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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을 최대 15년까지 늘려주는 생활습관

수명을 최대 15년까지 늘려주는 생활습관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금연, 적당한 음주가 기대수명 크게 늘려
운동을 자주 하고, 영양의 균형이 잘 잡힌 식사를 하면 체중은 저절로 정상 수준이 될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과학자들이 최근 대규모 연구를 통해 우리의 수명을 10년 이상 연장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건강한 생활습관을 알아냈다.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금연, 적당한 음주다. 뻔하다면 뻔한 얘기다. 그러나 이런 건강한 습관의 효과는 예상밖으로 컸다.

하버드대학의 연구팀은 음식·체중·운동·흡연·음주가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폭넓은 조사를 실시했다. 미국 성인의 사망률이 다른 거의 모든 고소득 국가의 국민보다 더 높은 이유를 찾기 위한 연구였다. 그 결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수명을 놀라울 정도로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은 어느 국가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 지출이 많지만 미국인의 출생 시 기대수명은 세계 31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인의 출생 시 기대수명은 남성이 76.9년, 여성이 81.6년이었다(영국의 경우는 각각 79.4년과 83년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된 요인은 좋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이다. 미국인 중 이 다섯 가지 건강한 습관을 따르는 비율은 8%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미국인 여성 7만8865명과 남성 4만4354명의 각각 34년간, 27년간 라이프스타일 설문조사 자료와 의료 기록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다섯 가지 건강한 습관을 잘 지킨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성의 경우 12년, 여성은 14년이 높아졌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이 다섯 가지 습관을 모두 지키지 않은 남성은 50세 기준으로 남은 기대수명이 평균 25.5년, 여성은 29년이었다. 반면 5가지 습관을 모두 지켰을 경우 기대수명은 남성이 평균 37.6년, 여성은 43.1년으로 늘어났다.

또 이런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82%, 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65%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건강에 가장 좋은 생활습관은 이렇게 정의된다. 첫째는 붉은 육류와 설탕, 포화지방이 적고 채소와 과일, 통곡물이 많은 식단을 채택하는 것이다. 둘째, 음주는 여성의 경우 포도주 기준으로 하루 150㎖(1잔 분량), 남성의 경우 30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셋째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넷째는 체질량지수(BMI)를 18.5∼24.9 사이로 유지하는 것이다. 다섯째, 하루 30분 이상의 중간 강도 이상의 운동을 해야 한다.

미국 심장학회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발표된 논문에서 저자들은 “미국 성인들이 건강한 생활방식을 채택하면 조기사망을 큰 폭으로 줄이고 기대수명을 10여 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학 T.H. 챈 공중보건대학원의 역학·영양 교수로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메어 스탬퍼는 영국 신문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을 때 나는 이처럼 건강한 습관을 채택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연구 결과 실제 수명 연장 효과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스탬퍼 교수는 “건강한 생활방식을 따르지 않는데는 개인의 책임이 크지만 사회도 일정 책임이 있다”며 “사회는 운동하기 편하고 외식을 적게 할 수 있는 도시 계획을 시행하는 등 구성원들이 건강한 습관을 기르기가 더 쉬운 여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흔히 사람들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습관을 고치기엔 늘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연구 결과는 아무리 어려워도 일단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만 하면 놀라운 혜택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데이터 과학·건강 서비스 연구 교수인 에반 콘토판텔리스는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하버드대학의 이번 연구 결과 중에서 미국인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이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은 만약 담배를 피운다면 당장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건강만이 아니라 건강보험과 국가 의료 시스템을 위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생활습관 변경이 바로 금연이다. 그외 운동을 더 자주 하고, 과음하지 않고, 영양의 균형이 잘 잡힌 식사를 하라. 이 나머지 세 가지 생활습관 변경도 BMI를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운동은 식욕을 줄여주고(밖에 나가서 운동하면 집안의 냉장고를 뒤질 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술은 영양가 없이 열량만 높기 때문이다.”

런던 캐스 경영대학원의 통계학 교수 레스 메이휴는 뉴스위크에 하버드대학의 이번 연구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수명 연장과 관련해 세계 전역에서 실시된 연구에서 발견된 증거를 완벽하게 뒷받침해준다고 말했다. “모두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채택한다면 사회의 불평등이 훨씬 적어지고 모든 면에서 경제적으로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또 건강에 해로운 행동 다수도 경제적인 불평등이나 박탈감과 연결돼 있다. 따라서 생활습관과 경제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국 워릭대학 의과대학원의 공중보건학과장 세라 스튜어트-브라운 교수는 일반인들이 하버드대학의 이번 연구 결과를 볼 때 건강한 생활습관이 수명을 늘려준다는 결론에는 별로 놀라지 않겠지만 그 다섯 가지 요인이 수명을 그처럼 많이 높여준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것이라고 논평했다.

스튜어트-브라운 교수는 “하지만 이 연구는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방식으로 살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는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어떤 면에선 생활습관이 개인의 선택이지만 다른 차원에서 볼 때 흡연과 과음, 운동 부족, 정크푸드 섭취는 중독의 일종이다. 우울할 때는 그런 습관을 멀리하기가 더 어렵다. 우리 대다수는 우울할 땐 그런 나쁜 습관 중 한두 가지를 탐닉한다. 그 다섯 가지 좋지 않은 습관 전부에 지속적으로 빠져든다면 정신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는 뜻이다. 정신 건강이 좋지 않으면 그런 나쁜 라이프스타일에 치우치기 쉽다. 또 다른 한편으로 정신 건강이 좋지 않으면 그 자체로 질병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신체 기능을 떨어뜨린다.”

공인 영양사로 영국영양사협회의 대변인인 두안 멜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너무도 당연하다며 연구 대상이 된 사람들이 미국 인구의 대표적인 표본이 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표했다. “대규모 참가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그 효과의 정도가 인구통계학적으로 모든 계층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참가자 대다수가 백인이며 학력이 높은 의료 전문직 종사자이기 때문이다. 반곤과 고용·교육 기회의 결여 등 사회적·건강적 불평등을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는 문제가 이 연구에서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5월 14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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