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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북한만 한국을 위협할까

과연 북한만 한국을 위협할까

“전 대통령과 재계 거물인사에 대한 정치적인 판결은 한국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어”
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어쩌면 한국사회의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사진:NEWSIS
2월 9일 평창 동계 올림픽 스타디움에 성화가 점화되면 세계의 눈이 자유롭고 역동적인 한국으로 쏠릴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여전히 불안정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그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물론 북한의 지속되는 도발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정적이고 위협적인 반응이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한다. 그러나 한국의 국내 정치도 우려의 중요한 원인이다. 한국은 앞으로 한동안 한반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국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와 업계의 상층부가 연루된 스캔들로 시작된 정치적 변혁에 적응해가는 중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구속됐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측근 중 ‘비선 실세’로 알려진 사람에게 뇌물을 주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을 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그에 협조했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후 특별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개혁가를 자임하는 그는 취임하면서부터 한국을 세계적인 수준의 ‘아시아 호랑이’ 경제로 만드는 데 일조한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정화하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의 젊은 세대 중 다수는 그 시스템이 너무 폐쇄적으로 변하면서 기업가적 재능과 경제적 기동성을 억누른다고 본다.재벌이 오랫동안 이 시스템의 바탕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스캔들로 인해 많은 한국인은 국가 경제와 정치 지도자에 대해 재벌이 엄청난 힘을 갖는 시스템이 반드시 개조돼야 한다고 믿는다. 과거에도 재벌과 관련된 부패 스캔들이 있었지만 이 부회장의 재판은 이전과 달리 한국의 정경유착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해 필리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뒷줄 오른쪽)과 트럼프 대통령(왼쪽). / 사진:YONHAP
몇 달 전 이 부회장은 1심 재판에서 묵시적 의도가 있었다는 근거로 뇌물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5년 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현재 항소심 선고(2월 5일로 예정됐다)를 기다리고 있고 박 전 대통령의 재판도 진행 중이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 엄청난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삼성 그룹의 총수 후계자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는 것은 삼성 경영진만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문화 전반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 재판의 결과가 어쩌면 한국 사회의 분열을 부추길지 모른다. 이 사건에서 제시된 명백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인식이 일면서 일부 한국 언론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정치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의문을 표했다. 항소심 판결에서도 유죄 선고가 내려진다면 개혁가들은 한국에 절실한 변화의 조짐으로 이를 환영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반면 전통주의자들은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번영과 국제적인 위상을 안겨준 시스템에 대한 정치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미국 언론은 한국 관련 소식을 전할 때 남북 긴장상태와 무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재판이 가져올 파장이 문재인 정부의 국내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울러 한국과 긴밀한 경제적·문화적·군사적 관계를 갖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를 향한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에 그 재판의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 사이의 무역·투자 관계가 미국 업계와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좀 더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부 한국인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을 바란다. 국정농단 스캔들과 관련된 장기간의 재판에 의해 한국 내부의 분열이 심화될 경우 한미 FTA의 개정과 한미 양국 사이의 다른 갈등 요인을 다루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입지가 약화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

지난 65년 간 한반도에서 불안정하게 유지돼온 휴전이 지금 전례 없이 엄중한 시험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거의 매일 뉴스의 머리기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말과 행동이지만 실제로 한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은 표면상 나타나는 것만큼 안정돼 있지 않은 듯하다. 지금처럼 불안한 격동의 시기에 다수의 한국인이 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믿는 사법 체제를 통해 전 대통령과 재계 거물인사에게 내려지는 실형은 한국 사회의 분열을 너무도 쉽게 심화시킬 수 있다. 또 그 여파는 동북아시아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7관왕에 오른 미국의 수영 영웅 마크 스피츠는 언젠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되새길 만한 말이다.

- 조지 F. 앨런



※ [필자는 미국 연방 상원의원(버지니아 주)과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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