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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은 부동산 관리에도 유용하다

신탁은 부동산 관리에도 유용하다

신탁은 고액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령화 등으로 인해 주택·오피스텔 등 부동산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 시대다.
신탁은 고액자산가들만을 위한 서비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평균적인 구성 비율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연스레 신탁 서비스가 부동산에 집중되고 있고, 그래서 대중에게 그리 보일 수 있다.

독일과 일본을 통해 우리에게 소개된 신탁 제도는 명문화된 법적 테두리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기존 규범 또는 인식과 다르다. 신탁 당사자 간 계약을 통해 자유로운 문제 해결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법체계를 가진 일본을 보면 신탁이 발아되고 발전된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어느 영역에서는 일본식으로 현지화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부동산 가진 해외 거주자에게 인기
고령자의 유언을 해결하는 유언신탁, 미성년자나 장애인을 위한 생명보험신탁, 할아버지의 손자사랑 마음을 전달하는 신탁, 1인 독거노인들의 셀프 장례를 준비하는 신탁이 그러하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금전이든 부동산이든 중요한 재산보유자의 생전 재산 관리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사후에도 원하는 내용대로 재산을 지켜주는 재산관리 기능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 사회의 흐름 속에서 후견제도의 기능을 보완하는 제도로 인식되면서 중요한 사회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문화된 법 제도로 우리에게 신탁이 전달된 것은 1961년의 일이다. 어디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많지 않다보니 2012년이 되어서야 거의 제정에 가까운 큰 개정작업이 있었다. 상속 분야, 유동화 분야, 재신탁 분야, 수익증권 활용 분야와 나아가 사업신탁 등의 개념까지 도입됐다.

신탁은 재테크의 중요한 수단이었던 부동산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 상가나 오피스텔 등에 투자할 경우 최종적으로 내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도 개발업자가 아닌 신탁이고, 아파트 자산 역시 투자자는 최종적으로 부동산신탁사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신탁은 우리 재테크 활동 영역에 깊이 들어와 있다. 특히 향후에는 개발·분양 등의 영역이 아닌 관리 분야로 눈을 돌리면 재테크에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홈 사물인터넷(IoT) ‘지니’처럼 말이다.

한국의 부자보고서 자료를 보면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조금씩 낮아짐을 알 수 있다. 다만 아직도 100억원 이상의 부자들은 부동산 비중이 75%를 넘는다. 이는 고액자산가가 늘고 있고 전체적인 부동산 상승의 결과를 보더라도 유추할 수 있다.

고액자산가뿐만 아니라 이제 막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 역시 부동산 편중이 높다. 60대 이상은 75%, 70대 역시 70%가 넘는다. 이들은 부동산 자산 문제 즉, 현금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변화시키거나 합리적 처분을 통해 노후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부동산 관리’ 숙제를 안고 있다,

은행 신탁에서의 부동산 관리는 해외 거주자 고객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홍길동씨는 6개월 이상 해외에 거주하면서 해외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본인이 직접 신축한 건물의 관리를 친척에게 맡겼다. 관리 위탁 초기만 해도 본인이 직접 신축에 관여하고 임차인들도 개별 면담을 통해 입주시켰기 때문에 장기간 해외에 있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친척에게 주기적인 보고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하자 보수 등 건물 시설 관리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몇몇 임차인들은 좀 더 좋은 조건의 인근 빌딩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결국 공실률이 60%에 육박하게 됐다. 국제전화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게 된 것이다. 결국 홍씨는 한국에 귀국해 은행을 찾았다. 신탁을 통해 건물의 임차, 시설 점검, 수입과 비용의 지출 관리 등을 해 주는 부동산 관리신탁 서비스를 계약했다.
 자산관리의 사회적 안전판 역할 기대
부동산 신탁을 진행하면 부동산은 등기를 통해 은행 소유로 바뀌게 된다. 수탁자인 은행이 대내외적인 소유권자로서 자금관리뿐 아니라 연체 관리와 임차 명도, 그리고 새로운 임차인의 유치를 통해 건물의 경제적인 효율성을 높인다. 이 과정을 통해 홍씨의 건물은 약 6개월에 걸쳐 공실률을 5% 수준으로 낮추었고, 홍씨는 그 현황을 e메일을 통해 보고받았다.

신탁은 부동산 재산 관리에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든 전문직 종사자들에게서도 유용하다. 서울 소재 수익형 부동산을 구입한 어느 의사는 병원이 경기도에 있어 자신의 건물을 관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는 거래하는 은행의 자산관리 담당자를 통해 관리신탁을 소개받아 3년째 건물을 부동산신탁 서비스에 맡기고 있다.

또 다른 유형은 지인에게 관리를 맡겼다가 상가 보증금 유용 등 사고가 발생했던 고령자의 사례다. 지인에게 맡기다 보니 마음고생이 더 컸는데 이 경우도 신탁 관리를 통해 임차보증금 현황과 지출 등의 자금을 매월 또는 주기적으로 보고받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유주는 건물에 대한 관리 부담을 덜고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경우다.

앞선 사례들은 모두 재산의 규모가 큰 경우이다. 이 때문에 신탁을 자산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젠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자신이 소유한 주택과 오피스텔 등 부동산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 시대다. 한마디로 후견이 필요한 상황이 보편화 되고 있는 것이다. 신탁 제도는 점차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회적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다.

-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 트러스트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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