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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연 기자의 ‘스칸디나비안 파워’(16) 리낙(LINAK)] 스마트 워킹(Smart Working) 돕는 ‘오르락내리락’ 기술력

[허정연 기자의 ‘스칸디나비안 파워’(16) 리낙(LINAK)] 스마트 워킹(Smart Working) 돕는 ‘오르락내리락’ 기술력

전동 책상·침대 등 높낮이 조절하는 액추에이터 생산…유럽 병원용 침대 시장점유율 60% 차지



‘헤이(Hej)’는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에서 모두 통하는 인사말이다. 철자는 차이가 있지만 뜻은 하나다. 북유럽 4개국은 비슷한 언어만큼이나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재빨리 침체를 벗어난 점도 닮았다. 위기 극복의 저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서 나왔다. 각국 인구가 1000만명이 채 되지 않는 북유럽 국가들은 작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찍이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덕분에 우리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북유럽 출신 ‘히든챔피언’이 적지 않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세계 시장을 휘젓는 북유럽의 숨은 강자들을 소개한다.
사진:슬로우(slou)
사무직 종사자나 학생은 일과중 대부분을 책상에 앉은 자세로 보낸다. 장시간 앉아있는 생활이 일상화되면 척추와 허리로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방법이 바로 ‘스탠딩 워크(standing work)’다. 말 그대로 일정 시간 서서 일하면 건강은 물론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기업과 관공서를 시작으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을 도입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국내 가구기업인 퍼시스는 2015년 업계 최초로 자동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전동 책상을 선보였다. 이 회사가 출시한 ‘인에이블 모션 데스크’는 버튼 하나로 65~117cm 범위 내에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전동식 스탠딩 데스크다. 퍼시스 관계자는 “개개인의 체형과 업무방식에 맞게 책상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사용자의 건강 개선과 업무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서 일하는 방식이 각광받으며 퍼시스 모션 데스크 시리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5% 이상 증가했다.
 스탠딩 데스크, 모션 메트리스에 적용
창립자 크리스티안 얀센은 1907년 기계 부품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리낙의 전신이 됐다. / 사진:리낙코리아 제공
책상만이 아니다. 생활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은 2016년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침대를 출시했다. 침대에서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TV 시청이나 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등받이 각도를 조절 가능하게 한 제품이다. 전동 침대 역시 출시 후 1년 만에 월평균 판매량이 전년 대비 9배가량 늘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동 책상, 전동 침대 등 ‘움직이는 가구’가 인기를 끌자 퍼시스 그룹은 최근 매트리스 자체에 모션 매커니즘을 적용한 ‘모션 매트리스’까지 선보였다. 퍼시스 관계자는 “전동 책상과 침대에 장착해 높낮이를 조절하는 모터가 기술의 핵심”이라며 “버튼 하나로 높낮이를 조절이 가능할 뿐 아니라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한 기술로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기에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퍼시스 그룹의 모션 데스크, 모션베드에 들어가는 모터는 덴마크 리낙(LINAK)사의 제품이다. 리낙은 세계적인 액추에이터 전문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 1위를 자랑한다. 액추에이터는 무거운 물체나 손에 닿지 않는 물체를 들어올리거나 높이를 조절하고, 기울이거나 밀고 당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액추에이터 기술 덕분에 오늘날 전동 책상과 침대의 대중화도 가능했다.

리낙의 역사는 19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리낙그룹의 회장인 벵트 얀센의 조부인 크리스티안 얀센은 ‘크리스티안 얀센 앤 선즈’라는 작은 기계 가게를 창업했다. 직원 7명이 전부인 소규모 회사였던 이곳은 1976년 손자 벵트 얀센이 회사를 맡으며 전환기를 맞았다. 이전까지 이 회사는 평형 벨트 도르래, V형 벨트 도르래와 같은 기계류와 농업용 그라인딩 기기, 관련 부품 등을 제조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기계공학도였던 벵트는 할아버지 사업에 별 관심이 없었다. 엔지니어로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싶던 그에게는 가업을 잇는 것이 그저 따분하게 느껴졌다.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어느 날 사고로 걷지 못하는 장애인 친구와 휠체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벵트는 친구를 위해 편하게 작동할 수 있는 휠체어를 만들고 싶어 고민했고, 그 결과 전동 액추에이터가 탄생했다. 벵트가 개발한 제품은 최초의 리니어 액추에이터였다. 리니어 액추에이터는 수평으로 선 운동을 하는 모터를 말한다. 벵트는 연구를 거듭해 1년여 만에 첫번째 액추에이터 시제품을 내놓았다. 휠체어 작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품이지만 첫 번째 대량 주문은 사료 작물 수확기용 액추에이터를 제작해달라는 것이었다. 첫 주문에서 2000대 제작을 의뢰받은 벵트는 전동 액추에이터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벵트는 1984년 사명을 ‘리낙’으로 변경하고 액추에이터 사업에 나섰다. 리낙은 덴마크어로 ‘리니어 액추에이터(Linear Actuator)’의 줄임말이다.
 휠체어 타는 친구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
퍼시스 모션데스크는 리낙의 모터로 높낮이를 조절한다. / 사진:퍼시스
이듬해 벵트는 스웨덴에 리낙의 첫번째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 농기구뿐 아니라 병원, 헬스케어 분야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에 들어가는 액추에이터를 선보이며 사업을 확대해나갔다. 전동 시스템을 구현하는 기본 구성품이 액추에이터와 칼럼이다. 이는 각각 사물을 올리고, 내리는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에 전원이 들어오도록 하려면 컨트롤 박스가 필요하다. 사용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핸드 스위치를 장착하기도 한다. 리낙은 본격적으로 액추에이터를 생산한 이후 1993년 들어서 자사 액추에이터에 적합한 컨트롤 박스를 제조하기 위한 전자부서도 설립했다. 사업은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을 거쳐 미국과 아시아 지역까지 커졌다. 1997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중국 현지 공장을 지었다. 이후 일본(2003년)과 한국(2012년)에 차례로 진출해 발을 넓혔다.

오늘날 리낙은 리니어 전동실린더 솔루션 개발 및 제조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했다. 판매 지사를 둔 35개국을 비롯해 약 100개국에 진출해 제품을 공급한다. 이 회사의 사업 부문은 크게 의료·헬스케어라인, 데스크라인, 테크라인, 홈라인 등 4개로 구분된다. 의료·헬스케어 사업 부문은 병원·요양원은 물론 일반가정에서 환자와 간병인의 생활을 돕기 위한 리니어 액추에이터 솔루션을 개발한다. 병원용 침대의 경우 유럽에선 이 회사 제품이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 대형 병원에서도 리모콘으로 높이를 조절해야 하는 전동 침대나 환자 리프트, 전동 휠체어 등의 부품으로 리낙 제품을 사용한다.
 위치 기억 기능, 충격방지 센서 등 기술 진화 거듭
1. 덴마크 노르보르 리낙 본사 전경. / 2. IC 액추에이터. / 3. 덴마크 노르보르 리낙 본사의 공장 내부. / 사진:리낙코리아 제공
데스크라인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을 비롯해 작업대나 계산대 등에 쓰는 액추에이터 시스템을 만든다. 1990년대 처음으로 사무실 책상 시장에 진출한 리낙은 가구 디자인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조절이 쉬운 모듈 방식을 강점으로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는다. 또 자주 사용하는 높이에 대한 위치 기억 기능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칼럼 내부에 장착된 충격방지 센서를 통해 책상이 움직이다가 장애물에 걸릴 경우 즉각적으로 인지, 동작을 멈춘다. 여기에 대기전력을 최소화해 전력 낭비를 막고, 친환경 제품으로의 기능까지 갖췄다.

리낙코리아 측은 “현재 국내 4대 주요 가구기업에 리낙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약 7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며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자유자재로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어 앞으로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홈라인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동 침대에 들어가는 시스템이 대표적이고, 테크라인은 고강도 산업작업 용도를 위해 디자인된 리니어 전동실린더 솔루션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최초의 리니어 액추에이터가 1980년대 농업용·산업용 중장비에 설치된 만큼 이 분야에 있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유럽에 비해 국내에서 인지도는 낮지만 한국 내 브랜드 파워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12년 설립한 리낙코리아는 지난 5년 간 4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가구와 의료기기는 물론 농기계·건설·중장비 등 산업용 제품도 다양하게 보급한 결과다. 최근에는 가정용 침대 분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박삼락 리낙코리아 대표는 “(자사 제품은) 전동식 구동 시스템으로 구현해 설치나 유지보수가 쉽고,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것도 강점”이라며 “시대 흐름에 맞춰 사물인터넷(IoT)과 친환경 분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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