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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쇼 ‘서커스’는 끝나지 않았다?

지상 최대의 쇼 ‘서커스’는 끝나지 않았다?

시대의 변화로 설 자리 잃은 전통적인 대형 천막 공연...자기혁신으로 탈출구 모색
미국 서커스의 독특한 스타일은 버펄로 빌 코디의 ‘와일드 웨스트’ 쇼에서 비롯됐다. / 사진:WIKIPEDIA.ORG
2016년 5월 로이터 통신은 ‘링글링 브라더스’와 ‘바넘 & 베일리 서커스’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코끼리 11마리의 은퇴 기념 공연을 보도했다. 서커스 관객에게 기쁨과 놀라움을 안겨주던 코끼리 공연 145년의 역사를 마감하는 자리였다. 이 일은 많은 사람에게 미국 서커스 제1시대의 종말을 의미하기도 했다. 링글링 브라더스와 바넘 & 베일리 서커스는 이렇게 대형 천막 아래서 펼쳐지는 구식 스펙터클의 대미를 장식했다.

보니와 줄리엣 등 링글링 브라더스와 바넘 & 베일리 서커스에서 은퇴한 아시아 코끼리들은 현재 미국 플로리다 주의 드넓은 보호구역에서 산다. 이들 코끼리의 조기 은퇴는 동물 권익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 동시에 2세기가 넘는 오락 전통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미국인은 서커스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는 드문 기회이기 때문이다. 서커스 퍼레이드와 콧수염을 기른 무대감독,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 등등 문화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다른 어떤 형태의 오락도 ‘더 단순했던 시대’의 이미지를 이렇게 깔끔하게 요약하진 못한다. 서커스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예술 형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향수와 전통에 대한 사랑은 우리가 한때 알았던 서커스가 종말을 맞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커스를 탄생시킨 놀라운 스펙터클에 대한 관객의 욕구는 여전히 강하다. 그래서 ‘태양의 서커스’ 같은 회사들은 새로운 개념의 서커스를 찾는 노력을 계속한다.

세계적으로 볼 때 서커스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 서커스의 독특한 스타일은 버펄로 빌 코디라는 한 남자에게서 비롯됐다. 서부개척자이자 극단주였던 코디는 유명한 ‘와일드 웨스트’ 쇼에서 서부개척 시대의 액션을 가능한 한 실감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으며 이것이 미국 서부영화의 시초가 됐다. 말을 타고 하는 사격 묘기는 이 쇼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항목이었다.
영화 ‘위대한 쇼맨’은 초대형 서커스 쇼의 창시자인 P. T. 바넘(가운데·휴 잭맨)을 모델로 했다. / 사진:YOUTUBE.COM
유럽과 미국의 서커스 양쪽 모두의 매력 중 하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일상적인 물건들이 곡예사의 손에서 요술처럼 변하고 사람들이 공중을 날고 말은 교통수단이 아니라 놀라움을 선사하는 매개체가 된다. ‘와일드 웨스트’ 쇼에서 시작된 미국의 말타기 묘기 전통은 ‘3종 서커스’[three-ring circus, 3곳의 무대(ring)에서 3가지 공연이 동시에 펼쳐지는 서커스)의 전신이다. 영국식 말타기 기술에 1700년대에 조련사 필립 애스틀리가 개발한 미국 서부식 테크닉(특히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 기술)이 합쳐졌다. 말타기 묘기와 곡예의 혼합은 1세기가 넘는 동안 서커스의 중심이 됐다. 이 전통은 오늘날에도 예전 형태 그대로 혹은 현대식으로 변형된 오토바이 묘기로 이어진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는 소위 ‘철도 서커스’가 미국 오락의 기준이 됐다. 철도 서커스는 철도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서커스를 말한다. ‘와일드 웨스트’ 쇼의 웅장하고 활기 넘치는 스펙터클과 아기자기한 프랑스 서커스의 전통(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같은 예술가들이 좋아했던 소규모 곡예 공연)이 융합된 스타일이다.

초기엔 각 도시에 세워진 특별 목재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공연하다가 나중엔 대형 천막(big top)을 치는 전통이 생겨났다. 그렇게 서커스는 보드빌(노래·춤·곡예·촌극 등 다양한 볼거리로 꾸며지는 공연) 이후 가장 인기 있는 오락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서커스를 이전에 볼 수 없던 초대형 쇼로 발전시킨 사람이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영화 ‘위대한 쇼맨’의 실제 주인공)이다.

미국 시인 E. E. 커밍스는 ‘살아 있는 곡예사가 삶을 갖고 노는’ 바넘의 서커스에서는 ‘현실’이 살아 숨쉰다고 말했다. 바넘은 서커스 사업에 발을 들여놨을 때 60세가 넘었으며 유명한 아메리칸 박물관의 소유주이자 코네티컷주 의원이었다. 그는 아메리칸 박물관을 화재로 잃은 후 서커스 스타일 공연의 인기를 이용해 초대형 호화 쇼를 개발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의 서커스 사업은 제국을 형성했다.

바넘이 하는 일이 늘 그랬듯이 그가 꿈꾸는 서커스는 이전의 어떤 서커스보다 더 크고 활기차며 경외심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뉴욕부터 캔사스 주 토피카까지 145개 도시를 도는 철도 공연은 서커스 퍼레이드가 소도시 생활의 최고 문화 행사로 여겨지는 미국식 전통의 시초가 됐다.

당시 바넘의 서커스단은 미국 전역을 순회하는 30개 서커스단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의 서커스단은 이국적인 동물과 사이드 쇼(서커스 등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따로 보여주는 소규모 공연)의 도입, 아메리칸 박물관에서 하던 식의 진귀한 물건 전시 등으로 현대 서커스를 정의했다.

오늘날 서커스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고심한다. 이국적인 동물이 더는 오락거리로 여겨지지 않게 되면서 전통적인 대형 천막 쇼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쇼맨십과 경이로움, 현실도피에 대한 바넘의 열정이 건재함을 증명하는 스펙터클은 여전히 존재한다. 팬들은 서커스가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오락거리였던 예전의 위치를 되 찾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팀 베이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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