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가구 · 커튼도 담배를 피운다?

가구 · 커튼도 담배를 피운다?

흡연 장소의 물건에 묻어 있는 독성 잔여물이 특히 어린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담배는 불이 꺼진 지 오래 지났다고 해도 그 잔여물 때문에 3차 흡연 오염이 발생한다.
3차 흡연으로 오염된 카펫이나 커튼에 실험쥐를 노출시키면 단 1개월 만에 쥐 건강의 생물학적 표지에 변화가 생긴다. 6개월이 지나면 그 쥐는 간 손상과 인슐린 저항(2형 당뇨의 전조 증상)에 시달린다.

2차 흡연(다른 사람이 피운 담배의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노출에 따른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60만 명에 이른다. 담배의 폐해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담뱃불이 꺼지고 연기가 사라져도 니코틴과 담배의 다른 유해 화학물질이 물건의 표면과 천에 들러붙은 채 남아 있다. 이런 잔류물에 노출되는 것을 3차 흡연이라고 부른다.

3차 흡연 문제는 몇 십 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2009년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소아과 부교수 조나선 위니코프의 연구가 발표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위니코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담배의 독소는 흡연이 끝난 뒤에도 흡연이 발생한 장소와 흡연자의 옷과 피부에 장기간 잔류하며 주변의 공기를 오염시키고 독소를 이전시키면서 3차적 피해를 낳았다. 그는 담배연기가 옷과 의자, 카펫의 유해물질과 결합하면 며칠이 지나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어린이에게는 더욱 해로울 수 있다며 3차 흡연의 폐해를 경고했다.

위니코프 교수는 어린이의 경우 성인과 피부 등을 통해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 담배연기에서 나온 독성 미립자에 특히 취약하며 실내의 경우 독성 미립자가 오래 잔류할 수 있어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낮은 농도의 담배 미립자에 노출되는 것은 낮은 농도의 납에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의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 있다며 노출되는 미립자 농도가 높을수록 읽기 능력 저하도 커진다고 밝혔다. 위니코프 교수는 이 결과가 매우 낮은 농도의 담배 화합물에도 신경독성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어린이가 있는 실내에서는 모든 흡연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차 흡연을 일으키는 담배연기 잔여물이 널리 퍼져 있으며 오래 남는다는 증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비흡연자는 담배연기의 잔여 가스를 흡입하거나 물건의 표면을 만지거나 먼지를 삼킴으로써 3차 흡연에 노출될 수 있다. 물건 표면에 들러붙은 니코틴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발암물질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2011년 샌디에이고주립대학의 조지 매트 교수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가 포함된 가족이 다른 곳으로 이사한 지 2개월이 지난 후에도 그 주택의 실내 먼지에서 니코틴 수준이 여전히 높았다. 미국의 한 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있는 어린이들의 경우 흡연자 부모가 다녀간 뒤 그들의 소변에서 담배 노출의 화학적 표지가 나타났다.

흡연과 질병(암 포함) 사이의 상관 관계는 누구나 잘 안다. 그러나 3차 흡연이 비흡연가에게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에 따라 근년 들어 3차 흡연이 사람에게 독성을 갖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3차 흡연 컨소시엄은 최근 3차 흡연에 관한 증거를 검토했는데 거기서 여러 가지 유해한 효과가 나타났다. 또 최근의 여러 연구는 3차 흡연 노출이 DNA와 세포를 손상할 수 있으며 체내 대사와 행동의 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새로운 실험쥐 모델 연구는 3차 흡연 노출이 동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췄다. 캘리포니아대학(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연구자들은 흡연 기계를 사용해 쥐의 우리 속에서 커튼, 가구 덮개, 카펫의 일부를 3차 흡연에 오염시켰다. 그 천이 흡연자의 가정에서 보이는 오염 수준에 이르렀을 때 연구자들은 쥐들을 우리 속에 넣고 6개월 동안 관찰했다.

단 1개월이 지나자 쥐들의 혈청과 간·뇌 조직에서 건강 표지의 변화가 나타났다. 쥐의 건강 표지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범위가 넓어지면서 악화됐다. 4개월이 지나자 ‘산화 스트레스’(체내 유해 산소가 급격히 증가해 체내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세포 등에 영향을 끼친다)와 간 손상과 관련된 인자들이 늘어났다. 3차 흡연 노출로 공복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높아져 2형 당뇨로 발전할 위험도 커졌다.

3차 흡연 노출이 실험쥐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속도는 연구자들의 예상보다 빨랐다. 그러나 실험쥐에서 확인된 건강상의 영향이 사람에게 어떻게 적용될지는 아직 모른다.

실험쥐 모델 연구의 논문 저자들은 사람은 쥐보다 더 느리게 성숙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변화가 관측되려면 노출 시간이 더 길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3차 흡연에 오염된 환경에서 하루 24시간을 보낸 실험쥐의 경우와 달리 사람은 어린이든 성인이든 여러 곳을 이동하기 때문에 하루 중에도 여러 가지의 3차 흡연 오염 수준에 노출된다.

쥐 실험에선 3차 흡연 잔여물의 흡입이나 피부를 통한 흡수가 주된 노출 수단이었다. 그러나 어린이는 집안 먼지에서 3차 흡연 잔여물을 삼킬 수도 있다. 쥐 실험에선 포함되지 않은 노출 경로다.

어린이, 특히 유아는 오염된 먼지의 피해를 입을 위험이 더 크다. 아기는 바닥 가까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무엇이든 입에 넣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팀은 스페인의 80가구에서 집안 먼지를 채취해 3차 흡연 잔여물 수준을 측정했다. 그 결과 흡연자 가정의 4분의 3과 비흡연자 가정의 3분의 2에서 3차 흡연 노출에 의한 1~6세 어린이의 암 발병 위험이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제시한 한도를 초과했다.

우리는 주로 흡연자의 옷에서나 조금 전 누군가 담배를 피웠던 방에 들어갔을 때 3차 흡연 잔여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러나 냄새로 드러나지 않는 미세한 담배연기 잔여물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집안을 오염시킬 수 있다. 우리 연구는 3차 흡연이 비흡연자, 특히 어린이의 건강에 심각한 장기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늘어나는 증거를 뒷받침한다.

- 재클린 해밀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 [필자는 영국 요크대학 환경화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1월 22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삼성자산, 한미일 분리과세 부동산 ETF 시리즈 600억 돌파

2이수형·김종화 한은 금통위원 취임…“엄중한 대내외 상황 무거운 책임감”

3삼성SDS 1분기 영업이익 2259억원…전년比 16.2%↑

4네오위즈 인기 모바일게임 ‘고양이와 스프’, 중국 정식 출시

5‘세계 3대 시장’ 인도 방문한 정의선 회장…”“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큰 기여”

6 메모리 ‘봄’…SK하이닉스 1Q 매출 12조4296억, 영업이익 2조8860억

7넷마블의 비밀병기 ‘아스달 연대기’…IP 저력 보여줄까

8GS25, 오양주로 빚은 한정판 막걸리 업계 최초 출시

9편의점서 금테크… CU, 1g 카드형 골드 이틀 만에 완판

실시간 뉴스

1삼성자산, 한미일 분리과세 부동산 ETF 시리즈 600억 돌파

2이수형·김종화 한은 금통위원 취임…“엄중한 대내외 상황 무거운 책임감”

3삼성SDS 1분기 영업이익 2259억원…전년比 16.2%↑

4네오위즈 인기 모바일게임 ‘고양이와 스프’, 중국 정식 출시

5‘세계 3대 시장’ 인도 방문한 정의선 회장…”“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큰 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