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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21세기폭스 인수 의미는] 미디어산업 헤게모니 움켜쥔 절대강자 탄생

[디즈니의 21세기폭스 인수 의미는] 미디어산업 헤게모니 움켜쥔 절대강자 탄생

미디어 콘텐트·캐릭터, 전송 채널과 플랫폼 등 보유...‘혁신의 경영인’ 아이거 회장의 능력 보여준 쾌거
굵직한 인수·합병(M&A)으로 디즈니를 미디어산업의 강자로 만든 밥 아이거 회장. / 사진:뉴시스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가장 관심을 끄는 사건이 발생했다. 12월 14일 미국의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제국의 핵심인 21세기폭스사의 영화·TV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인수 금액이 무려 524억 달러(약 57조1000억원)에 이르는 빅딜이다. 디즈니는 137억 달러(약 14조9000억원) 규모의 21세기폭스사의 부채도 떠안을 예정이다. 디즈니는 21세기폭스사 인수를 놓고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통신업체인 컴캐스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는데, 13일 컴캐스트가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인수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디즈니는 이번 계약으로 21세기폭스 영화사와 텔레비전, FX 프로덕션, 폭스 21을 비롯한 방송사, TV 프로그램 제작사, 케이블 채널 등을 손에 넣게 된다. 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훌루’와 프리미어리그 등의 축구중계 독점권으로 유명한 유럽 위성방송 채널 ‘스카이’의 최대 지분도 인수하게 된다. 인도 거대 미디어 그룹인 ‘스타 인디아’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미국 보수파를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폭스뉴스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 폭스스포츠 1·2, 빅텐 네트워크, 영국의 더타임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사와 일부 스포츠 채널은 인수 대상에서 빠졌다. 디즈니가 알짜배기만 가져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눈에 띄는 것은 디즈니가 인수하게 된 21세기폭스 영화사가 [아바타] [X맨] [판타스틱포] [데드풀] 등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낸 영화사라는 점이다. 디즈니는 이번 인수를 통해 과거 ‘마블코믹스’가 보유하던 캐릭터와 작품 판권을 모두 손에 쥐게 됐다. 디즈니는 마블을 인수하면서 어벤저스 대원들과 닥터 스트레인지 등의 인기 캐릭터를 차지했지만 X맨과 같은 마블 코믹스의 일부 인기 캐릭터는 21세기폭스가 판권을 계속 소유해 이를 합친 콘텐트를 제작하는 데 장애로 작용했다.
 524억 달러에 전격 인수
이번 M&A는 미국 행정부의 최종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이를 시장 독점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이상 이번 M&A는 세계 미디어시장의 판도를 대대적으로 뒤흔들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대규모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정부 승인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디즈니는 미디어 콘텐트와 캐릭터는 물론 전송 채널과 플랫폼까지 겸비한 미디어산업의 헤게모니를 쥐는 강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기존 미디어 업계 대 온라인 업계, 콘텐트와 네트워크간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무게 중심을 미디어 쪽으로 일부 옮기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최강자로 떠오른 넷플릭스는 물론 콘텐트 분야로 눈을 돌리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노리고 있는 아마존·애플·페이스북·구글·애플 등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그동안 구축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방송·영화·드라마 등 콘텐트 사업에 눈길을 돌리면서 기존 미디어 업계와 치열한 대결 구도를 이뤄왔다. 게다가 이번 M&A는 1990년대 절망적인 상태까지 갔다가 과감한 경영 혁신으로 기사회상한 데 이어 활발한 M&A 성공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노려온 밥 아이거 회장(66)의 성공이기도 하다.

아이거 회장은 2005년부터 디즈니 CEO를 맡은 데 이어 2012년부터 디즈니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CEO에 오르기 꽤 오래 전부터 디즈니의 2인자를 맡으면서 디즈니의 혁신과 비상을 준비했다. 1951년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이타카 대학 통신학부를 마치고 1974년 ABC방송의 일기예보 아나운서로 미디어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ABC에서 하나씩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다 1990년 데니비드 린치 감독의 인기 시리즈물 ‘트윈 픽스’ 기획에 기여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1982~92년 ABC 엔터테인먼트 사장에 올랐으며 1993~94년 ABC 네트워크 텔레비전 그룹의 사장을 맡았다. 그 뒤 ABC의 모기업인 캐피털시티스/ABC(현재 ABC)의 사장까지 올랐다. 1996년 이 회사가 디즈니에 인수된 뒤에도 1999년까지 자리를 유지했다. 엔터테인먼트 경영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1999년 ABC 회장과 디즈니의 국제부문 사장을 함께 맡으면서 디즈니에도 발을 디디게 됐다. 아이거의 능력을 계속 시험했던 마이클 아이스너 당시 회장은 만족감을 표시하며 2000년 그를 디즈니 2인자인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했다. 아이스너는 1984~2005년의 21년 동안 거대 월트 디즈니 제국을 이끌었다. 하지만 물이 고이면 썩는 법이다. 아이스너는 초기엔 과감한 경영으로 황금시대를 연장시켰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새롭게 등장한 경쟁사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2003년 아이스너가 창립자 월트 디즈니의 조카인 로이 디즈니를 72세의 고령이라는 이유로 이사회에서 배제하자 디즈니 집안은 오히려 아이스너가 무능한 경영으로 일등 기업 디즈니를 망쳐놨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로이 디즈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에선 시청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테마파크는 소극적인 운영으로 손님을 놓쳤고 그 결과 디즈니를 탐욕스럽고 영혼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시켰다”고 아이스너를 역공했다. 로이 디즈니는 디즈니의 대표 장르인 애니메이션과 영화까지 관객을 잃고 있어 디즈니가 희망 없는 기업이 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콘텐트시장 노리는 IT공룡도 견제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당시 디즈니는 매출 부진으로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하기까지 했다. 흥행 부진과 경영난에 겹쳐 이 같은 내부 분란까지 일어나지 디즈니는 할리우드의 문제아가 됐다. 자리를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려는 아이스너의 욕심 때문에 아이거는 2000년 사장을 맡은 후 5년 간 2인자 생활을 거쳐야 했다. 2005년이 되어서야 디즈니 CEO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2005년 아이스너가 로이 디즈니 등이 벌이던 ‘디즈니를 살리자’는 운동에 밀려 회사를 떠나면서 아이거에게 비로소 CEO로서 디즈니의 지휘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디즈니의 정상부에 오른 아이거는 거침없고 대대적인 혁신에 들어갔다. 먼저 화합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로이 디즈니를 설득해 ‘디즈니를 살리자’ 운동을 그만두고 디즈니 안으로 들어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명예이사와 회사 고문으로 모셨다. 아이거는 경영책임을 나몰라라 하던 전임자와 달리 디즈니의 경영 실수와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 디즈니가 관객의 마음을 읽는 전통을 제대로 잇지 못해 영혼이 없고, 혁신을 제대로 못해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관계자들이 화합하지 못하는 데다 탐욕스럽다는 인상까지 관객들에게 주고 있음을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로이 디즈니의 지적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현실을 인정한 아이거는 이를 개선해 디즈니의 명예를 되찾는 작업에 착수했다.
 마블 인수로 캐릭터·콘텐트 보강
아이거는 CEO에 오른 이듬해인 2006년 깜짝 놀랄 발표를 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대표 격으로 전통 애니메이션의 황제인 디즈니과는 다른 길을 걸었던 ‘픽사’를 74억 달러에 사들였다. 1974년 루카스필름의 그래픽 부서로 출발한 이 회사는 1986년 스티브 잡스 등이 참여하면서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본격 디지털 영상 업체로 독립했다. [토이 스토리 1](1995) [토이 스토리 2](1999) [몬스터](2001) [인크레디블](2004) 등을 만들며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새 시대를 열고 있던 업체였다. 이로써 디즈니는 고전 애니메이션에 디지털의 날개를 추가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로이 디즈니는 성명까지 발표하며 환영했다. “애니메이션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디즈니사의 정식 명칭)의 심장이자 영혼이 돼왔다. 이제 밥 아이거와 이 회사는 픽사의 뛰어난 애니메이션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 전통을 포용하려고 한다.”

이것으로 아이거의 허기를 멈출 수 없었다. 2009년 엄청난 양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지닌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미국 만화의 전설 ‘마블 코믹스’에서 나온 엔터테인먼트 업체다. 아이거는 이를 42억4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콘텐트 분야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걸었다. 이는 디즈니 캐릭터의 대대적인 변신으로 이어졌다. 원래 디즈니 캐릭터는 매끈하고 귀여운 편으로 귀족 분위기이자 사회 주류 캐릭터였다. 디즈니 콘텐트가 주로 권선징악의 뻔한 내용을 담아왔던 배경이다. 캐릭터가 이러면 스토리도 지나치게 진부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사회의 마이너리티이자 아웃사이더다. 통제불능이거나 구제불능이다. 지나치게 명랑한 디즈니 캐릭터와 달리 어둡게 일쑤다. 수시로 고민하고 고뇌한다.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장애가 있다. 성격이 삐뚤어진 캐릭터도 적지 않다. 그야말로 디즈니와 상극이다. 하지만 아이거의 결단으로 전혀 이질적인 두 가지가 결합하면서 디즈니는 캐릭터와 콘텐트를 보강할 수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종의 다양성’을 확보한 것이다. 디즈니는 이로써 엔터테인먼트계의 강자로 다시 부상할 계기를 확보했다. 퓨전과 융합을 앞세워 엔터테인먼트에 창조적 변혁을 이뤄낸 것이다. 아이거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캐릭터, 콘텐트 사업을 벌여 성공하고 있다. 영화·방송·게임·장난감·캐릭터 사업 등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거는 2012년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가 세운 루커스 필름까지 디즈니 제국에 편입시켰다. 디즈니의 명실상부한 엔터테인먼트 분야 지적재산의 제국을 완성한 것이다. 아이거는 2012년 존 페퍼에 이어 디즈니의 회장에 올라 명실상부한 디즈니의 황제에 올랐다. 캐릭터와 현대성, 그리고 디지털에 뒤졌던 디즈니를 그 분야 최고의 위치로 다시 돌려놓았다. 2013년에는 [겨울왕국]을 제작해 선풍을 일으켰다. 그런 아이거 회장이 이번에 21세기폭스까지 손에 넣으면서 디즈니는 비상하는 날개에 새로운 날개를 추가로 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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