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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렝게티 ‘알래스카’가 위험하다

미국의 세렝게티 ‘알래스카’가 위험하다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의 방대한 야생지 파괴할 수 있는 석유·천연가스 시추 허용 법안 미국에서 상정돼
탐사와 시추에 개방될 ‘1002구역’은 알래스카에서 북극곰의 보금자리가 가장 많다. / 사진:AP-NEWSIS
미국 알래스카의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이 수십 년의 격렬한 찬반 공방전 끝에 석유 산업에 개방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2월 법인세 대폭 인하를 골자로 상·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합의한 세제개혁법안에 ANWR에서 석유 시추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합의에는 지역구 상원 의원 리사 머코스키의 찬성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공화당은 어쩔 수 없이 그 조항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이 의회 표결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ANWR은 미국의 ‘세렝게티’(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국립공원처럼 자연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는 의미)로 불리는 최후의 석유 미개척지다. 나는 10년 이상 ANWR과 이를 둘러싼 정치 문제를 연구하면서 그런 비유를 수없이 접했다. 그러나 그런 타이틀도 정치·경제·문화·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ANWR이 상징하는 문제들을 전부 다 말해주진 않는다.수십 년 전에 시작된 이 논란은 배경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다. 보호구역의 존재 이유인 야생생물부터 살펴보자. ANWR은 북극 지역의 어느 곳보다 생물종이 다양하다. 육지·해양 포유류 45종과 6개 대륙의 조류 200종 이상이 이곳을 오간다. 탐사와 시추에 개방될 ‘1002구역’인 해안 평야 지대가 특히 그렇다. 알래스카에서 북극곰의 보금자리가 가장 많으며 사향소와 북극늑대·여우·토끼뿐 아니라 수십 종의 어류도 이곳에 산다. 아울러 철따라 아동하는 물새 수백만 마리의 임시 서식지이자 포큐파인 순록이 새끼를 낳는 곳이기도 하다.

ANWR가 다양한 생물이 밀집된 독특한 지역으로 과학연구에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논쟁의 일부는 석유 시추가 이런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게다가 이 지역의 광물자원 개발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알래스카 주가 공식적으로 건설되기 이전부터 치열했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이 알래스카 동북부 일부를 광물 채굴(나중엔 석유 시추) 가능 지역에서 제외시키려고 노력한 결과 관련 법안이 1960년 연방 하원에서 통과됐지만 상원에선 알래스카 주가 지역구인 상원의원 2명의 호소로 부결됐다. 그러다가 이곳을 야생구역[a wildlife range, 정부의 보호와 연구가 필요한 ‘보호구역(refuge)’과는 다르다]으로 지정하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그 노력이 되살아났다.

따라서 ANWR은 자원의 통제권을 둘러싼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싸움터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 1970년대 석유위기가 닥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많은 논란 끝에 1980년 지미 카터 정부에서 알래스카 국익 토지 보존법(ANILCA)이 제정됐다. 그 구역을 확대하고 ‘보호구역’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ANILCA는 야생동물, 석유와 천연가스의 분포와 시추가 시작될 경우의 영향력을 평가하도록 규정했다.

1987년 의회에 제출된 그 평가 보고서는 세 가지 주요 결론을 담았다. 첫째는 ‘1002구역’이 ‘뛰어난 야생 가치’를 지니며, 둘째는 그곳에 탄화수소 자원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고, 셋째는 석유 개발이 야생동물 서식지에 큰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적절한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가 공개되자 환경보호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다행히도 유가가 하락하면서 시추에 관심 있는 에너지업체가 없어 개발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 다음 20년 동안 의회와 백악관은 시추를 둘러싸고 공방전을 벌였다. 공화당은 찬성 법안을 상정하거나 통과시켰고, 민주당은 법안을 부결시키거나 표결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야생은 어떤 개발과도 양립될 수 없다는 더 넓은 시각이 우세했다. 그런 시각은 1964년 제정된 야생 보호법과 같은 맥락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그 법에서 말하는 ‘야생’의 정의가 모호했다. ‘개발되지 않은 연방정부 소유 지역으로 주로 자연의 힘에 의해 영향을 받고 사람의 활동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는 원시적인 성격을 가진 땅’으로 나와 있다. 이런 모호함으로 야생동물이 보호될 수 있는 경우 시추가 가능하다는 ANILCA의 입장이 허용됐다.

그러나 야생보호단체와 USFWS는 ‘야생을 보호하면서 개발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알래스카 야생연맹의 회장을 지낸 로버트 므자렉은 “석유를 퍼올리든가 원시 상태의 이 땅을 유지하든가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둘 다 가능하진 않다. 중간 지점의 타협이 있을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이제 ANWR을 구하는 것은 야생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문화적으로, 또 철학적으로 계속 살리려는 노력으로 인식된다. ‘1002구역’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에 관한 가장 최근의 종합적인 측정은 1998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실시했다. 그에 따르면 그 구역에 석유 104억 배럴과 천연가스 9910억㎥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채굴 비용을 제외한 현재의 가격으로 약 6000억 달러어치다.채굴 비용이 배럴 당 50달러라면 채굴 후 가치는 1000억 달러가 된다. 여기서 연방정부 로열티 12.5%를 제하면 875억 달러가 남는다. 상당한 가치다. 물론 채굴 비용이 올라가면 실제 가치는 더 낮아질 것이다. 연방정부 로열티 중 알래스카 주가 90%를 가지며 모든 주민에게 매년 배당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그래서 알래스카 주민 다수는 시추에 찬성하며 강경한 야생보호 입장을 거부한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ANWR을 석유 시추에 개방하면 “알짜 일자리 수천 개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 사진:AP-NEWSIS
USGS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추정은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셰일석유·가스 시대 이전에 측정됐기 때문이다. ANWR 서부 지역에서 새로운 매장지가 발견되고 프래킹 채굴 기법이 사용될 경우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정확히 얼마나 더 많아질지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 때문에 판단할 수 없다.

‘1002구역’에선 유정 하나만 시추됐지만 주변 내륙과 연안 지역 수십 곳에서 시추가 실시됐다. 그 결과 상당한 양의 매장지인 ‘포인트 톰슨’ 광구가 발견됐다. 그곳에서 천연가스 1700억㎥, 석유 8억5000만 배럴을 채굴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생산이 시작됐지만 지질구조가 복잡해 채굴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비용이 늘고 있다.

그러나 포인트 톰슨의 더 큰 중요성은 생산량보다 위치에서 비롯된다. 그곳은 ‘1002구역’의 서북 경계선에 가까워 ANWR의 문턱까지 파이프라인이 연결됐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석유·천연가스 매장지가 상당히 많고 적어도 일부 파이프라인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에너지 업체들이 욕심을 낼 만하다. 그렇다면 그들이 실제로 ANWR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질까? 현재로선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듯하다. 업계 인사들의 견해를 들어봐도 그렇고, ANWR 서부의 알래스카 국립석유매장지(NPR-A)에 대한 임차 입찰 결과를 봐도 그렇다. 분양 예정인 900개 구역에서 7개에만 입찰이 들어왔다(0.008%). 지난해 12월 7일 알래스카 주 소유지의 임차 입찰률은 0.04%로 그보단 약간 높았다. 포인트 톰슨 광구에 인접한 ‘1002구역’ 부근엔 단 한 개 업체만 입찰했다.

따라서 ‘1002구역’이 업계에 투자 매력을 가지려면 또 다시 수년간의 고유가(배럴 당 80달러 이상) 시대가 와야 할 듯하다. 임차·시추하는 지역의 기후가 혹독하거나, 지질 구조에 관한 세부 데이터가 없거나, 기존의 광구 발견이나 생산이 전무하거나, 인프라가 미비된 사업은 위험 부담이 매우 크다. 특히 요즘처럼 가격 환경이 불확실한 경우엔 더욱 그렇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알래스카 주가 ANWR 임차 프로그램에서 얻을 수 있다고 추정되는 11억 달러의 수입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ANWR을 개방하면 “알짜 일자리 수천 개가 만들어지고, 가정과 사업체가 에너지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연방예산 적자가 줄어들고, 석유의 외국 의존도를 줄여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말도 어느 정도 회의적으로 들을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아무튼 지금 어떤 주장이 펼쳐지는지와 상관없이 ANWR 개방은 알래스카 주 유권자에게 한 오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분명하다.

한편 환경적인 관점에서 보면 개발 여부와 상관없이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 지역은 계속 피해를 입으며 옛 모습을 잃어간다. 따라서 보호구역 땅 아래에 매장된 석유를 채굴할 필요가 없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궁극적으로 어느 길을 택하든 이 갈등에선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타협이 나올 수 없다. 문제의 구역을 지금 임차 입찰에 개방해도 나중에 폐쇄되거나 금지될 수 있다. 알래스카 원주민의 목소리도 엇갈린다. 생계를 해양동물에 의존하는 카크토빅의 이누피아 족은 석유 시추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순록에 생계를 의존하는 남쪽의 그위친 족은 개발이 전통 문화를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추 반대파가 선거에서 승리할 때까지 개방 과정을 지연시키는 등의 다양한 법적 투쟁이 또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 스콧 L. 먼트거머리



※ [ 필자는 워싱턴대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러시아도 북극으로 - 시베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야말반도에서 270억 달러 규모의 LNG 개발 프로젝트 출범시켜
지난해 6월 야말 LNG 프로젝트를 위해 건조된 쇄빙 LNG선(대우조선해양이 인도했다)의 명명식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했다. / 사진:AP-NEWSIS
북극 대륙의 빙하가 급속히 녹으면서 과거 기후가 혹독하거나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됐던 북극권 지역에서 천연가스 채굴이 더 쉬워졌다. 과학기술 전문 사이트 퓨처리즘의 보도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는 북극 대륙 부근에 대량 매장돼 있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의 LNG 수출국이 되기에 충분한 양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북서부의 북극권 위에 위치한 야말반도에서 270억 달러 규모의 LNG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초 1단계 공사가 마무리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LNG 공장 가동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지역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마지막 3단계 개발도 늦어도 내년 초에는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말반도 LNG 사업은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노바텍이 5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주도적으로 진행 중이다. 노바텍 외에는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각각 지분 20%씩을, 중국 국영 투자 기금인 ‘실크로드 펀드’가 나머지 9.9%를 가졌다. 사실상 중국이 두번째로 큰 지분율을 가진 셈이다. 모든 개발이 끝나고 완전한 가동이 이뤄질 경우 연간 1650만t의 LNG가 이곳에서 생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프로젝트의 부책임자 드미트리 모나코프는 “이곳 기온이 아주 낮다는 자연 환경 덕분에 더욱 효과적인 천연가스 액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야말반도의 거대한 천연가스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극한의 조건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LNG 공장을 건설했다.”

북극 지방의 그처럼 낮은 기온에선 따뜻한 곳보다 천연가스를 액화해 보관하기가 더 쉽다. 이 공장이 건설된 야말반도는 연중 거의 내내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기온은 최저 50℃까지 떨어진다. 향후 몇 달 동안 이 공장은 혹독한 북극의 기후 조건에서 가동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중적인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야말 LNG 프로젝트는 세계가 화석연료에서 태양력·풍력 등 좀 더 지속가능한 형태의 에너지로 옮겨가는 시점에 시작됐다. 퓨처리즘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정책연구센터(CEPS)는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금지에 대한 러시아의 ‘타조식’ 접근법과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기후변화와 싸우는 노력을 해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로 파리 기후협정에 서명했지만 아직 의회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다. 세계적인 기후변화 연구기관 모임인 ‘기후행동추적(CAT)’은 러시아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 목표가 파리 기후협정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 이매뉴얼 조덤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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