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판단 중시하는 인간의 특성 때문에 이미 선택됐다는 사실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듯 주변 여자들이 당신의 남자를 가로채려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게 정상이니까. / 사진:GETTY IMAGES BANK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이 다른 여성을 경계하는 것은 단순히 편집증이 아니다. 파트너나 배우자가 있는 남성이 더 친절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임자 있는 남자가 독신 여성에게 훨씬 더 매력적이다.
2009년 연구에 따르면 독신남과 파트너가 있는 남자 사이에서 선택할 경우 여성은 주저함이 없었다. 독신남과 사귀는 데 관심이 있다고 답한 여성은 약 50%, 파트너가 있는 남자와 사귀고 싶다는 여성은 90%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을 ‘짝 선택 따라하기’라고 부른다. 다른 누군가가 선택했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상대를 파트너로 선택하려는 행동을 말한다. 주로 새가 최선의 짝을 찾을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된 새 연구는 인간의 경우 여성이 파트너가 있는 남성에게 느끼는 매력보다는 다른 여성이 선택했다는 사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 결론은 이전의 몇몇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다른 여성들의 선택을 ‘따라하는 것’이 연애 목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짝짓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물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여성 42명을 대상으로 각각 약 30차례씩 조사했다. 손과 미술 작품, 또 남성 얼굴을 사진으로만 보여주면서 느끼는 매력 수준을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똑같은 손, 얼굴, 미술 작품의 사진을 다시 보여 주며 새로 매력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엔 첫 조사에서 다른 사람들이 매긴 점수의 평균도 함께 보여줬다(이런 평가를 ‘소셜 레이팅’이라고 부른다). 그 다음 두 번째 평가에서 다른 사람의 영향으로 점수가 바뀌었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남성 얼굴의 경우 여성 참가자들은 다른 여성들의 점수를 본 뒤 자신의 점수를 조정해 소셜 레이팅에 13% 더 가까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 아니라 손과 미술 작품의 두 번째 매력 점수도 소셜 레이팅에 더 가까워졌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 교수로 이 논문의 주 저자인 캐서린 크로스는 “우리 연구에 참가한 여성들은 남성 얼굴 사진을 볼 때 다른 여성들이 그 얼굴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사실을 알면 그 얼굴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상적인 미술 작품의 경우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이 결과는 다른 여성의 남자친구를 가로채고 싶어 하기보다는 다수의 판단을 따라가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중시하며 자신의 생각을 거기에 맞추려 한다는 뜻이다. 크로스 교수는 “대개 여성은 다른 여성들의 파트너 선호 기준을 그대로 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일반적인 성향인 다른 사람의 견해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영국 더럼대학 교수로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샐리 스트리트는 “우리 삶의 모든 분야가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배우자나 파트너 선택도 거기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인간에게 특화된 ‘짝 선택 따라하기’ 메커니즘이 있다는 확실한 실험적 증거는 없다.”
- 클레어 투레일 아이비타임즈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3월 26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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