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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의 ‘슬럼 호텔’

인도 뭄바이의 ‘슬럼 호텔’

빈민 가정에서 하룻밤 보내며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 넓히려는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무의미하다는 비난도 있어인도 방문객은 이제 ‘슬럼 호텔’에서 머무르며 이 나라의 극한 빈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최근 문을 연 이 슬럼 호텔은 식구가 16명인 뭄바이 가정집의 비좁은 침실에 투숙객을 묵게 한다.

투숙객은 평면 스크린 TV와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고 집에서 만든 음식을 제공 받는다. 하지만 화장실은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50명의 다른 입주자와 함께 써야 한다. 투숙객은 집주인 가족이 사용하는 공간과 분리된 별도의 방에 마련된 2인용 매트리스 위에서 잔다. 집주인 측은 결혼하지 않은 커플도 받을 용의가 있지만 외국인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룻밤 숙박료는 2000루피(약 3만4000원)로 이 돈은 전부 집주인 가족과 지역사회를 위해 쓰인다.

이 호텔은 현지 주민 라비 산시와 그의 직장 동료 데이비드 비즐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의 비정부 기구(NGO) 직원인 비즐은 “관광객에게 뭄바이 주민을 직접 만나 그들의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라고 말했다. 뭄바이 주민의 약 60%가 이 슬럼 호텔의 집주인 가족과 유사한 수준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즐은 영국 신문 가디언에 “뭄바이 빈민가를 찾는 관광객은 보통 페이스북에 올릴 사진을 몇 장 찍고는 훌쩍 떠나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니 그곳의 삶을 이해할 리 없다. 여러 빈민가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나는 외부인이 빈민가 주민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면 양쪽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잠재적 투숙객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슬럼 호텔의 페이스북 페이지엔 이렇게 소개돼 있다. ‘싱글 매트리스 1개가 놓인 별도의 방에서 최대 2명이 머무를 수 있다. 집주인 가족은 거실과 침실, 주방에서 기거하는데 그곳으로 가서 그들과 교류할 수 있다. 욕실은 집주인 가족과, 화장실은 그 건물에 사는 다른 입주자들과 함께 써야 한다. 슬럼 호텔의 투숙은 100% 진짜 체험이다. 여기 실린 사진들 역시 꾸밈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슬럼 관광’이 세계 곳곳의 수많은 빈민을 배려하지 않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국제 빈민가 거주민 연맹의 조킨 아퓨텀은 이 프로젝트가 비생산적이며 대다수 뭄바이 주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관광은 무의미하다”고 아퓨텀은 가디언에 말했다. “빈민가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빈민가 거주자는 박물관의 전시품이나 동물원의 동물이 아니다. 그곳은 실제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지역사회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은 방문객이나 집주인 가족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닐 머피 아이비타임즈 기자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2월 19/26일자(설합본호)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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