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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갯빛 깃털 자랑한 공룡

무지갯빛 깃털 자랑한 공룡

1억6000만 년 전 쥐라기에 살았던 오리 크기의 카이훙 주지, 벌새와 유사한 깃털 가졌던 것으로 밝혀져
오리 크기의 신종 육식 공룡인 카이훙 주지는 멋진 깃털을 가졌다. / 사진:ILLUSTRATION BY VELIZAR SIMEONOVSKI / THE FIELD MUSEUM
2014년 중국 동북부 허베이성의 한 농민이 기이한 화석을 발견했다. 국제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랴오닝 고생물학박물관에 소장된 그 화석을 조사한 뒤 무지개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며 빛나는 놀라운 깃털을 가졌던 오리 크기의 신종 육식 공룡이라고 발표하면서 ‘카이훙 주지’(‘큰 볏이 있는 무지개’라는 뜻)라고 이름 붙였다.

카이훙 주지가 현란한 색상의 깃털을 가졌었다는 사실은 연구팀이 이 화석에서 멜라노솜(멜라닌 소체)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그들의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에 발표됐다.

동물의 색상은 색소만이 아니라 멜라노솜의 형태로도 결정된다. 카이훙 주지 화석의 경우 멜라닌 색소는 유기물이어서 이미 오래 전 사라졌다. 그러나 멜라닌 색소를 갖고 있는 멜라노솜은 형태와 구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멜라닌 색소는 검은색이지만 멜라노솜의 형태에 따라 외부에서 볼 때 다양한 색깔로 보이게 된다. 미국 시카고 소재 필드 자연사박물관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 채드 엘리어슨은 “벌새의 깃털이 무지갯빛으로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지만 그 깃털을 떼어내 작은 조각으로 분쇄하면 검은색 먼지만 남는다”고 설명했다. “깃털의 색소는 검지만 그 색소를 만들어내는 멜라노솜의 형태가 지금 우리가 보는 벌새 깃털의 색상을 만들어낸다.”연구팀은 남아 있는 멜라노솜을 찾기 위해 화석의 66개 부분을 현미경으로 정밀 조사했다. 그 결과 카이훙 주지의 머리와 가슴, 꼬리 부위에 팬케이크 형태의 평평하고 둥근 멜라노솜이 열지어 배열된 것을 발견했다. 그 다음 그 멜라노솜과 같은 형태를 현대 조류의 깃털에서 찾을 수 있는지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벌새와 구조가 가장 비슷했다. 그에 따라 카이훙 주지의 몸통 깃털 중 일부가 벌새의 깃털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색상으로 빛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벌새의 깃털은 무지갯빛으로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인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조류가 정확히 언제부터 무지갯빛 깃털을 갖게 됐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약 1억6100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 후기 지층에서 발견된 이 화석으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무지갯빛 깃털 공룡 중 가장 오래된 종이기 때문이다.

파푸아뉴기니와 인도네시아, 호주에 서식하는 극락조의 수컷처럼 현란한 무지갯빛 깃털을 가진 새는 짝짓기 목적으로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그런 색상을 사용한다. 그러나 조류가 아닌 동물도 그런 전술을 동원한다. 예를 들어 공작거미는 짝짓기할 때 작은 무지갯빛 비늘로 구애한다.

카이훙 주지는 깃털 외 조류의 다른 특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 공룡은 머리에 볏이 있었고 긴 날개와 꼬리 깃털을 가졌지만 날지는 못했다. 비대칭 꼬리 깃털을 가진 공룡의 가장 오래된 사례이기도 하다. 비행을 제어하는 날개 깃털의 한쪽이 다른 쪽보다 크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공룡과 조류 화석에서는 본 적 없는 매우 특이한 구조다. 이제 연구팀은 비행을 조절하는 깃털도 무지갯빛 색상과 함께 진화했을 수 있다고 본다.

- 크리스틴 휴고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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