주의를 배격해야 함을 강조한다. 자유, 개방성, 세계 공동체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어 권위주의·고립주의·국수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국가에는 세계화를 환영하는 사람과 이에 맞서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목적의식과 안정감 있는 삶을 추구하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지금 당장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모두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의미를 찾아 나갑시다. 가정이든, 스포츠팀이든, 교회든, 음악 단체든 공동체는 우리가 더 큰 무언가의 한 부분이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공동체야말로 우리가 볼 수 있는 지평선을 넓혀 주기에 우리의 시야를 그렇게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공동체의 목표를 등한시해 공동체 수가 말도 안 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한다. 그리고 젊은 세대가 다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공동체를 재건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을 강조한다.

“저는 여러 졸업생을 만났습니다. 한 친구는 우간다 분쟁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공동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수천 명의 경찰관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다른 친구는 질병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이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비영리 기업을 창업했습니다. 이것은 제 얘기이기도 합니다. 작은 기숙사 방에서 한 학생이 작은 공동체부터 연결하기 시작해 어느 날 세계를 연결하게 된 것입니다. 변화는 작은 곳에서 시작합니다. 세계적인 변화도 처음에는 작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를 이끄는 연결의 힘입니다. 우리 세대가 맞이한 연결성에 대한 문제,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우리가 공동체를 제대로 형성할 수 있는가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구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목적을 이끄는 삶을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는 당부와 함께 기도로 그의 이야기를 마친다.

“우리 선조를 축복한 힘의 근원이여, 우리가 용기를 갖고 축복된 삶을 살게 도와주소서.”

그의 말을 들으니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생각난다. 노란 숲속에 난 두 갈래 길로 시작하는 ‘가보지 않은 길’이란 시는 익숙하다. 그보다 목적을 이야기 한 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목표는 노래였다(The Aim was Song)’란 시 말이다. 그 시를 음미하다 보면 사람만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아는 존재이다. 바람이 전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게 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만드는 인간이야말로 얼마나 위대한가? 우리는 그 위대함의 의미를 되새기며 미래 세대가 더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게 진정한 의미에서 ‘목적이 이끄는 삶’인 것이다.

사람이 바람을 올바로 불기 이전에 바람은 한때 무식하게 스스로 불었으니, 걸려 넘어지는 거친 곳에서는 어디서나 밤낮없이 큰 소리로 불었다. 사람이 와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말했다. 우선 불 장소를 찾지 못했고, 또한 너무 세게 불었다. “노래가 목적이잖아. 잘 들어봐라. 이렇게 불어야 하는 거야!” 사람은 그의 입에 바람을 조금 넣고, 북(北)이 남(南)으로 변할 만큼이나 그것을 충분히 오래 머금다가, 바람을 치수에 따라 불어냈다. 치수에 따라 부니, 그것은 말과 가락이었다. 바람이 되고자 했던 바람이었다. 입술과 목구멍을 통해 조금씩 불어야 한다. 노래가 목적이니까. 바람은 알 수 있었다.

세찬 바람도 길들이기 나름이다. 인간의 말과 행동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런 목적에 맞는 언행과 실천을 해야 한다. 바람이 되고자 했던 바람처럼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노래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 필자는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물가·복지·국제금융·통상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경제적 청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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