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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괴롭히는 염증성 장 질환] 위장관 염증으로 복통·설사 반복

[젊은층 괴롭히는 염증성 장 질환] 위장관 염증으로 복통·설사 반복

서구화된 식습관 탓에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생겨 … 악화되면 대장암 가능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염증성 장 질환은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소화기관에 염증을 유발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발병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염증의 위치에 따라 입에서 식도·위·소장·대장·항문으로 이어지는 소화기 전체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과 대장에 염증이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구분한다. 인스턴트·가공 식품을 즐기는 등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장내 유해균이 장 점막을 자극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다양하다. 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거나 설사가 멈추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자다 깰 정도로 복통이 심하다. 식욕이 없어져 6개월 동안 체중이 10% 이상 줄어든다. 열이 나는 경우도 있다. 치열·치루 같은 항문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환자는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 어딜 가더라도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하거나 외출을 극도로 꺼린다. 부끄럽다는 이유로 병을 숨기면 더 치명적이다. 치료가 까다로운 난치성으로 진행한다.

문제는 조기 감별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명확한 진단기준이 없다. 따라서 위·대장 내시경은 물론 혈액·조직 검사, CT·MRI 등 다양한 검사결과를 종합해 판단한다. 진단에만 1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것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요인이다. 저절로 나았다고 생각해 방치한다. 더구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세균성 장염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힘들다. 발병 연령이 어린 것도 한몫한다. 크론병은 10대 후반~20대에, 궤양성 대장염은 30대에 주로 발병한다. 학업이나 취업·결혼 등 사회생활에 신경쓰다 보니 장이 보내는 이상신호를 무시하기 쉽다. 대구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정윤진 과장은 “장이 막히거나 구멍이 뚫리는 응급 상황이 발생한 다음에야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치료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일차적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염증을 유발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누그러뜨려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을 유도하는 생물학적 제제(항 TNF 제제)를 치료에 활용한다. 장기간 효과적으로 염증 발생을 억제한다. 기존에는 질병 진행속도를 늦춰 증상을 완화하던 것에 그쳤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먼저 장에서 시작된 염증이 장벽을 넘어 간·신장·관절·눈·피부 등으로 퍼지는 합병증 발생을 줄여준다. 염증성 장 질환의 재발도 막는다. 정윤진 과장은 “혈압·혈당 수치를 보면서 관리하듯 염증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반응률이 높다. 다만 모두가 약효를 보는 것은 아니다. 전체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10~30%는 약물 치료를 시작해도 예상과 달리 반응이 없거나 서서히 약효가 떨어진다. 만일 약을 바꿔 사용해도 치료 효과가 적거나 협착·누공·천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면 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염증성 장 질환자가 평생 동안 수술 받을 확률은 크론병은 85%, 궤양성 대장염 20% 정도다. 수술을 했어도 병이 재발할 수 있어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식이요법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염증성 장 질환자는 장 염증으로 소화·흡수 능력이 떨어져 있다. 따라서 영양 상태가 부실하다. 성장기 청소년이라면 성장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는 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식사할 때는 부드럽고 영양 밀도가 높은 음식을 소량씩 자주 먹어야 한다. 장의 부담을 줄여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둘째, 하루 1~2L의 물을 마신다. 설사를 자주하면 수분 손실이 많아서다. 셋째, 부드러운 살코기나 생선·두부·달걀 등 단백질을 매일 챙긴다. 열량 부족으로 빠르게 줄어드는 근육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채소를 먹는다. 섬유소가 많아 질긴 줄기보다는 잎 부위를 먹는다. 생으로 먹기 힘들면 푹 익혀 무르게 하거나 갈아서 요리하면 소화·흡수가 잘 된다. 다섯째, 복부 팽만감을 유발하는 탄산음료나 기름진 음식, 어패류 등은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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