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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루이지 마라모티 막스마라 회장

[STYLE] 루이지 마라모티 막스마라 회장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막스마라가 전 세계 패션사에 길이 남을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다. 오프닝 이벤트 참석을 위해 서울을 찾은 막스마라그룹의 루이지 마라모티 회장을 포브스코리아가 단독으로 만났다.
‘막스마라 코트! 서울’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루이지 마라모티 회장
지난 11월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막스마라의 특별한 전시회가 개최됐다. 베를린과 도쿄, 베이징, 모스크바에 이어 5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60여 년간 현대 여성의 발전과 함께해온 막스마라의 패션 여정을 조명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막스마라의 대표적 아이템인 코트를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주요 언론과 패션 업계 관계자들의 뜨거운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이탈리아 막스마라그룹의 루이지 마라모티 회장이 직접 방한해 자리를 빛냈다. 오프닝 이벤트 직전 진행된 단독 인터뷰에서 마라모티 회장은 “막스마라 패션 하우스의 저력을 증명하는 전시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 여성들의 숱한 변화와 발전 과정에 동행해온 막스마라의 발자취를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스마라의 특별한 전시가 잠시 후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막스마라의 수장으로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우리는 2006년 베를린을 시작으로 도쿄와 베이징을 거쳐 가장 최근인 2011년 모스크바에서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무려 6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전시를 열게 돼 매우 기쁘고 흥분된다. 사실 1년 전부터 이번 전시를 기획했는데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앞선 전시들의 정통성을 이어받는 동시에 완전히 다른 실험적이며 새로운 콘셉트로 탄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시 공간 내부는 브랜드가 시작된 1950년대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부터 오늘날까지 10년 단위로 구성된 7개의 방에 시대별 막스마라의 활동과 패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 피스들을 배치해 각 시대를 재현해냈다. 또 외형적으로는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건축 양식인 쿠폴라(cupola, 돔)와 피아자(piazza, 광장)를 재해석해 독창적인 구조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는 ‘막스마라 코트! 서울’이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트의 변천사를 조명하고 있다. 다양한 패션 아이템 중 특별히 코트를 전시 주제로 삼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막스마라 코트! 서울’ 전시가 열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왼쪽).
코트는 막스마라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단순한 패션 아이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본적으로 코트는 남성들, 특히 군인을 위한 외투의 개념에서 출발한 패션 아이템이다. 20세기 말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함께 진화해온 것이 바로 막스마라의 코트라고 할 수 있다. 사회활동을 하기 이전 세대의 여성들에게 집이 보호막이었다면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여성들에게 집을 대체하는 존재가 바로 코트였다. 따라서 여성에게 코트란 바로 집과 동일화될 수 있는 요소이며, 여성 자신을 보호하면서 스스로를 피력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처럼 코트는 패션사적으로나 여성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역사를 대변한다.



최근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서울에서 전시를 잇달아 열고 있다.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서로 다른 시대상과 분위기를 담고 있는 7개의 방이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다. 각각의 방에서는 당대의 패션 트렌드나 디자인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진과 광고,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물질적이며 비물질적인 요소들을 활용해 막스마라의 헤리티지를 전달한다. 이 7개의 방이 재현하는 막스마라의 코트 역사를 통해서 관객들은 브랜드의 역사뿐만 아니라 패션의 전반적인 시대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이번 전시는 디지털 세대들이 스스로 전시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의 방대한 아카이브는 타 브랜드에 비해 젊은 세대들에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하나의 컬렉션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복 제작 자체에 대한 지식을 넘어서 역사·문화적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브랜드 설립 이후 오늘날까지 이 모든 요소들을 아우르는 거대한 아카이브를 통해 하나의 헤리티지를 만들어온 막스마라는 젊은 세대들에게 패션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베를린과 도쿄, 베이징, 모스크바에 이어 5번째라고 들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의미인 것 같다. 막스마라에게 한국 패션 시장은 어떤 의미인가?


서울은 1000만 인구의 대도시이며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글로벌 도시다. 복잡하고 트렌디하고 다루기 쉽지 않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인터넷 강국인 데다 창조와 기술의 메카이며 정치·경제적으로도 늘 주목을 받는 곳이다. 서울에서 전시를 하게 된 배경에는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고자 하는 막스마라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서울 전시 이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번 전시는 오로지 서울 그리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라는 장소를 위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새롭게 기획됐다. 글로벌 이벤트라고 해서 단순한 순회 전시의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 타 도시에서 진행되었던 전시가 훗날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장소를 만나 또 다른 새로운 전시에 영감을 줄 것이라 믿는다. 막스마라는 늘 과거의 아카이브에서 영감과 원동력을 받고 현실에 충실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현대 여성들과 함께해온 패션계의 개척자
시대별 막스마라의 활동과 패션 트렌드를 조명한 전시 공간(아래쪽). ‘막스마라 코트! 서울’ 전시를 기념하는 스페셜 룩(오른쪽).
막스마라는 1951년 아킬레 마라모티가 설립한 이래 오늘날까지 가족 경영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탤리언 럭셔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막스마라는 장인정신과 클래식한 실루엣, 최상급 소재를 통해 전 세계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현재 100개 이상 국가에서 2668개의 단일 스토어를 운영 중이며, 지난해 매출은 14억 유로(1조7934억원)다.



30년 가까이 브랜드를 이끌어오고 있다. 당신에게 막스마라는 어떤 의미인가?


막스마라에 대한 나의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1981년 패밀리 비즈니스에 합류한 이후 막스마라는 지난 35년간 나의 일터였으며 나의 삶 그 자체였다. 막스마라의 창립자가 그랬듯이 현대 여성이 원하는 것,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나 관심을 기울이고 고민한다. 패션은 여성들에게 자아를 찾아주는 하나의 도구이다. 우리는 특정 여성을 타깃으로 삼거나 정형화된 기준으로 여성을 획일화하지 않는다. 막스마라는 여성 개개인을 존중한다.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막스마라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막스마라는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브랜드다. 우리는 창의적인 디자인의 옷을 만들 뿐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이라면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막스마라가 제작한 의상을 입을 수 있도록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현대 여성들이 막스마라의 옷을 입고 좀 더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막스마라가 원하는 것이고 브랜드를 관통하는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막스마라가 전 세계 패션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패션에 대한 이해가 조금만 있는 사람이라면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기성복 브랜드로서 막스마라는 오히려 오랜 역사를 지닌 축에 속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1920~30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성복 브랜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막스마라는 창의적인 디자인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이탈리아의 여성 사이즈를 체계화해 보다 대중화된 의상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패션계의 개척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전의 오트 쿠튀르가 귀족이나 상류층을 위한 의상을 선보였던 반면에 막스마라는 현실 속 수많은 여성들, 그중에서도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당당한 현대 여성을 위한 고품질의 의상을 공급해왔다.



글로벌 패션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각도로 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매 시즌 경험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 트렌드가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요즘은 단순히 소비자들의 취향뿐만 아니라 구매 행위조차도 너무나 쉽고 빠르게 변한다. 이들은 테크놀로지에 민감하고 새로운 기술에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세태에 발맞추기 위해 우리 역시 트렌드를 고려해 브랜드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막스마라의 뿌리와 헤리티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서울 전시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전시는 브랜드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형태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콘텐트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관객들이 더욱 주체적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향후 어떤 전략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인지 밝혀 달라.


막스마라의 전략은 사실 단순하다. 우리가 지난 66년간 해온 것을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막스마라의 정통성과 창조성을 지키는 동시에 막스마라의 스타일을 여성들이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국 시장은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막스마라가 한국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탄탄한 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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