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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치료하는 ‘대체전화기’

스마트폰 중독 치료하는 ‘대체전화기’

확인 횟수 줄이려는 사람들에게 대응 메커니즘 제공하기 위해 전화기 흉내 낸 기기 개발돼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수면박탈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a / 사진:GETTY IMAGES BANK
스마트폰이 전 세계를 완전히 장악했다. 휴대전화는 통신을 위한 필수 도구에서 이제 생존의 필수도구로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앞길을 막는 기술적 장애물을 하나씩 전부 다 넘어 이젠 거칠 것이 없는 듯하다.

휴대전화는 호주머니친화적인 음성 통화 기계로 발전하는 길을 닦음으로써 통신의 혁명을 일으켰다. 거기서부터 휴대전화는 수많은 부가 기능으로 장식되면서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선 안 되는 동반자가 됐다.

밀레니엄 세대는 흔히 앞을 보는 대신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쳐다보며 길을 걸어다닌다. 마치 워쇼스키 자매(원래 형제였지만 한쪽이 성전환으로 자매가 됐다)가 만든 영화에서 구름 위의 전지전능한 인도자로부터 다음 행동 지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같다.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은 엄연한 현실이다. 전화기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할 때 거의 심장마비를 일으킬 정도까지 간다는 사실이 우리의 휴대전화 의존도를 잘 말해준다.

이제 오스트리아의 디자이너 클레멘스 실링거가 전화기가 없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기를 개발했다. 그는 이를 ‘대체전화기(Substitute Phone)’로 부른다.

실링거는 다섯 가지 복제판 전화기를 디자인했다. 검은색 폴리옥시메틸렌 플라스틱과 그 표면에 돌구슬을 박아 넣어 만들었다. 사용자가 스크롤링(scrolling, 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상하로 움직이는 동작), 핀칭(pinching, 두 손가락 사이를 넓히거나 좁혀 이미지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동작), 스와이핑(swiping, 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좌우로 넘기는 동작) 같은 익숙한 스마트폰 행동을 흉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목표는 스마트폰 확인 횟수를 줄이려는 사람들을 위한 대응 메커니즘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경제 잡지 포춘에 따르면 실링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특정 메시지나 통화를 기다리지 않을 때도 전화기를 켜 잠금을 해제하고 무슨 알림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충동을 갈수록 더 자주 느낀다. 그런 현상을 보면서 그런 ‘확인’ 행동을 중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스마트폰 중독은 허구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이 증세를 경고했다. 수면 관련 학술지 슬립 메디신(Sleep Medicin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십대 10명 중 4명은 수면 시간이 하루 7시간 미만으로 그런 아이의 비율은 1991년 이래 58% 증가했고, 스마트폰 사용이 주류가 된 2009년보다도 17%가 높다.

뉴욕주립대학이 실시한 다른 연구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수면박탈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여성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논문의 주 저자인 아이작 바게피(뉴욕주립대학 빙엄턴 캠퍼스 경영정보시스템 담당 부교수)는 “우리 스마트폰은 짧고 빠르고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라 우리 신경세포가 강한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신속한 반응과 즉시 만족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진다. 아울러 이런 과정은 주의집중을 어렵게 만들고 지루함을 더 잘 느끼도록 만든다.”

스마트폰의 앱은 이런 기기의 기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앱을 이용하면 대다수 웹사이트에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불필요한 업데이트와 알림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포춘의 보도에 다르면 스마트폰 앱은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는 쌍방향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 그것이 뇌에서 도파민 분비와 연관된다. 이처럼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면 사용자는 전화기를 계속 열어 이런 앱의 업데이트를 확인하게 된다. 페이스북의 알림 컬러(notification color),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자동재생(autoplay), 트위터의 ‘끌어내리기로 새로고침(pull-torefresh)’ 등은 사용자를 계속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 똑같은 기법을 사용하는 사례다.

실제로 로저 맥나미(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현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에게 소개했으며 페이스북·구글의 주요 투자자다)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이런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중독 유발 상품을 판매하는) 담배회사와 마약상”에 견줬다.

같은 보도에서 구글의 광고사업에 참여했던 제임스 윌리엄스는 구글의 주의집중 유도 방법이 “의도보다 충동을 우선시함으로써” 사람들의 뇌를 바꿔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모포비아(nomophobia, 휴대전화가 없을 때 초조해하거나 불안감, 심지어 공포까지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 말로, ‘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이나 ‘유령 진동 증후군(Phantom Pocket Vibration Syndrome,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휴대전화가 실제로 진동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진동하고 있는 느낌으로 빠져드는 증상)’ 같은 문제는 전부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에서 비롯된다. 영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그들 중 66%는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거나 몸에 지니지 않은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금연 보조제와 비슷한 휴대전화 해독 도구가 개발됐다.

실링거가 개발한 ‘대체전화기’ 같은 휴대전화 크기의 플라스틱 모형은 실제 전화기처럼 느껴지며 거기에 박혀 있는 구슬들을 굴리면 전화기 잠금 해제나 스크롤링, 스와이핑 등의 터치 스크린 기능을 흉내낼 수 있다. 우리의 스마트폰 중독은 너무 심각해 심지어 공연장이나 강의에서 전화기를 꺼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체전화기’처럼 스마트폰 중독을 막아주는 장치가 개발됐다는 사실은 우리의 기술 의존도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또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잘 보여준다.

- 수라지 라다크리슈난 아이비타임즈 기자

[뉴스위크 한국판 12월 18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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