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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로 만든 술 ‘사치’ 맛은 어떨까

두부로 만든 술 ‘사치’ 맛은 어떨까

순물 발효시켜 제조한 친환경 술로 사케와 비슷해 … 제조 공정 길고 저장 어려워 대량생산은 미지수두부는 오래 전부터 채식주의자의 좋은 친구다. 고기가 들어 있지 않지만 치킨 너겟이나 버거, 스크램블드 에그와 비슷한 형태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최근엔 순두부를 이용한 술까지 나왔다.

싱가포르 국립대학(NUS)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술은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인 순물(순두부가 엉기면서 나오는 누르스름한 물)을 이용해 만든다. 순물은 냄새가 있고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쉬운 액체다. 이 때문에 대다수 두부 제조회사는 순물을 버리는데 적절한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강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

NUS 연구팀은 인공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순물을 이용해 술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연구팀은 와인 제조업자가 레드나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처럼 이스트를 이용해 순물을 발효시켰다. 순물에 함유된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이스트의 팽창을 돕는다. 이 새로운 술은 또 만드는 과정에서 폐기물이 안 나와 친환경적이다.

이 술의 이름은 ‘사치’(일어로 ‘꽃과 지혜’라는 뜻)로 아직 시판되진 않는다. 제조 공정이 길고 저장에 상당한 자금이 들어 대량생산은 미지수다. 연구팀은 현재 과일 맛과 꽃 향기가 더 나도록 술맛을 미세조정 중이다.

“이 술은 느낌이 산뜻해서 마시기 쉬우며 사케와 비슷한 맛이 난다”고 연구에 참여한 추아잔용이 말했다. “순물로 만들었지만 콩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술의 맛은 전적으로 발효과정에서 나오며 인공 감미료나 맛을 내기 위한 어떤 추출물도 첨가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식품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쓸모 있는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연구가 곳곳에서 이뤄진다. 2014년 식품 전문 사이트 먼치스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에 있는 스윈번 공과대학의 화학자 애비내시 카프는 와인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바이오 연료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카프는 곰팡이를 이용해 폐기물을 탄수화물로 분해시킨 다음 발효 과정을 거쳐 에탄올 같은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연구팀은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씨와 껍질로 유용한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 과학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 연구팀이 포도 씨와 껍질에서 건강한 식물성 화학물질과 당분을 추출해 지방산 같은 화합물을 만들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2014년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씨와 껍질은 500만t에 달할 정도로 양이 많아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반가운 일이다.

- 멜리사 매튜스 뉴스위크 기자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1월 1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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