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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청결제 남용하면 당뇨 위험 커져요

구강청결제 남용하면 당뇨 위험 커져요

하루 2회 이상 쓰면 1회 이하보다 확률 55% 높아 … 비만 억제하는 유익균도 죽이는 때문인 듯
구강청결제는 매일의 양치와 칫실 사용을 대신할 순 없지만 구강위생 유지에 추가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구강청결제를 너무 자주 사용하면 2형 당뇨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화장실에 있는 가글용 구강청결제를 전부 다 내다버릴 필요는 없다. 그 연관성은 하루 2회 이상 구강청결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서만 나타났다. 게다가 이 연구는 2형 당뇨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여러 기존 요인을 가진 사람들만 대상으로 했다.

지난 9월 20일 미국 산화질소학회보 나이트릭 옥사이드에 논문이 발표된 이 연구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실시된 산후안 과체중 성인 종단연구에 참가한 945명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그들 모두 과체중 또는 비만이었다.

논문 저자들은 “3년 동안의 추적 조사에 따르면 구강청결제를 매일 최소 2회 사용한 참가자는 1회 이하로 사용한 사람보다 제2형 당뇨나 당뇨 전 단계가 될 확률이 55%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하루 최소 2회 구강청결제를 사용한 그룹의 30%가 당뇨나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았다. 구강청결제를 그보다 덜 자주 사용한 그룹의 경우 그 비율은 20%에 이르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대학 공중보건대학원의 카우무디 조시푸라 교수는 “과체중 자체가 당뇨를 유발하는 위험인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연구 결과가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에게만 적용된다고 믿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누구도 확실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추측하자면 이 결과가 다른 그룹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구강청결제의 잦은 사용과 당뇨 사이의 연관성만 시사할 뿐 구강청결제가 당뇨를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확정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연구팀은 운동과 허리둘레 등 당뇨나 당뇨 전 단계와 연관된 다른 위험인자 다수를 고려하지 않았다. 게다가 참가자의 과반수(약 65%)는 잇몸 질환을 갖고 있었다. 그 비율은 구강청결제를 하루 2회 이상 사용하는 그룹에서도 똑같이 나타난 것으로 미국인 전체의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잇몸 관련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3분의 1은 중간 정도나 심한 수준의 구강 질환을 앓는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치과·두개안면연구소(NIDCR)에 따르면 당뇨는 구강 건강을 해치는 위험인자 중 하나다.
당뇨를 예방하고 싶다면 운동량을 늘리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 같은 생활방식 변화가 더 효과적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연구팀은 구강청결제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이 당뇨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은 구강청결제에 들어 있는 성분이 구강 내 유해균만이 아니라 산화질소를 생성하는 유익균도 죽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구강청결제에는 클로르헥시딘·트리클로산·염화세틸피리디늄·불소 등 강력한 박테리아 제거 물질이 들어있다. 이 성분들은 구강 내 어떤 특정 박테리아를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강 내 광범위한 박테리아에 작용할 수 있다. 유해균 뿐만 아니라 유익균도 죽인다는 뜻이다.

조시푸라 교수는 “구강청결제가 치석과 구취를 유발하는 구강 내 유해균만 죽이는 게 아니라 비만과 당뇨를 억제하는 유익균도 죽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강 내 유익균은 체내에서 산화질소 생성을 돕는다. 산화질소는 체내 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도록 돕고 인슐린 분비와 대사활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최소한 한 연구가 구강 내 박테리아 구성과 당뇨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박테리아들은 비만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것이 구강청결제의 기본 작용이다. 박테리아는 심한 입냄새의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냄새를 상쾌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구강청결제를 자주 사용하는 것보다 정기적인 칫실 사용과 양치 등 구강위생을 강화하는 게 훨씬 낫다. 미국치과협회(ADA)는 적절한 양치 방법을 권장하며 구강청결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구강청결제는 매일의 양치와 칫실 사용을 대신할 순 없지만 일부 사람들에겐 일상적인 구강위생 유지에 추가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구강건조증이 있는 사람이 사용하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강청결제 안의 알코올 성분이 입안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어 세균 증식을 일으키고 입냄새가 전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안식향산이나 안식향산나트륨이 함유된 제품은 눈을 자극해 입안의 발진, 작열감 등 점막 과민반응이 나타나거나 고열, 두통, 구역질이 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구강건조증이 있는 사람은 알코올 성분이 없는 제품을 사용하고 발치나 치과 시술로 부득이하게 사용하는 경우만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구강청결제가 잇몸 질환 예방에 반드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조시푸라 교수는 약국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구강청결제 대부분은 충치와 구취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구강청결제를 사용할 실제적인 이유가 없다면 난 사용하지 않겠다.”

그러나 조시푸라 교수도 이번 연구가 구강청결제와 당뇨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첫 사례일 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렇다면 아직은 그보다는 좀 더 근거 있는 권장안을 따르는 게 나을지 모른다. 당뇨를 예방하고 싶다면 구강청결제를 너무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미국 국립 당뇨·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NIDDK)가 추천하는 주된 당뇨 예방 조치는 운동량을 늘리고 더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 같은 생활방식 변화다.

- 케이트 셰리던 뉴스위크 기자

[뉴스위크 한국판 12월 18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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