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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페이스북을 삭제할 시간인가

이제 페이스북을 삭제할 시간인가

개인정보 대량 유출돼 정치공작에 이용됐다는 폭로 나오면서 창업 이래 최대 위기 맞아
페이스북의 사용자 개인정보가 영국과 미국의 정치공작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곤경에 처했다. / 사진 : AP-NEWSIS
세계 최대의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이 전례 없는 역풍을 맞았다. 페이스북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선거에 악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용자들은 트위터의 해시태그 ‘#DeleteFacebook(페이스북을 삭제하라)’ 아래 뭉쳐 페이스북의 데이터와 사생활 보호 정책에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영국 정치컨설팅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스캔들의 여파다.

CA를 설립해 2014년까지 몸담았던 크리스토퍼 와일리는 지난 3월 17일 이 회사가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의 향방을 바꿔놓는 정보심리전을 펼쳤다고 폭로했다. 그가 밝힌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CA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과 그 사용자들에게 소정의 대가를 주고 ‘thisisyourdigitallife’라는 ‘성격 검사 앱’을 다운받도록 유도했다. 표면적으로는 성격 검사 앱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교묘하게 설계된 개인성향 분석 알고리즘이었다. CA는 페이스북 측에 27만 명에게 동의를 받아 성격 검사 서비스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5000만여 명의 정보가 CA 측에 넘어갔다. CA 측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친구’ 목록이나 ‘좋아요’를 누른 항목 등 다양한 활동을 분석해 그들의 소비 성향부터 관심 있는 사회 이슈, 정치·종교적 신념까지 파악했다. 5000만여 명에 대한 성향 분석을 토대로 CA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만이 아니라 미국 대선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알려졌다. 예를 들어 그 분석을 활용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약점을 캐는 기사나 광고를 누구에게 보낼지, 특정 유권자가 어떤 선동 문구에 반응할지, 수백만 달러짜리 TV 광고를 어떻게 만들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어느 지역에서 유세를 해야 효과가 클지 등의 맞춤형 전략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파문이 커지면서 미국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와일리의 폭로 직후 첫 거래일인 지난 3월 19일 6.77% 폭락한 데 이어 이틀째인 20일에도 2.56% 떨어졌다. 지난 2월 1일 고점에서 약 14% 하락한 수준이었다. 시가총액으로는 19일 367억 달러(39조원)가 증발한 데 이어 20일에도 129억 달러가 줄었다. 그에 따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자산도 이틀 만에 90억 달러가 감소했다(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 주식 4억 주를 보유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고 영국과 유럽연합(EU)도 각각 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마크 저커버그 CEO를 겨냥해서도 미국과 영국 정계에서 각각 의회 출석 요구가 빗발쳤다. 단순한 정보유출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그러면서 웹에서 최대의 반향실(echo chamber, 소셜미디어에서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있어 같은 의견만 증폭되는 환경)인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을 향한 반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페이스북 계정을 가진 사용자에게 탈퇴를 촉구하는 ‘#DeleteFacebook’ 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페이스북은 이제 사라지는 것일까? 증권회사 센서네트의 에드 맥네어 CEO는 “주가가 급락했고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IT 업체치고 페이스북은 투자 다각화가 비교적 잘 돼 있어 종말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페이스북이 끝나는 건 아니다. 앞으로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취급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고 특정 제3자와 거리를 둘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우리는 플랫폼일 뿐’이라는 주장을 더는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페이스북은 자사의 플랫폼이 사용되는 방식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 19일 CA가 아직 페이스북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범죄과학 조사업체 스트로츠 프리드버그를 고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영국 정보 감독기구인 정보위원회(ICO)가 발끈했다. ICO도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7일 엘리자베스 데넘 ICO 위원장이 CA의 기록과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요구했다”고 ICO 대변인은 전했다. “CA는 기한 내에 회신하지 않았다. 따라서 데넘 위원장은 조사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고 시스템 접근을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데넘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CA에 대한 자체 조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자체 조사는 규제당국의 조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내부폭로자 에드워드 스노든도 논란에 뛰어들었다(그는 NSA가 무차별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후 러시아로 망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지칭하는 듯 “사생활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수집하고 판매해 돈을 버는 사업은 한때 ‘감시 회사’로 불렸지만 이제 그들이 소셜미디어로 브랜드를 바꿨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의 채널4 TV가 지난 3월 20일 알렉산더 닉스 CEO 등 CA 고위 관계자들이 스리랑카 선거에서 당선을 원하는 고객의 대리인으로 위장해 접근한 기자에게 자사의 ‘능력’을 자랑하듯 말하는 영상을 내보내면서 데이터 오용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졌다. 이 영상에서 닉스 CEO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 차례 만났다”고 답했다. “우리가 모든 리서치를, 모든 데이터 수집을, 모든 (데이터) 분석을, 모든 목표 설정을 했다. 우리가 모든 디지털 캠페인과 TV 캠페인을 운영했고, 우리 데이터는 모든 (선거)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 법률회사 DMH 스탤러드의 파트너 조나선 콤프턴은 “페이스북에 관한 법적인 문제는 데넘 ICO 위원장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무단 사용을 알았으면서도 피해자들에게 경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은 영국의 사법체제를 넘어서는 문제다. 페이스북에 개인정보의 안전을 믿고 맡기는 모든 사용자와 관련됐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약 20억 명이다(월간 실제 사용자 수). 하지만 SNS 세계에선 변화가 아주 빨리 일어난다. 마이스페이스·비보·프렌드스터도 한때 큰 인기를 끌었다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완전히 밀려났다.

데이터 보안회사 이그레스의 토니 페퍼 CEO는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그렇듯이 페이스북도 대중의 참여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여론의 변화와 정부 기관의 조사가 합쳐지면 페이스북과 제3자 앱이 개인정보를 입수하고 취급하는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올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정보취급 조건은 당연히 바뀌겠지만 이번 사태가 페이스북의 종말을 부르진 않을 듯하다.”

- 제이슨 머독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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